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할인점업계 2위인 까르푸가 한국시장에서 영 자존심이 구겨져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매각설, 한국시장 철수설 등에 휩싸이면서 세계 최강의 유통기업답지 않게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그러나 최근 까르푸는 경쟁사 점장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선언하고 나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올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신규 매장 오픈과 함께 그동안의 프랑스인 점장 체제를 대폭 개편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매각을 위한 ‘몸값 올리기’가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까르푸의 갑작스런 공격경영의 속셈은 무엇인가.프랑스 국적의 세계적인 유통업체 까르푸가 외국시장에서의 명성과 달리 한국시장에서는 토종기업에 밀려 4위에 머물면서 매각설과 한국시장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시장에 도전장을 던질 때만 해도 외국에서의 인지도를 믿고 급성장을 기대했던 까르푸가 최근 각종 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약화되고 있다.하지만 정작 한국까르푸측은 경쟁사의 악의적인 소문으로 판단, 올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최근 경쟁사 점장을 대거 영입하는 등 소문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 주목된다.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롯데마트 3명, 신세계 E마트 1명, 삼성 홈플러스 1명 등 총 5명이 한국까르푸로 자리를 옮겼고 이들 모두 우수 실적을 낸 중견급 점장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국까르푸가 스카웃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까르푸에 대해 경계령을 내리는 분위기다.특히 한국까르푸는 그동안 유지해오던 프랑스인 점장 체제를 대거 개편, 현지인 점장으로 대부분 물갈이하면서 현재 프랑스인이 점장을 맡고 있는 곳은 27개 매장 중 3곳뿐이다.

또한 한국까르푸는 올해 2,7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매장을 3곳 더 늘리고 2007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영업력 강화를 위해 국내 백화점업계 빅3인 현대백화점과 전략적인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한국까르푸의 공격적인 경영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최근 한국까르푸의 공격적인 경영이 단순히 영업력 강화와 실적향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매각을 위한 ‘몸값 올리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것.할인점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인수설 등도 나돌았던 것처럼 까르푸 내부에서도 한국시장에 대한 공략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최근 경쟁사 점장 영입 등은 표면적으로 영업력 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매각을 위한 사전 액션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까르푸 등 외국계 할인점 업체들이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그동안 회사의 인지도만 믿고 E마트, 롯데마트 등 토종기업과 같은 조건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소비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토종기업을 따라잡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국내 할인점 업계가 현재 5개 업체가 난립하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까르푸가 큰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시장에 대해 미련을 버리고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프랑스 까르푸 본사가 프랑스 내 경쟁사인 프로모데스를 인수한 이후 회사 규모는 비대해졌지만 지난 2003년에 영업이익률이 4.6%에 머무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올해 까르푸는 전세계적으로 약 36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고 이중 대부분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투입, 월마트나 토종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한국시장에서의 입지약화, 상품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투자계획 자체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까르푸는 최근 소문들의 발상지를 토종기업인 경쟁업체들로 규정하고 한국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한국까르푸 관계자는 “최근 경쟁사 점장을 영입한 것도 임원인사 등으로 결원이 생겼고 신규 매장 인력 보강으로 이뤄졌다”며 “프랑스 본사 신임회장도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까르푸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인수설은 현대백화점측에서 의도적으로 소문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시장은 텃새가 심해 지난 96년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지속적으로 철수설이 나돌았고 경쟁사에 의해 각종 루머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시장 관심 없다면 거액 투자 하겠나?”

인터뷰 띠에리 줄랑 한국 까르푸 마케팅 본부장-
최근 나돌고 있는 한국시장 철수설에 대한 입장은?▲프랑스 본사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한국정부와 올해 2억5,400만 달러를 투자키로 확정했다. 한국시장은 하이퍼마켓 사업을 전개하는데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한가지 예로 인구밀도와 자동차 보급률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하이퍼마켓 업태 특성과 잘 맞아 떨어진다. 까르푸의 한국시장 철수설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까르푸가 사업성이 없는 지역에 매년 거액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국내 토종기업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는데 한국까르푸가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은?▲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난해는 매출은 성장했지만 신규 출점이 벽에 부딪치면서 점포수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경영으로 점포수 확장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 올해 전반적인 사업운영 계획은?▲전주, 화성, 인천 등 3개점을 신규로 오픈과 함께 해운대, 구월, 중동, 면목, 일산, 원천, 목동 등 7개점에 대한 리모델링을 실시하기 위해 2,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점포 운영의 내실화 작업도 할 것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밀착정책도 올해 핵심과제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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