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타·STX조선·한국지엠 구조조정 마무리에도 따라붙는 ‘먹튀’ 논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굵직한 구조조정을 순차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도 부침이 심한 모습이다. 앞서 올해 상반기 금호타이어·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한국지엠(GM)의 구조조정은 모두 매듭지은 상태다.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산업 논리에 기초한 원칙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다만 ‘외국 자본의 먹튀(먹고 튀다) 논란’ 등이 부각되기도 했다.

“쓸데없는 혈세 투입 없다” 대원칙 세워 구조조정 매조지
 이 회장, 먹튀 계약 논란에 “그런 식 비판이면 무슨 일 할 수 있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STX조선,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구조조정 기업 현안을 연달아 매조지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이동걸 회장의 원칙은 고통분담, 산업논리, 부실기업 독자생존 등이었다.

부실기업에 혈세 투입은 없으며,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혼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 이동걸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은 금호타이어, STX조선, 한국GM 구조조정 합의 과정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얻었다.

STX조선의 경우 지난 2013년 이후 채권단의 관리를 받으면서 8조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하지만 STX조선은 스스로 살아나지 못했고, 산업은행은 STX조선을 지난 2016년 법정관리하기로 했다.

STX조선은 지난해 7월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마치고 산업은행 관리로 다시 들어왔다. 이동걸 회장은 STX조선에 더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STX조선 스스로 고정비를 감축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견해였다.

이동걸 회장의 원칙에 따라 STX조선은 스스로 자율적인 방법으로 고정비 감축안을 내놨다. 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의 자구안이 합리적 수준의 고정비 감축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 법정관리를 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처리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동걸 회장은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원칙을 세웠다. 금호타이어가 해외매각 찬성, 고정비 감축 등의 자구계획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해외매각을 철회하고 법정관리에 보낼 것이라 경고했다.

결국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은 성사됐고, 정부의 구조조정이 정치 논리에 입각한 퍼주기식 지원이 아닌 살릴 기업은 살리고 가능성 없는 기업은 과감히 처리하겠다는 ‘기업구조조정 대원칙’이 통했다는 평가를 이끌었다.

이어진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동걸 회장은 가성비론을 꺼냈다. GM에 국민 혈세 수천억 원을 투입해 1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실사보고서가 완료된 뒤에 지원 여부를 확정하려 했지만 중간 실사 결과에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이 최종 실사 결과에 구체화되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지원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한국GM에 대한 회계실사가 원활하고 부품협력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한국GM의 유동성 지급이 시급한 점 등이 고려됐다. 산업은행은 한국GM에 신규투자로 총 7억5000억 불, 우리 돈으로 8000억 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측은 “GM이 기존 한국GM 앞 대출금은 전액 출자전환하고 뉴머니로 당초 제시한 23억 불보다 13억 불 증액한 총 36억 불(약 4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면서 “산업은행 역시 지분율, GM의 장기경영유지, 비토권 등과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협의 과정에서 한국GM이 최소한 10년간 국내에 공장을 가동하고 장기투자 약속을 보증한 법적 수단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산업은행의 동의가 없으면 한국GM이 산업 자산을 매각할 수 없도록 하는 거부권 (비토권)에도 동의를 얻어냈다.

산업은행과 GM은 지난 11일 한국지엠의 수익성과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재무지원 협약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경영정상화 계획에 대한 지원을 확정한 바 있다.

GM은 ▲한국 및 주요 수출시장을 겨냥한 신형 소형 SUV 및 신형 CUV의 개발 및 생산 ▲차세대 글로벌 차량을 위한 3기통 다운사이징 가솔린 엔진의 개발과 생산 등을 이행할 예정이다.

다만 대원칙을 통한 구조조정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동걸 회장과 산업은행이 결정한 투자금 7억5000달러를 두고 ‘지원만 받고 다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먹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걸 회장 입장에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인 것이다. 또 GM과 산업은행이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거나 먹튀를 방지할 수 있는  견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점 등도 제기됐다.

이동걸 회장은 한국GM 관련 이른바 ‘먹튀론’, ‘굴욕 협상’ 등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10년 비토권, 지속적 설비 투자 등으로 ‘먹튀’라고 할 만한 요인이 없는 데다 양쪽이 모두 만족스럽다는 설명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투자금에 대해서도 “혈세를 퍼줬다는 비판이 있는데 리스크가 클 뿐이지 퍼주기를 전제한 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사안 하나하나를 보면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고 GM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며 “서로 ‘윈윈’하는 협상이 아니었나 싶다”고 강조했다.

또 10년 뒤 철수 가능성을 일축한 그는 “먹튀는 공짜로 먹고 튀는 것인데 64억 달러를 투자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굴욕 협상 비난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비판을 하면 앞으로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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