[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집권 여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장밋빛 전망이 대두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댄 탓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도 자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내 일부 인사들의 ‘튀는 행동’으로 같은 당에서조차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홍익표.전재수 두 의원의 ‘국회의원 전원 사퇴-조기 총선 실시’ 주장이 대표적이다. 또한 임기를 하루 앞둔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 협상은 더 이상 없다’고 공식 선언하는 등 차기 원내사령탑을 무시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여당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초청하면서 제1야당 지도부를 배제하자 여당도 ‘야당 무시전략’에 동참해 대의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당 범주류 홍익표·전재수 주장, ‘대의민주주의’ 무시 무책임론
- 우원식 전 원내대표 임기 마지막 날 “드루킹 특검 협상 안 돼” 가이드

 
‘드루킹 특검’ 수용 여부를 두고 국회가 파행이 계속되자 5월7일 집권 여당 내에서 ‘국회 해산-조기 총선 실시’라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재선·서울성동갑) 의원이 주인공이다. 여당내 정책위수석 부의장이기도 한 홍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계속되는 국회의 무능과 무책임에 국민들은 폭발 직전”이라며 “현 국회의원 전원 불출마를 전제로 국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했으면 한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이 날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관련 협상이 결렬되자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으로 해석됐다. 초선의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도 같은날 트위터를 통해 “자유한국당 의원님들 국회가 정말 이해도 됩니까”라며 “현재 국회의원들이 책임지고 여야 할 것 없이 전원사퇴하고 국회 해산하고 조기 총선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일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귀태’발언 홍익표, ‘의원 총사퇴-조기총선’ 주장 왜
 
이에 대해 우원식 원내대표는 “새로운 국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그럴 방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두 인사의 발언을 두고 여당 내에서조차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한국당이 ‘드루킹 특검’을 들어 국회 파행을 이끌고 있지만 집권 여당마저 의회 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야당 한 인사는 “여당이 전원 사퇴할 생각도 없고 그럴 일도 없지만 만약 여야 국회의원 총사퇴가 이뤄져 조기총선이 개최될 경우 높은 집권 여당의 지지율에 기대 여대야소 정국을 노린 꼼수”라며 “조기 대선에 이어 조기총선으로 의회 권력까지 장악할려는 의도”라고 현실성이 전혀 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였다. 한마디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신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홍 의원의 경우 한국당에서는 ‘귀태 발언’을 들어 ‘민주당 조원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홍 의원은 2013년 7월11일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아베 총리와 유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홍 의원은 “책에 귀태(鬼胎)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라며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베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있고 박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홍 의원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을 하면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1년 선배로, 총학생회장이던 임 비서실장과 인연을 맺었다. 2012년 4·11총선 때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그는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임 비서실장이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 문제가 돼 공천을 반납하자 해당 지역에 전략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았다.
 
한편 홍 의원과 전 의원은 친노 성향의 의원으로 분류되지만 문재인 정부 내 핵심 주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사들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여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총사퇴-조기 총선’ 주장 뒤에는 야당 의원들 교체뿐만 아니라 여당 내 ‘주류와 비주류’를 교체하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홍 의원과 전 의원뿐만 아니라 우원식 전 원내대표도 여야로부터 ‘오만하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5월 10일로 원내대표로서 임기를 마친 우 전 원내대표는 임기 마지막 날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과 드루킹 특검 협상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우 전 원내대표는 “그동안 우리 당은 국회 정상화를 통해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 지역경제와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할 추경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경찰조사 이후 미진하면 특검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에서 특검수용이라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 정치적 생명까지 내놓고 한 결단”이라며 “드루킹 특검은 드루킹 특검을 하자는 것이었지, 대선 불복 특검을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런 의도의 특검은 받아들일 수도 없고, 함께할 생각도 없다. 따라서 협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선출되는데 후임 원내대표가 할 일을 전임 대표가 사실상 ‘가이드 라인’을 준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당 한 관계자는 “우 전 원내대표가 특검을 수용하면서 전제 조건을 건 게 무려 21가지나 된다”며 “드루킹 특검의 핵심 인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특검수용 입장을 밝혔는데 정작 원내대표는 수십 가지 전제조건을 걸어 사실상 특검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 전 원내대표는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 일괄처리, 특검법 명칭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조작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임명 등에 관한 법안’, 야당의 특검 추천과 여당의 거부권 행사 등을 포함 20여 가지를 조건을 달고 특검 수용을 밝힌 바 있다.
 
‘떠나는’ 우원식, ‘특검 없다’ 후임자에 가이드라인?
 
한편 우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부 여당 의원들이 ‘튀는 행동’이 이어지자 야당에서는 지난 4.27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제1야당인 홍준표 당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를 초청하지 않은 것에 대한 청와대의 ‘소심함’도 재차 제기됐다. 당초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만찬장에서 제외됐으나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당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해 급히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정상회담 만찬이 자칫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 ‘돌출발언’으로 ‘험악해질 것’을 우려해 배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만찬장에 평양냉면이 등장한 것을 두고 우 전 원내대표에게 “평양 냉면 맛있었나. 냉면 국물이라도 가져오지 그랬느냐”며 ‘야당 패싱’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우 전 원내대표를 멋쩍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래저래 ‘속좁은 야당’에 집권당으로서 ‘배려없는 처신’이 동시에 도마위에 오른 셈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