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도 없다” ‘출구 없는’ 출구 전략에 한국당 ‘고립무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한 달 넘게 마비 상태에 빠졌다. 특검 관철을 위해 단식투쟁을 벌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가 농성 도중 폭행을 당하면서, 이를 계기로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으나 극한 대치는 계속됐다. 11일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됐고, 이날 김 원내대표가 단식 9일 만에 중단 선언을 했으나 국회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 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특히 김 원내대표의 경우 최후의 카드까지 던졌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철수’하게 돼 리더십에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의 무리한 단식 투쟁이 차기 당권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식 중 폭행사건 “테러‧배후설”→릴레이 동조단식→내부 결속→당권 노림수?
드루킹 특검=국회 올스톱?…메시지 혼선 ‘헛발질’까지 조롱‧비판 ‘쇄도’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에 대한 여당의 조건 없는 수용을 촉구하며 지난 3일부터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 3일째인 지난 5일 김 원내대표가 농성장 주변에서 한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한국당의 투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동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폭행 사건 이후 릴레이 동조단식을 시작했고, 지역 당협위원장들도 이에 가세했다. 그간 불협화음을 빚었던 당 내부를 결속하는 효과로 반사 이익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당은 폭행 사건을 “정치 테러”, “배후 의심” 등 강경 발언을 지속하며 한층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국당은 여당과 사실상 각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사안인 드루킹 정국에 폭행 사건까지 발생하자 배후설을 제기하며 ‘여당 심판론’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김 원내대표는 협상의 진전도 보지 못한 채 결국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그의 단식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롯된 고육지책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득보단 실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00석이 넘는 정당의 원내사령탑이 단식투쟁을 하면서까지 국회를 ‘올스톱’ 시키는 데 대한 비판과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게다가 단식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성과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만에 단식 중단
‘후유증’은 상당

 
김 원내대표의 단식 농성을 두고 격려와 응원보다는 조롱과 비아냥이 주를 이루었다. 농성장 CCTV 설치 및 24시간 감시, 의문의 피자 배달 등과 같은 일 뿐만 아니라 김 원내대표가 이상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놓고도 조롱과 비판이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가 구급차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구급대원이 김 원내대표의 배를 옷으로 가려줬는데, 김 원내대표가 다시 배를 드러내자 이를 두고 “단식 티를 내는 것이냐”, “단식 자랑하려고 한다”는 등의 발언들이 댓글과 SNS상에 올라왔다.
 
곡기를 끊는 단식 투쟁은 무겁게 다뤄져야 하고 폭행은 사회적으로 엄격히 배격해야 함에도, 김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을 바라보던 국민들의 눈초리는 따가웠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단식투쟁을 하며 각종 민생 법안을 제쳐두면서까지 할 정도의 사안이냐라는 국민적 물음표가 팽배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드루킹 특검 때문에 국회가 마비되고 추경 등 법안이 멈춰있는 데 대해 여론이 곱지 않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며 “‘그 정도는 단식 명분이 아니다’ 하는 생각이 있는 듯 보인다”고 했다.
 
엄 소장은 이어 “댓글조작 자체는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마치 그것이 지난 대선 국면을 주도하고 이끌었다?’ 이런 야당의 주장에 대해 특히 젊은 세대들은 불편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국당이 ‘배후설’과 같은 근거가 미약한 의혹 제기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은 폭행 사건 이후 즉각적인 배후설을 제기하며 마치 가해자가 여당의 사주를 받았다는 식의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와 가해자 아버지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헛발질’일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메시지 혼선으로 투쟁의 진정성을 의심케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단식 5일째인 지난 7일 여야 협상 시한을 이튿날 오후 2시로 못 박으면서 “민주당이 끝내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천막 투쟁도 단식 투쟁도 모든 것을 접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말인즉슨 당초 특검을 받으면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그가 특검을 받지 않아도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어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와 관련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최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단식 농성도 ‘이걸(특검을) 안 들어주면 무기한 단식 농성하겠다’고 얘기해야 되는데, ‘안 들어주면 단식 농성 접겠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며 “참 난해한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가뜩이나 국회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 달 넘게 이 문제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자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비판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갑갑한 마음에 “국회 해산하고 조기 총선하자”라는 목소리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쇄도하고 있다.
 
국정농단 전후로 민심은 상당한 변화를 겪었지만, 20대 국회는 그 민심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대 국회가 국정농단 파문 전인 2016년 4월에 구성됐기 때문이다. 엄 소장은 “(드루킹 공방의) 민심 저변에는 (한국당에) 국정농단 책임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원죄’도 덧씌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6‧13 참패 위기 한국당
金, ‘사심 행보’ 해석도

 
한국당의 강경 투쟁은 결국 민심을 얻지 못한 채 소득 없이 마무리하게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역대 최고치 지지율을 경신하며 줄곧 상승세인 반면, 한국당은 연이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가 ‘포스트 홍준표’ 체제에서 당권을 잡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대여 강경 투쟁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도 높은 투쟁으로 강한 야당, 선명한 야당의 리더로서 이미지를 각인시켜 차기 당권에 도전한다는 얘기가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11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3선 출신의 ‘친문’ 홍영표 의원(61‧인천 부평구을)이 선출됐다. 이날 김 원내대표도 단식을 중단함에 따라 이를 계기로 꽉 막힌 정국이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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