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났다. 처음에 영구임대아파트를 준다고 약속해 놓고선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폭력을 휘두르며 강제 철거시키고 있다.”2007년 가장 비싼 주상복합 아파트인 ‘파크타워’가 들어서는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5가 19번지 일대. 현재 이곳은 엄청난 폭격을 맞은 것처럼 대지 1만 5,000평의 전 가옥들이 처참하게 부서져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인가를 받아 재개발 사업이 진행돼 철거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삼성건설과 현대건설이 최상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재개발사업의 부당함은 감춰져 있다. 지하철 이촌역을 빠져나오면 서울 용산구 용산동 5가 19번지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르르 내려앉은 기와지붕, ‘철거’ 대상 가옥임을 의미하는 빨간 색의 번지 표시 글씨, 깨진 유리, 뒤엉킨 가재도구, 쓰레기더미들이 차가운 기운까지 감돌아 을씨년스럽다.

이렇게 황폐해진 동네 골목 한켠에 용산동 5가 세입자들이 떨어진 문으로 바람을 막고, 찢겨진 비닐로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부당하게 쫓겨나는 것도 억울한데, 조합과 삼성물산이 고용한 용역인들에게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밤낮으로 악랄한 ‘철거’ 협박을 받고 있다”며 “하루 빨리 당초 계획대로 임대주택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2007년이면 이곳에 서울에서 가장 비싸고 화려한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삼성물산이 주간하고 삼성건설과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강북의 타워팰리스’로 불리는 ‘파크타워’가 지어진다. 올해 과열 청약경쟁으로 화제가 됐던 주상복합 용산시티파크와 건물 하나를 두고 위치한다. 파크타워 부지는 용산시티파크 대지면적(7,366여평)의 2배가 넘는다. 지난 7월 이전까지는 25세대이상의 세입자들이 철거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지만 용역인들의 폭언과 폭력이 심해져 현재는 10여세대 정도만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허름하고 불편해 보이는 천막에는 몸이 불편한 아녀자들과 유치원을 다닌다는 두 아이가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강제 철거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시공사는 시공비를 받아 건설만 할 뿐이다. 조합측이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합측 역시 “조합측은 세입자들을 임대주택으로의 이전을 도와주고, 주거대책비나 이사보조비 등을 최상으로 대우하고 있다”며 “생활보조금, 임대주택, 이사비 등을 모두 요구하는 세입자들의 욕심이 과하다”고 말했다.이 지역 일대는 재개발 사업진행을 위해 철거대상 지역으로 분류된 상태다. 재개발사업이 추진됐던 지난 94년 당시 세입자들은 임대주액 입주가 약속됐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7월 서울시가 이곳의 토지 용도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꿔 임대주택입주 약속은 무효가 됐다. 세입자들은 “거액의 보상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조합측은 월 20~30만원씩 관리비 등을 지불하고 2년밖에 거주할 수 없는 임대아파트를 주고는 보상을 다 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영구 임대아파트를 원한다”고 요구했다.결국 의견 폭을 줄이지 못한 조합측은 강제로 철거를 진행했고, 철거 협박의 강도는 심화됐다. 세입자들은 “조합측이 이주공고가 나기도 전에 입산용역이라는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세입자들을 협박하고 구타했다”고 전했다. 또한 100여명이 넘는 용역인들은 집안에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머로 지붕에 구멍을 내고, 가재도구를 박살내고, 무단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사람을 강제로 끌어냈다고 한다.

현재 입산건설은 회사명을 ‘참마루건설’로 바꾸고 용역인들을 용산동 5가 일대 구석구석에 배치해 24시간 세입자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한 세입자는 “며칠 전 친척들이 찾아와 그들 사무실 앞에 차를 세워두었는데, 다음날 차 유리창이 깨지고, 차 전체가 못으로 긁혀 끔찍하게 망가졌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세입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부당함을 알리곤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조합원들이 강압적으로 개인 컴퓨터를 압류해 이마저도 못하게 됐다. 7월에는 용역인들이 세입자들이 거주하던 천막을 모두 파손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의 세입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세입자들은 “철거깡패 용역인을 동원한 삼성물산·재개발조합은 물론,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모두 한통속”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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