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산업의 개척자로 불리던 이맹기 대한해운 회장이 지난 12월 9일 향년 79세로 별세하면서 대한해운의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해운이 노르웨이의 골라LNG사로부터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 현재 대한해운의 외국인 지분이 49.96%에 달하고 있는데다 골라LNG가 최근 관계회사인 게버랜트레이딩(투자펀드회사)을 통해 대한해운 지분 매입에 나서 대한해운 보유지분이 30%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대한해운 경영권 유지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지난 68년 민영화된 대한해운을 30년 이상 이끌어 오던 이맹기 회장이 타계하면서 대한해운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대한해운의 경영은 현재 이 회장의 장남인 이진방 사장과 이 회장의 해군사관학교 10년 후배인 장학세 회장이 맡고 있지만 현재 외국인주주로부터 적대적 M&A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타계 이후 외국인주주들의 경영권 사냥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대한해운에 대한 적대적 M&A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이진방 사장이 대한해운의 경영권을 이어 받아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재 적대적 M&A 1순위에 올라있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대한해운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골라LNG가 최근 관계회사인 게버랜트레이딩을 통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현재 우호지분을 포함 30%의 대한해운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재계에서는 대한해운에 대한 적대적 M&A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

특히 게버랜트레이딩은 존 프레트릭센 골라LNG 회장이 소유한 회사라는 점에서 골라LNG의 대한해운 지분 매입은 단순 투자개념이 아닌 대한해운 경영권 사냥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현재 대한해운은 이 회장측의 보유지분과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35% 가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적대적 M&A의 귀재로 알려진 골라LNG가 외국인투자자 등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적극적인 대한해운 경영권 사냥에 나설 경우 대한해운의 경영권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현재 골라LNG는 대한해운 지분 30%(우호지분 포함), 현대상선 5.77%, 한진해운 5.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해운의 경영승계가 이미 이뤄졌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골라LNG가 적재적 M&A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골라LNG가 겉으로는 투자를 목적으로 대한해운,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의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해운이 적대적 M&A의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한해운의 외국인 지분이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고 대한해운과 골라LNG간의 보유 지분 차이가 5% 정도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대한해운은 추가적인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러한 골라LNG의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대한해운은 포스코, 대우조선해양 등 외부 우호 세력에 자사주를 매각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이해관계가 있는 국내 대기업을 위주로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다.지난 11월에는 포스코가 안정적인 원료수송을 이유로 들며 대한해운 지분 2.17%(21만주)를 79억원에 매입했다.이에 대해 대한해운 한 관계자는 “경영진에서 포스코 고위관계자에게 지분을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포스코측에서 사업상 필요에 의해 지분 매입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에 앞서 대우해양조선도 대한해운의 지분 7.56%를 257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대한해운 주식을 매입한 것은 단순히 포스코 박태준 회장과 대한해운 이맹기 회장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로만 볼 수 없다”며 “국내기업들이 적대적 M&A에 노출되면서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적대적 M&A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외국인주주들의 적대적 M&A 위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재벌기업들이 주식 매입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국내 재벌들의 결속을 통해 적대적 M&A를 방어하고 재벌기업 또한 경영권 위협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타계 이맹기 대한해운 명예회장은…
국내 해운업계의 개척자


지난 12월 9일 이맹기 대한해운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하면서 해운업계 관계자 등 고인에 대한 애도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1925년 경북 고령 출생인 이맹기 회장은 해군사관학교 1기생으로 출발해 해군참모총장과 국가재건회의 최고의원을 거쳐 지난 64년 대한해운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대한해운공사의 민영화를 계기로 이 회장은 당시 이학출 해군대령, 김만준 해군대령 등 8명과 공동으로 자본금 500만원으로 민간기업인 대한해운을 새롭게 출범시켰다.이후 68년 민영화된 대한해운 사장을 맡아 30년 이상 최고경영자로 대한해운을 선사규모 세계 11위의 해운업체로 성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현재 이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위정호 여사와 장남 이진방 대한해운 사장 등 1남 3녀가 있다.

장남인 이 사장이 지난해 이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실질적인 대한해운의 오너로 자리를 잡으면서 대한해운의 경영권 이전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타계가 이 회장과 가장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전해졌다는 후문.박 회장은 이 회장이 타계하기 전 지난 15일 포항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철강인 박태준’ 출판기념회에 이 회장을 초청했으나 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초청이 무산되면서 해운업계를 안타깝게 하고 있는 것.이 회장과 박 회장은 5·16혁명 당시 ‘정신적 동지’로서 의지하다가 각자 대한해운과 포스코를 설립한 이후 ‘사업적 동지’로 개인적인 친분 관계와 함께 사업적으로 전략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6년 대한해운이 민영화된 이후 포스코와 전용선 계약을 맺으면서 급성장했다는 점도 이들의 이해관계를 뒷받침해주고 있다.포스코와 대한해운의 전략적인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한때 대한해운의 매출에서 포스코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이 회장이 타계하기 직전인 지난 11월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대한해운의 주식을 포스코가 매입키로 결정하면서 대한해운의 적대적 M&A에 대한 백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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