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갑작스런 대표이사 교체 배경을 놓고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전 사장의 ‘부자 불화설’ 이 제기되고 있다. 두 부자간의 불화설은 CEO 교체가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불거져 나왔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불화설을 입증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동아제약측은 ‘불화설’을 전면 부인해 이번 인사배경을 놓고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동아제약은 지난 2일 강문석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를 사임하는 대신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연구소장이던 김원배 전무가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전사장의 갈등으로 인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에서 제기하는 불화의 주 원인은 강 사장의 ‘조직개편’ 으로 인한 내부 갈등 심화와 ‘박카스 판매 부진’. 강문석 사장은 2년전 대표이사 취임후 외부에서 임원을 영입하고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보수적인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면서 회사 원로들과 이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는 ‘자기 사람 심기’ 로 비춰졌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강 사장이 강신호 회장과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고 ‘강 회장 사람’ 청산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하며 “강신호 회장이 그동안 경영 현안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인 둘째 아들인 강문석 사장을 대신해 전문경영인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 고 해석했다.

또, 최근 비타민 음료의 공세에 드링크 업계 부동의 1위 ‘박카스’의 자리가 위태로워 진 것도 강 회장 부자의 불화를 부채질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최근 1년간 강 회장 부자는 경영권을 둘러싸고 지분매입 경쟁을 벌인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동아제약측은 이런 루머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회사 관계자는 “강문석 사장의 경질은 경영실적이나 박카스 판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강 사장 재임시 오히려 실적은 좋았기 때문이다. 또 지분매입의 경우도 부자가 힘을 합쳐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함이지 견제측면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강 사장이 업무와 관련, 몇 달간 해외에 나가 있었던 것이 업계에 잘못된 소문으로 증폭되고 와전된 것 같다” 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동아제약측은 이번 인사가 신약개발에 대한 강신호 회장의 의지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대표품목인 박카스의 부진을 만회할 만한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2세 경영인 보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인사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동아제약측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세계화가 중요한 시점에서 연구소장 출신인 김원배 전무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자사뿐만 아니라 제약업계 전반에 큰 의미가 있다. CEO의 교체 배경보다 신임 사장 취임에 따른 향후 동아제약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인사로 동아제약 후계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강신호 회장이 차남인 강문석 전사장을 대신해 동아제약 메디칼 본부장을 맡고 있는 삼남 강정석 전무에게 후계구도를 물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강 회장과 강 전사장의 화해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사장의 복귀여부를 놓고 강 전사장의 복귀를 점치는 시각과 강 사장이 완전히 배제됐다는 분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강신호 회장이 회사 복귀와 동시에 당분간 후계 체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원톱 체제로 회사를 이끌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강 전사장의 복귀여부를 떠나서 동아제약은 불확실한 후계구도와 대주주의 불화 및 지분 분산으로 인한 내분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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