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신동아그룹 회장이었던 최순영씨가 지난달 28일 중앙일간지를 통해 1,500만원짜리 광고문을 게재했다. 광고문을 접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추징금조차 못내겠다고 버틸 땐 언제고 느닷없이 거금을 들여 광고를 하느냐”며 비아냥거렸다. 현재 최씨는 1,067억원의 종합소득세를 체납해 국세청이 발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있는 상태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거금을 들여 광고문을 게재한 까닭은 무엇일까.지난 98년 6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은 1억 8,500만달러 상당의 수출금융 편취와 1억 6,500만달러 외화도피 혐의가 확인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됐다.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로 최씨는 3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곧 보석으로 풀려났다.현재 최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온누리교회 횃불선교원 근처에 기거하며 신앙생활에 주력하고 있다.

주변의 온누리교회 신도들을 비롯해 신동아빌라지구에 거주하는 이웃들은 “요즘은 최씨의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조용히 지내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그가 갑자기 광고를 통해 “검찰이 내가 고소한 사기사건의 수사를 일부러 지연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 촉구를 요했다.그가 억울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최씨는 검찰 측에 전 신아원 사장인 김종은씨를 650만달러(51억원) 사기횡령죄로 고소했다. 최씨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김씨는 경영을 시작하자마자 카자흐스탄에서 기름을 사들이는 사업을 벌이며 650만달러 규모의 무역거래 사기를 쳤다는 것이다. 최씨는 “650만 달러 오일계약 서명날짜와 관련해 김씨는 자기가 여의도 63빌딩 신아원 사무실에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출입국 관리기록을 보면 김씨는 한국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김씨가 650만달러를 가로챘다는 주장에 증거는 없다”며 “현재 재판기록을 검토하고 관련자를 대질하는 등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전했다.이번 고소건의 시발점은 지난 98년 최씨와 김씨가 연을 이은 때로 올라간다. 최씨는 무역업을 하기위해 신동아그룹 계열사로 ‘신아원’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초대 사장에 김씨를 임명했다. 그러나 곧 최씨는 김씨와의 불화로 해고 결정을 내렸고, 김씨는 이에 “위장 무역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최씨에게 30억원을 요구했다. 최씨는 김씨의 요구에 대해 사전에 경찰에 김씨를 공갈혐의로 신고하고, 돈을 주겠다며 김씨를 유인, 그 자리에서 경찰이 김씨를 검거했다. 최씨의 신고로 98년 4월 구속된 김씨는 그해 12월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곧 수출입계약서 허위작성과 총 1억 6,500만달러 외화 밀반출 혐의로 서울지검 특수1부에 다시 구속됐다.

그리고 이 사건은 최씨의 혐의로 연결됐다. 당시 최씨는 외화 밀반출 과정에서 “김씨가 시켜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1,000만달러를 제공했다”고 진술했고, 결국 무역거래사기혐의로 구속됐다.무역거래사기혐의와 관련해 최씨는 “김씨가 아닌 내가 위장무역 주범으로 오인돼 3년 실형을 받았다”며 “주범은 내가 아니라 김종은이다. 나는 피해자다”라고 주장했다.또 최씨는 김씨를 공갈협박혐의로 신고할 당시 “김씨가 미국 유령회사인 스티브영사에서 물품을 수입해 러시아 등에 수출한 것으로 꾸며 국내 4개 은행에서 1억 7,000여만달러의 수출지원금을 받아 미국으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2년 검찰은 최씨가 96년 5월부터 97년 6월까지 회장으로 재직했던 ㈜에스디에이 인터내셔널의 계열사를 통해 1억7,000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뒤 이를 에스디에이 인터내셔널에 갚기 위해 대한생명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김씨와 최씨 모두 세금 미납자 명단에 올라, 공식적인 활동을 전혀 안하고 있다. 당시 신동아 계열 신아원 사장이었던 김 씨는 1억6,000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려 1,965억원의 추징금을 36만원만 물었다. 지난 99년 국세청은 신동아그룹 계열사와 최순영 회장 일가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상당 규모의 탈루세액을 추징했었다. 당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통해 최 회장이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소득을 이전하거나 회사자금을 개인용도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위장 계열사가 확인됐다.국세청은 특별세무조사 후 최 회장 일가와 계열사에 대해 모두 1,200억원대의 탈루세액을 ‘분리과세’했다.

최순영-이형자부부 신앙생활에만 열중
거주지도 양재 온누리교회 앞골목 빌라


최순영 전신동아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양재동 신동아빌라 지구는 양재 온누리교회(양재동 55번지) 바로 앞 골목에 위치해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최순영 전회장과 그의 아내 이형자씨가 외출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것도, 두 부부가 온누리교회와 기독교 TV를 찾을 때이다. 지난 99년 12월 이형자씨가 옷로비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던 장소도 횃불선교센터(현 온누리교회)였다. 최씨 부부는 과거 횃불선교센터 경영위기 때 다른 재산을 팔아서라도 횃불선교센터만큼은 지키고자 했던 만큼 여전히 신앙생활에 열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횃불선교센터(횃불회관)는 약 4,000평 규모로 신동아그룹 최순영 전회장이 세운 건물이다.

이후 최씨가 외환도피 혐의로 구속되고 횃불선교재단 이사장이었던 부인 이씨가 옷로비 사건에 휘말리며 급격한 경영위기를 맞았고, 지금의 온누리교회에 인수돼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이형자씨는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설립자로 등록돼 있다. 이씨는 온누리교회 양재성전 왼쪽 건물에 위치해 있는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사무실에 종종 들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은 지난 96년 10월 횃불학원으로 설립인가를 받아, 이씨가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97년 신학대학원으로 설립인가를 받아, 98년 신입생을 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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