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소버린자산운용의 패배로 끝난 SK-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이 7개월 만에 재개됐다. 최근 소버린은 최태원 SK 회장의 이사자격을 문제 삼고 있는데다 SK텔레콤 등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이를 정유부문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이러한 소버린측의 요구는 결과적으로 최태원 회장의 퇴임과 SK그룹의 해체를 의미하고 있어 향후 임시주총 소집 여부와 소버린의 대응 방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지난 3월 주총 이후 7개월 동안 SK(주) 경영진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건강한 기능을 저해하는 회사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과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경영진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홍보에만 주력했다. 잘못된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SK(주)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정유사로 도약하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소버린은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SK(주) 이사회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25일 소버린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형사 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사는 직무수행을 정지하고, 형의 선고가 확정되면 이사직을 상실케 한다’는 조항을 정관에 신설하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이러한 소버린의 요구는 ‘최태원 회장의 퇴임’과 ‘SK그룹의 해체’를 의미한다.최 회장은 지난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따라서 소버린의 요구대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될 경우 항소심의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은 이사직을 상실하게 된다.최 회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나면 SK(주)가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또한 소버린측은 지난 5년간 SK(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아시아의 타 정유사보다 낮다고 주장하며 정유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버린은 “SK(주)가 SK텔레콤 주식 21.5%(약 3조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SK네트웍스에 8,500억원을 출자하는 것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유부문의 투자를 통해 아시아 정유시장에 진출할 경우 현재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SK(주)가 SK텔레콤 등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정유부문에 투자해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으로 결국 SK그룹의 해체를 의미한다.이러한 소버린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대해 SK(주)도 정면 대응태세로 맞서고 있다.최 회장은 최근 서린동 SK 본사 구내식당에서 계열사 사장단 모임을 갖고 “소버린이 법대로 하면 우리도 법대로 하면 된다”며 “앞으로 경영자로서 최선을 다해 좋은 회사를 만들어 나갈테니 흔들리지 말고 많이 도와달라”고 사장단에 당부했다.

또한 SK(주)는 사내 법무팀을 통해 정관변경 등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에 대해 외부 검토를 실시한 결과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시주총을 연다는 것은 전체주주의 이익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아 소버린의 임시주총 요구에 불응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SK(주) 이사회도 임시주총 소집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SK그룹 관계자는 “대부분의 이사들이 SK(주)가 현재 지배구조개선과 주주이익제고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린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의아해 하고 있다”며 “임시주총은 이사회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기 때문에 임시주총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27일 주가는 6만500원으로 마감, 상장 이후 처음으로 6만원선을 넘어섰다. 25일 이후 3일 연속 3% 이상의 오름세이다.

‘소버린의 숨은 의도’

이번 소버린의 임시주총 요구에 대해 재계는 전략적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재계에서는 소버린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우선 소버린이 SK(주)의 정기주총을 불과 5개월 남겨놓고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것은 최 회장이 내년 주총까지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데 걸림돌을 만들기 위한 노림수라는 반응이다.현재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21% 정도에 불과해 앞으로 적어도 15%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경영권 분쟁으로 SK 주가가 오르고 최 회장이 우호지분을 확보하는데 견제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대한 소버린의 숨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소버린이 SK 보유지분을 처분하기 위한 일종의 의도된 액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소버린의 임시주총 요구는 향후 SK 보유지분을 처분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라며 “소버린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최 회장의 도덕적 약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결국 SK(주)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최 회장이나 SK 경영진에 대한 입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경영권 분쟁을 해온 소버린이 향후 지분을 처분하고 발을 빼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결국 이번 소버린의 임시주총 요구는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주가 상승을 지켜본 후 지분 매각을 통해 높은 차익을 실현시키겠다는 의도로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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