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경제연구소들이 내년까지 고유가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 관련기업들이 비상경영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항공사의 경우 고유가가 계속되면 전체 비용에 18%대에 이르는 유가 비중이 내년에는 27%대에 달하게 돼 비용지출 압박이 심해진다. 대한항공은 올 들어 2분기까지 3,400억원의 적자를 기록, 고유가가 이어지면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추세다. 대한항공 또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 시 연간 3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 또 환율 10원 변동시 연간 50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는 연 1% 변동시 연간 400억원의 이자비용 증감으로 이어져 대한항공은 이를 대비해 고정금리 대 변동금리 비율을 약 5.5대 4.5로 유지할 방침이다.

또한 무급휴직을 실시해 인적 비용을 줄이고, 급기야 대규모 감량경영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임원은 “25년간 근무해오면서 오일쇼크도 겪었는데 그때보다 더 버티기가 어렵다”고 말하며 “상부에서도 고유가 체제를 대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우선 지난 1일자로 희망자 100명에게 무급휴직 인사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1~12개월간의 휴직기간이 끝나면 원래 자리로 복직하지만 이 기간동안만큼 승진이 정지된다. 또 장기근속자에 대한 여행경비 지원도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보된다. 대한항공측은 “무급휴직 희망자들은 육아·공부 등 개인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신청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 일부에선 “전 직원 1만5,000여명 중 100여명이 희망휴직 한다고 해 경영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오히려 일하는 직원들의 업무만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대대적으로 인원감축을 통해 비용을 줄이겠다고 한 대한항공이 지난 4일부터~18일까지 대졸 신입사원 응시자를 접수받아 총 250명을 공개채용할 것이라고 밝혀 앞뒤가 안 맞는 모양세다. 이번에 신규채용된 인원은 일반직80명, 항공기술직 20명 등 100명과 객실여승무직원 150명이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고유가 체제로 비용은 증가했을진 모르지만, 올해 영업성적은 좋아 직원들의 업무량은 늘었다. 그러나 회사측이 탑승업무 승무원 수를 줄이고, 2000년도에 폐지된 2박3일 장거리근무를 부활시켜 직원들의 업무량만 과중되고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인원감축 외에도 노선 감편운항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미 이달 1일부터는 제주 기점 국내 노선의 공급좌석이 10% 줄어, 실제 하루 평균 공급좌석이 1만 2,000여석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승객이 몰리는 매주 일요일마다 제주공항은 항공기 좌석 부족으로 탑승 대기자 행렬이 이어지는 등 항공기 이용객들의 불편이 늘고 있다. 특히 탑승 수요가 적은 국내선들의 운항 제약이 집중돼, 국내선 이용객들의 불만이 높다. 유가정책 외에도 공사로 인해 운항이 제한되는 구간이 적지 않다.

하루 1회 왕복 운항하던 제주~여수 노선의 경우도 여수공항의 활주로 보수공사로 지난 1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항공기 운항이 중단. 군산공항의 미군 비행장 활주로 보수공사로 제주~군산의 항공기 운항은 지난 4일부터 11월 28일까지 중단된 상태다. 또한 인천∼상트페테르부르크 노선을 현재 주 3회에서 주 2회로 감편한데 이어 오는 11월 1일 이후 동계기간에는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두바이유는 지난 14일 기준 37. 11달러로 연초에 비해 31.6%가 상승한 상태로 고유가 체제에 따라 주요 기업들의 경영 정책 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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