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서울 광장동에 W 서울 워커힐 호텔(이하 W호텔)이 오픈했다. W호텔은 세계적인 호텔 레저기업인 스타우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아시아에서는 첫째로 서울에 설립됐다.해외에서는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독특한 시스템과 스타일을 자랑하는 W호텔.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것일까.W호텔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미국 호텔의 가치가 배어있다. 그동안 우리들에게 익숙한 유럽식 호텔의 개념을 깨버리는 과감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오후 4시경. 천호대교를 건너 W호텔로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비록 낮시간이라 야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울창한 숲길은 W호텔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람을 흥분케했다.드디어 호텔 도착. 연녹색의 건물은 마치 거대한 에메랄드가 놓여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웰컴!~”“웰컴!~”정문에 다가서자 앞에 서 있던 한 여성이 건네는 인사에 깜짝 놀랐다. 일명 도어맨인데 W호텔에서는‘웰컴 앰배서더’로 불리며 여성이라는 사실이 독특하다. 자동회전문을 통과하자마자 마주친 남성도 역시 웃으며“웰컴!~”소문은 들었지만‘그래봤자 호텔이지’라는 생각으로 로비에 들어서긴 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쿵쾅쿵쾅~~”팝 클럽에 온 것 같은 음악소리와 화려한 인테리어는 마치 청담동의 어느 바를 통째로 옮겨다놓은 것 같다. 그뿐이 아니다.

로비에는 군데군데 커다란‘달걀’들이 뒹굴고있다.‘앗! 저건 또 뭐지?’달걀속에 완전히 파묻힌 채 잡지를 보는 남성을 발견하고서야‘달걀의 용도’를 알게 됐다.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해졌던 호텔 로비는 맞선을 보기위해 정장을 빼입고 지나치는 공간이었다.‘자유롭게 떠들다간 쫓겨날 것 같은’ 정숙함 자체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W호텔 로비에 있는 사람들은 편한 복장으로 손엔 음료를 들고 나른하게 앉아있거나 게임을 즐기고 있다. 또 달걀의자에 파묻혀 고개만 내민 채 잡지를 보거나 음악에 심취해있는 식의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W호텔에서는 로비를 리빙룸으로 부르는데 그것은 ‘내집 거실처럼’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이 호텔의 컨셉과 연결된다.

검정 핫팬츠에 검정 망사 스타킹의 서빙걸

원색 쫄티에 검정색 핫팬츠, 게다가 굵은 검정 그물 스타킹을 신은 여성이 서빙을 보다니! 그렇게 ‘화끈한’ 복장을 입은 여성이 한둘이 아니다. 알고보니 그게 ‘유니폼’이란다. 홍대앞에서나 봄직한 ‘사자머리’를 한 종업원도 있다. 게다가 호텔 종업원처럼 깍듯한 인사나 격식도 없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종업원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밝고 쾌활한 표정으로 춤추듯 음료를 서빙하고 손님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뿐이다.이곳은 ‘섹시하고 쿨한 장소’를 모토로 하며 국내 최대 길이(18m)의 바(bar)를 자랑한다는 우바(WooBar). 리빙룸 내에 위치하고 있는 우바는 역동적인 사운드와 초현대적인 분위기의 실내장식으로 시선을 끈다. 한쪽에 자리잡은 우주선 모양의 DJ부스도 독특하다.

객실도 기분따라

W호텔은 14층 규모에 총 253개의 객실을 구비하고 있다.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포함한 첨단 테크놀러지를 특징으로 한다.객실은 29인치 TV, BOSE CD 플레이어, 브로드밴드 초고속 인터넷, VHS/DVD, 미니바와 냉장고. 커피 및 차포트, 객실내 금고, 아베다 목욕용품, 먼치박스까지 완비하고 있으며 기분에 따라 네가지 테마로 나뉜 객실을 선택할 수 있다.

붉은 재규어의 유혹

빨강색 최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상상은 생각만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W호텔은 전 세계 호텔 업계에서 최초로 레드 재규어(XJ)를 호텔 리무진으로 사용한다. 고객들은 레드 재규어를 타고 멋진 드라이빙 경험을 할 수 있다.

강남 젊은 부유층의 놀이터 오픈전부터 말이 많았던 W호텔.

특히 초호화판의 6성호텔이라는 것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호텔측은 “우리는 단 한번도 별 6개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처럼 편안하고 자유스런 분위기가 W호텔과 맞을 것이다”라는 입장이다.비밀은 여기에 있다. ‘무엇이든 언제든지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켜 드리겠다’는 W호텔의 서비스 정신에 있다.W호텔에는 우리나라 기업체와 같은 형식적인 위계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단 직원도 총지배인에게 ‘마틴’이라 부른다. 대신 모든 정성을 고객에게 쏟겠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새벽에 장미꽃잎 목욕이나 밀크 초콜릿 목욕을 원해도“노” 라는 대답은 들을 수 없다.

이러한 경영 서비스 마인드 자체가 W호텔을 6성급 호텔로 불리게 만드는 비밀은 아닐까.기자가 방문했을 때 주차장에는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층들이 타고 왔을법한 외산 스포츠카 및 고급 세단이 여럿 눈에 띄었다. 사실 주변에서는 W호텔에 유명인의 자제나 재벌 2,3세, 알만한 연예인들은 벌써 ‘한번씩 놀고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또‘아주 독특하고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도발적이면서도 트렌디한 감각을 내세운 W호텔이 과연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있는 그대로 즐기기를 원하는 젊은층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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