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전 원내대표 후임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임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우원식 후보에게 패배했었다. 이번이 재수인 셈인데, 국회 주변에서는 지난해 패배 이후 올해 다시 도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사실상 지난 1년여 동안 꾸준히 선거운동을 해 온 셈이다.
 
게다가 요즘 잘나간다는 친문 핵심 의원 아닌가. 노웅래 의원이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노웅래 의원 본인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듯하다. 결과 발표 이후에도 환한 표정을 지으며 표정관리를 잘했다. 아마 내년에 다시 도전하지 않을까.
 
이번에 치러진 여당 원내대표 경선은 예년과 다른 점이 있었다. 후보들의 선물 공세와 자택 앞 뻗치기를 금지한 것이다. 이 조치로 경선 과정에선 각 의원실로 후보들이 준비한 꽃이나 액자, 책 따위를 보내는 풍경이 사라졌다. 밤낮 가리지 않고 지역구 사무실이나 자택을 방문해서 감동을 줬다는 미담(?)을 들을 수 없었다.
 
당 차원에서 선물 제공이나 자택 방문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가 후보들의 부담을 줄여 주긴 했지만 경선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지면서 도전자 입장에서는 판을 흔들기 어려워지는 효과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연이어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이변 없이 친문 후보가 당선됐다.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을 말한다. 전에는 원내총무로 불렸는데, 아직도 국회 주변에는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원내대표라는 말이 생겨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2003년 김근태 의원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되면서 원내대표로 격상시켰고 다른 당들도 따라가게 되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정책위원장과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제를 정착시켜 한 발 더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원내대표 경선은 더불어민주당보다 자유한국당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원내대표는 과거 원내총무로 불리던 시절에 비해 위상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총재가 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어서 원내총무는 사무총장에 이어 3인자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의원들이 직접 선출하는데다 원내전략도 실질적으로 관장하게 되면서 당 대표와 대등하게 투톱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그런 탓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합이 맞지 않는 경우 불협화음이 새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이종걸 원내대표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으면서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꼬리표처럼 달리기도 했다.
 
정치인은 욕 잘 먹는 것이 직업윤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욕 먹는 게 일상이지만 그중에서도 원내대표는 잘해도 욕먹는 자리다. 원내대표를 거쳐 간 인물 중에 무능의 아이콘이 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다.
 
원내대표의 주 업무가 교섭단체 간 협상이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협상의 속성상 어느 정도는 내줘야 하고, 말 많은 정치권에서는 얻은 것보다 내준 것을 두고 비난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끼어 비난을 한 몸에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원내대표를 선망하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어 한다. 원내대표가 되면 바로 원내당직자의 원내 업무보고를 받는다. 원내대표는 원내 당직자들로 구성된 원내행정실과 국회 사무처에 파견된 교섭단체 지원 인력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고 관리 권한을 가진다.
 
매주 월, 수, 금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별도로 원내대책회의, 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당을 대표하는 스피커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국회의원들이 원내대표 자리를 탐내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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