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이 삼성물산 주가를 조작해 2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헤르메스자산운용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섰다. 헤르메스의 주가조작에 대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투자자들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미끼로 주가를 조작,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불공정 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의 지배구조가 문제가 될 경우 적대적 M&A 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 결국 삼성물산의 주가상승을 부추기거나 주가하락을 막기 위한 액션이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국내 증시에 외국인 지분이 늘어나면서 국내기업들이 적대적 M&A 위협을 받고 있다.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거나 우량기업을 인수한다는 ‘이중 포석’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자칫 국내 시장이 외국인투자자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행제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적대적 M&A 위협을 받고 있는 모 대기업 고위관계자의 말이다.이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수익 극대화 수법이 날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편법을 동원하는 등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지난 2000년에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30%에 그치던 것이 현재는 40%를 넘어서고 있다.국내 외국인 지분율은 헝가리, 핀란드, 멕시코에 이어 세계 4위고, 평균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일본에 비하면 3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헤르메스의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도 외국인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금감원이 처음으로 외국인투자자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로 정식 조사에 착수하면서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헤르메스는 지난 11월 12일, 26일과 12월 1일에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과 주주환원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같은 내용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삼성물산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논의했다”고 밝혔다.결국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의 지배구조가 문제가 될 경우 M&A를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하겠다’고 공표한 뒤 2일 후인 12월 3일 삼성물산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이에 따라 금감원은 헤르메스가 주가조작을 통해 약 20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는지 여부 등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또한 헤르메스가 지난 12월 1일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가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을 유도하지 못했지만 헤르메스의 보유 주식이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매입됐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증권 한 관계자는 “헤르메스의 M&A 세력을 지원하겠다는 공표가 시장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결국 삼성물산의 주가하락을 막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점에서 시세를 조종했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로 볼 수 있다”며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보유주식을 작은 규모로 나눠 팔았고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력이 약한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재계에서는 이번 헤르메스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는 혐의에 대한 ‘물증’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일종의 경고라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주가 띄우려 툭하면 M&A위협
국내기업들 외국인투자자에 골머리

삼성물산·SK·KT&G 등 대표적현재 삼성물산을 비롯해 SK, KT&G, 대한해운 등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적대적 M&A 위협을 받고 있다.외국인투자자들은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대적 M&A’ 시도로 위협을 하거나 경영진의 부도덕성을 강조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최근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져 나왔지만 지금 재계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이익 극대화 수법에 번번이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투자자들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공정위 등 관계당국에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외국인투자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과 더불어 외국인투자자의 경영권 위협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헤르메스의 주가조작 논란에 이어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소버린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소버린이 임시주총을 요구하며 최태원 회장의 도덕성 문제 등을 거론했을 때도 일각에서는 SK(주)의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했다.최근 소버린이 SK(주)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면서 SK(주)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높아졌다.KT&G도 영국계 TCI펀드로부터 경영진 교체 등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TCI가 보유한 KT&G 지분이 4%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주가상승’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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