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온라인 경제매거진 에퀴터블(www.equi tables.co.kr)이 발표한 ‘고민에 빠진 한국 오너들’ 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대기업 중 서열 20위권 밖의 중견기업들의 후계구도 확립 및 경영권 승계가 10대 기업들 보다 잘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전반적으로는 50대 그룹 중 14곳만이 경영권 승계를 마쳤고, 36곳은 후계 구도 확립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10대 그룹 이하 중견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 태영, 동원, 하이트 맥주 등은 이미 2세들에게 최대주주 자리가 이전됐다. 태영그룹 윤석민 대표는 2002년 10월 윤세영 회장 소유의 태영 주식 113만2,123주(14.8%)를 양도받았고 지난해 10월에는 윤세영 회장으로부터 SBS 보유지분 전량을 증여받아 총 지분 24.98%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태영의 최대주주로서 언제든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동원그룹도 지난해 7월 김재철 회장이 동원산업이 보유한 지분 15.6%를 차남인 김남정 과장에게 넘기면서 장남 김남구 사장과 함께 2세 체제의 토대를 확립했다. 동원은 금융 부문과 식품 부문으로 분할해 김남구 사장이 금융 부문을, 차남인 김남정 동원 엔터프라이즈 과장이 식품 부문을 맡도록 후계구도를 정리한 것이다. 하이트맥주도 박문덕 회장이 616만2,412주(30.6%)의 지분을 확보, 오너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10대 기업들 중에서는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마치고 ‘2세 체제’ 를 확립한 유일한 기업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그룹 지주회사인 에버랜드 지분 25%를 보유해 사실상 차기 경영권 확보를 완성한 것이다.

현대가(家)는 아직 경영권 승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가(家)는 현대자동차만 가닥을 잡은 상태고,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은 이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2세 경영체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사장이 최근 슬로바키아 현지 공장 건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지분구조로 보면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을 확보하기에는 당장 무리가 있다. 정 부사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주식은 겨우 6,500여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G그룹의 경우 경영 3세대인 구본무 회장이 아랫세대인 4세대들에게 대거 지분을 이전하고 있다. 장녀 구연경씨는 지난 5월 LG주식 1만주를 장내서 사들여 보유 주식수를 117만5,677주(지분율 0.44%)로 늘렸다.

동생 구연제씨도 LG 주식 5만주를 장내매입, 총 28만5,210주(0.11%)를 확보했다. 그러나 경영권을 승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한진그룹의 경우도 조양호 회장의 외아들 조원태씨가 최근 대한항공 기획팀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쌓고 있지만 아직 지분 상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다른 그룹들도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사장의 경우 올해들어 27만주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고, 한화 김승현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씨도 지분매입에 나서 112만주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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