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썸띵'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서울 합정동과 혜화동 일대는 과거 출판 산업이 승승장구하던 시절 문인의 아지트였다. 그 문화가 지금도 남아 일대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독립서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인 또는 무명작가들의 신간을 홍보하고 재고를 판매하며 독자의 취향이나 선호도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직접적인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상수역 4번 출구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스튜디오 썸띵’이라는 독립서점이 있다. 옷가게와 카페가 가득한 골목 한가운데에 서점이라니, 어쩌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서점은 독립적인 공간이 아니다.
 
반지하의 카페, 1층의 서점, 2층의 서점과 아트샵이 하나의 건물에 있는데 단순히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넘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바로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돼 있다. 스튜디오 썸띵의 슬로건은 ‘복합예술문화공간’이다. 서점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이해가 될 것이다.

 
지하에 위치한 카페.

스튜디오 썸띵의 반지하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선 고개를 최대한 깊숙이 숙이고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찾는 사람이 적은 오래된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페인트가 벗겨진 허름한 벽면엔 신인 작가들의 그림도 걸려있다.
 
1층과 2층의 서점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비롯해 디자인 감성이 담긴 서적들이 책꽂이에 진열돼 있다. 2층 진열장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예술가들이 만들어낸 배지와 에코백, 연습장, 팬꽂이, 모빌 등이 들어섰다. 대부분은 여성 고객이 80% 이상이라는 민경환 대표의 말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1층부터 4층까지 하나의 건물은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전시하고 있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취향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독립서점 스튜디오 썸띵을 둘러싼 공간이 보여주고 있는 취향은 무엇일까. 다음은 민경환 스튜디오 썸띵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스튜디오 썸띵에 대해 소개해 달라.
▲스튜디오 썸띵은 독립출판서적 판매와 함께 국내외 예술가의 아트상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오픈형 쇼룸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예술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예술상품 기획부터 제작, 유통 및 판매하고 있다. 예술상품들이 서적과 함께 비치돼 있어 다양함을 즐기는 걸 좋아하는 소비자와 연결고리 역할이 된 것 같다.
이 밖에도 소규모 카페, 정규 클래스 운영 및 공간대여 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복합예술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1층에 진열된 독립출판서적.

-독립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동화나 그림책 위주로 입고 받아 판매했다. 반응이 좋아 독립출판물 성격의 책들을 위한 코너를 새롭게 만들어 확대했다.
 
-주로 어떤 책을 다루나.
▲대부분 삽화 기반의 예술상품들이 구성돼 있다 보니 독립출판서적도 자연스럽게 그림이나 삽화 소재가 담겨져 있는 서적 위주다.
예술 또는 디자인 감성이 담긴 서적의 특징은 본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사진과 글이 함께 있는 여행 에세이부터 시작해 사회 속 본인의 삶을 그리는 서적 등이 그것이다. ‘힐링’이 핵심 키워드일 듯하다.
 
-독립출판물을 다루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할 일은 많은 데 입고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판매하는 사람이 들여오는 책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나마 스튜디오 썸띵은 다른 독립 서점처럼 글이 많지 않고 그림이 함께 삽입된 편이라 다행이다.
 
-독립 서점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수익성이 없다. 아마 모든 독립책방 대표들이 하나같이 말할 것이다. 수익성이 높지 않다 보니 책을 알리기 위한 광고나 홍보 등에 필요한 예산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름대로 SNS를 활용하고 대형 사이트 스마트스토어나 자사 온라인 몰을 통해 판매도 진행 중이다. 그래도 책 한 권을 소개하는 데는 미비하다. 진정성 있는 홍보를 하기 위해선 꾸준한 홍보활동을 위한 전담 인력도 필요한데 역시나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우리는 책을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제품 판매액에 따른 위탁판매로 수익분배를 한다. 이에 다른 서점처럼 재고에 대한 어려움은 없다.
 
-독립서점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독립출판물의 경우 고객을 머물게 한다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그로 인해 방문하는 고객들의 성향도 대략적으로 파악되고 생활방식도 분석된다. 방문하는 분들과의 다양한 소통이 판매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2층에 진열된 아트 상품.

-현재 독립서점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태원과 중구 등 전국 주요 지역 곳곳에서 수많은 작은 책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안전문화잡지 ‘오래 살고 볼 일이다’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있다. 격월간 무료로 발행하고 전국 약 50개소에 무료 배포를 하는데 그중 70%가 전국 동내 책방이었다.
 
-운영하면서 보람찼던 경험은.
▲서적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분이 재방문을 하고 결국 단골손님이 됐을 때 가장 보람된다.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한 손님은 상수동 카페에 자주 오는데 ‘왜 이런 공간을 보지 못했을까’라면서 독립서적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3권의 책을 구매하시고 나갔는데 1시간 뒤 다시 와서 손글씨 메모를 붙인 간식을 줬던 기억이 남는다.
 
-‘독립서점’이 어떤 공간이 됐으면 좋겠나.
▲언제나, 누구나, 자유롭게 들렀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꾸준한 변화를 통해 이끌어간다면 결국 우리 삶에 정말 필요로 하는 마켓으로 정착하지 않을까 싶다.
 
-민경환 대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일본 나카가와 히데코 작가가 쓴 ‘히데코의 사계절 술안주’다. 음식 관련 서적이다.
이 작가는 연희동에서 요리교실을 운영하며 줄곧 요리책을 만들고 싶어 했다.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히데코 선생이 요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제가 ‘술안주’라고 한다.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라고 한다. ‘헤데코의 사계절 술안주’는 맥주와 와인, 위스키, 사케 등 총 4권이 발행돼 있다. 개인적으로 ‘와인‘편을 추천한다.
서적코너에 포스트잇으로 짧은 추천 코멘트를 남겨놓는데 이 책엔 “속독 후 가정주방에 비치하면 일상에서 손쉽게 활용 가능한 요리 서적. ‘일거양득(一擧兩得)’ 아마도 그 이상의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별 다섯 개!”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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