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3735억 원 가로챈 ‘희대의 사기극’으로 결론
초기 수사 지연 경위, 특혜 분양, 정·관계 로비 규명 미흡

 
2003년 7월 1일 동대문 초대형 쇼핑몰 건립을 추진 중이던 굿모닝시티 윤창열 대표가 분양금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동안 무성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같은 해 4월 본격 내사에 착수한 검찰은 계좌추적 및 장부확인 작업을 통해 굿모닝시티에 유입된 자금이 약 5천억 원이라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 중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윤 씨 횡령액의 정확한 규모를 밝혀내고 있었다.
 
당시 검찰은 7억 원으로 출발해 분양금 8천억대의 초대형 쇼핑몰 분양에 성공한 윤 씨가 정·관계 로비를 실제로 벌였는지 여부, 금품로비를 했다면 얼마를 사용했는지, 또 어떤 목적으로 로비를 했는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정·관계 로비의혹의 단서는 윤 씨가 2001년 하반기부터 2002년 말까지 민주당 정대철, 허운나, 강운태 의원 등에게 후원금 형식으로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뿐이지만 이는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라는 게 수사관계자들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비자금으로 수백억 원을 조성해 정권 실세급 인사들에게 수억 원씩 뿌렸다는 의혹과 조직폭력배의 개입 및 윤 씨의 횡령혐의에 따른 검찰과 경찰의 수사 가능성을 차단시키기 위해 통 큰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 등 추가 의혹에 대해 검찰이 어느 정도나 규명해낼지에 관심이 쏠렸다.
 
우선 로비의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목은 2002년 말 굿모닝시티가 중견 건설업체 한양㈜을 인수하는 과정. 한양의 자산가치를 감안할 때 인수대금을 낮게 책정받은 부분이 시비 대상으로 2천 308억 원의 인수대금 중 계약이행 보증금 180억 원을 지불한 상태에서 한양의 부동산을 전매할 수 있도록 한 계약조건 등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고, 굿모닝시티가 이같은 계약을 하기까지 정치권을 통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굿모닝시티의 한 전직 간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척을 통해 당시 정권 실세급 인사들을 동원, 한양의 주채권자였던 대한주택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언급한 사실은 의혹의 증폭과 동시에 해소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 굿모닝시티의 한 현직 간부는 “윤 회장이 한양 인수 작업 때 회사 내부의 공식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고 주로 외부에서 일을 추진했으며, 늘 ‘일이 잘되게 돼 있다’고만 했다”고 말한 점도 ‘믿고 있는 구석’을 염두에 둔, 즉 로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검찰은 굿모닝시티 본사 사무실과 윤창열씨 자택에서 압수한 각종 경리 및 비자금 장부 및 은행계좌 등을 통해 전체 분양대금과 횡령액, 비자금 규모, 비자금의 흐름 등을 면밀히 파악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의원 후원금 형식으로 ‘합법적으로’ 들어간 돈은 윤 사장의 전체 횡령액이나 비자금 규모로 볼 때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만큼 돈의 흐름이 정확히 파악될 때는 핵폭탄급의 위력을 지닌 ‘윤창열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윤창열 게이트’는 윤창열 전 굿모닝시티 대표가 3천여 명에 달하는 분양계약자를 상대로 3천735억 원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극’으로 결론났다. 2003년 12월 28일 서울지검 특수2부는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 윤 씨가 아무런 자금조달 계획이나 능력도 없이 고의로 분양대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윤 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 추가기소했다.
 
이로써 같은 해 4월 시작된 윤창열 게이트 수사가 8개월여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당시 윤 씨는 굿모닝시티 법인자금 309억 원을 횡령, 배임한 혐의 등으로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였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수중에 한 푼의 돈도 없이 사전 분양으로 분양대금이 입금되면 사업부지를 매입하겠다는 허황된 구상에 따라 2001년 6월께 고리의 사채만으로 사업을 개시,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한채 분양을 계속해 왔다.
 
윤 씨는 분양대금중 715억 원을 ㈜한양 인수, 아파트 신축부지 등 부동산 매입, 생수회사 인수, 다단계 판매회사 설립, 병원 인수 등 쇼핑몰사업 이외의 곳에 마구잡이로 유용, 대부분 손실을 유발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 분석 결과 굿모닝시티가 분양대금 3천735억 원과 사채 1천200억 원, 금융기관대출 1천100억 원으로 끌어들인 6천여억 원의 자금은 토지매입금 2천300억 원, 사채상환 1천200억 원, 대출금 상환 600억 원, 분양수수료 500억 원, 쇼핑몰 이외 투자 715억 원, 윤 씨 횡령, 로비 230억 원, 회사경비 430억 원 등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울지법 파산부에 신고된 미변제 차입금이 사채원리금 797억원, 금융대출금 833억 원 등 총 1천63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법정관리 상태인 굿모닝시티 사업이 재개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또 윤 씨 등으로부터 수십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건설교통부 공무원 등 5명을 해당 부처에 비위 통보했다. 검찰은 특혜 분양 여부에 대한 수사 결과 파출소 이전 문제에 대한 청탁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손모 전 경위만이 인척 명의로 특혜 분양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혜 분양 의혹 대상자 107명과 이들의 친인척 등 1천명 명단을 분양자들과 대조, 이름이 같은 203명을 추출했으나 정밀조사 결과 모두 동명이인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정대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외에 정·관계 인사들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굿모닝시티의 건축심의 등 인·허가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시 간부 P씨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했고, 신안그룹의 굿모닝시티 대출 관련 비리 의혹도 계속 내사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02년 6월께 경찰로부터 윤 씨가 분양대금 1억 8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 사건을 넘겨받고도 1년 가까이 사건수사를 지연한 경위에 대해서는 감찰조사를 위해 관련기록을 대검 감찰부에 이첩했다.
 
검찰은 그간 ▲한양 인수 로비 ▲사업인·허가 로비 ▲금융기관 대출 로비 ▲검·경 수사무마 로비 ▲사업부지 취득로비 등에 대해 수사를 벌여 모두 42명을 입건, 27명을 구속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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