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류영준 교수…“황, 줄기세포 연구 승인 개입해”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사제(師弟)지간이었던 황우석 박사와 류영준 강원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동부지법 508호 법정에서 소송을 펼쳤다. 류 교수는 지난 2016년 두 차례 언론 인터뷰와 한 차례 토론회에서 언론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의 줄기세포 완화 조치에 황 박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황 박사는 지난해 1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류 교수를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인연 의혹 제기
- 류 “보도 인용해 비판” vs 황 “계획적 명예훼손”



류영준 교수는 지난 2002년 3월 황우석 박사의 서울대 수의 학교 교수 시절 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류 교수는 당시 팀장직을 합류 3개월 만에 맡았으며 박사급 연구비인 150만 원을 매달 받는 등 각별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남달랐던 사제관계는 지난 2005년 6월 틀어졌다.

류 교수는 ‘닥터K’라는 필명으로 “황 박사가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를 10세 아이에게 임상실험을 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제보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는 황 박사가 연구 결과를 조작해 거짓 논문을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는 단초가 됐다.

두 사람은 지난 9일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13년 전 ‘줄기세포 파문’으로 우리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황 박사가 제자 류 교수를 법정으로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황, 대통령 독대 안 해
“류 교수 주장은 거짓말”
 


앞서 류 교수는 지난 2016년 11월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같은 해 12월 1일 머니투데이, 7일 ‘박근혜-최순실을 둘러싼 의료 게이트’ 토론회 등에서 황 박사가 박근혜 정부 시절, 금지돼 있던 인간 줄기세포 연구를 정부가 규제를 풀고 다시 승인하도록 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황 박사가 최상위 핵심 권력층에 접근해 정부 차원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 필요성을 강변한 것으로 안다. 청와대 비서관들도 참여한 회의에서 ‘차병원이라도 연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정윤회 부부 등과 각별한 사이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황 박사는 지난해 1월 류 교수가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4월 토론회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요청을 받아 참석했을 뿐 ‘청와대 수석실을 통해서’ 참석하지 않았으며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게다가 최순실, 문고리 3인방, 정윤회 등 이른바 ‘비선 실세’를 알지 못하며 대통령과 독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0개월여 수사한 끝에 류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황 박사 측은 재판에서 “류 교수의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류 교수가 일하는 국립대학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이과대학 교수는 공인”이라며 “최순실과 정윤회, 문고리 3인방, 차병원 연구 승인 로비 의혹 등은 공인이 출판물을 통해 반복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갈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전문가로서 비판
‘비방의 목적’ 인정 못해
 


반면 류 교수 측은 “류 교수가 제기한 의혹은 황 박사 본인이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미 밝힌 부분이거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같은 내용”이라면서 “줄기세포 전문가이자 연구윤리·생명윤리 전문가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한 비판 발언이었으므로 ‘비방의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실제 황 박사는 지난 2016년 7월 세계미래포럼 주최 강연회에서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 승인 관련 회의에 참석해 창조경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후배들이나 동료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며 “차병원에 다시 문을 열어준 정부 조치에 존경하고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차의과대학의 체세포 복제 배아연구 계획을 조건부 승인한 지 십여 일 지난 때다.

당시 언론에서는 지난 2016년 4월과 5월, 7월 총 세 차례 황 박사와 박 전 대통령, 차병원 등의 연결고리에 대한 의혹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황 박사는 재판에서 류 교수가 비판 근거로 제시한 보도에 대해 “12년간 언론을 보지 않아 몰랐다”라고 일관했다.

이에 류 교수 측 변호인은 “기사를 잘못 쓴 기자도 고소를 하거나 정정보도 요청, 손해배상 청구를 했느냐”고 묻자 황 박사는 “수백 건의 오류, 왜곡 기사가 있어도 한 번도 (고소를) 한 적이 없다. 기자는 설사 오보를 했다고 하더라도 ‘과대 영웅증 환자’는 아닐 거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기세포, 치료 성공 증가
“원천 연구 활성화돼야”

 

황 박사가 지난 2005년 인간 난자로부터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며 ‘사이언스’지를 장식한 후 11년.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규식 경북대학교 줄기세포 치료기술연구소 소장은 “줄기세포 연구는 10년 전에 비해 많이 발전되고 있다. 많은 과학자가 지난 2006년 역분화줄기세포 성과 보고 이후 배아, 역분화, 직접교차분화, 성체줄기세포 등의 분야에 연구를 몰두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알로제닉(동종이식) 치료세포제가 성체줄기세포 효능과 인간 치료 시장 면에서 본다면 향후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면역협상이 잘 되는 안과학적 질환 분야에서도 환자 치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극복할 수 있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인간 치료 시장과 더불어 동물치료시장도 동반성장해야 하는 시점인 것도 사실이다”며 “대외경쟁력을 갖춘 줄기세포 연구 분야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기초·원천 연구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같이 안정화된 프레임이 기반 돼야 다양한 연구와 치료 효율을 앞당길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황 박사는 지난 2008년부터 동물 줄기세포 연구와 개발, 생산 등을 하는 ‘에이치바온’ 업체의 최대주주로 있는 등 아직까지 줄기세포 연구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 2013년 9월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조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병리과 교수,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피부 및 장기조직, DNA, 혈액, 혈청 등을 연구하는 인체자원은행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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