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동차 제조업 기초적 단계로 낙후 심각…대북제재 풀릴 경우 활성화될 듯

- 김정은 ‘경제발전 계획’으로 북한 물류시장 구조 변화…트럭 등 상용차 필요성 대두
- 남북 인적·물적 교류 급물살 땐 시장 변화 전망…글로벌 기업들 경쟁 치열해질 듯

 
 최근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에 해빙기류가 흐르면서 북한의 경제개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본격적인 남북교류 국면이 되면 상용차 시장의 규모도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경제력 격차와 제도의 성격이 차별화된 남북한 산업을 합리적으로 구조 조정해 통일 산업구조를 만들어내고 북한지역에 성장 가능한 산업을 육성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의 한 행사장. 공단의 노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열을 맞춰 도열해 있다. 갑작스런 굉음과 함께 폭격이 일어나며 수많은 인파가 모인 광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여기저기 쓰러지는 사람들과 정신없이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로 빗발처럼 쏟아지는 총탄들. 이어 수많은 승용차와 트럭이 남쪽을 향해 달린다.
 
영화 ‘강철비’ 속
트럭으로 본 북한의 상용차? ‘글쎄’

 
북한에서 일어난 쿠데타의 와중에 북한 최고 지도자가 갑작스럽게 남한으로 탈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지난해 말 개봉돼 흥행몰이를 했던 영화 ‘강철비’다. 이 영화의 개성 폭격 장면에는 북한의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의 모습이 고스란히 묘사돼 있다. 스펙터클한 장면 속에 등장하는 트럭은 세련된 외관에 튼튼해 보이는 차체가 흡사 ‘볼보’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상용차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북한에는 영화 속 트럭과 같은 차가 있을까? 답은 ‘글쎄’다. 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매우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북한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수공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온, 이른 바 ‘선군정책’을 유지해 온 터라 군수공업 이외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다른 경제 영역의 경우 심각한 수준으로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승용차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며 지난 2016년 북한에 대한 UN의 대북제재가 실시되면서 외국산 자동차 부품 등을 공급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기업 역시 북한 정세가 안정된 후에야 북한과의 정상적인 무역 및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내부에 시장경제 흐름이 발견되며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에 따라 북한경제 발전의 기틀이 잡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더욱이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오는 6월에는 북미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는 상황. 이러한 한반도의 해빙 무드에 따라 남북 교류가 이뤄지면 인적·물적 교류가 이어질 것이고 물류와 건설을 담당할 화물차 및 덤프트럭 등 남북의 상용차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발전 계획’ 추진
중국 상용차 수입액 증가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상용차 시장 상황은 어떨까? 중국의 유력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1~2년 새 북한의 상용차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나 덤프트럭, 중·대형 버스 등 차종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정부 산하기관인 KOTRA가 발표한 보고서도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 즉, 연간 3000대 내외 수준에 그치던 북한의 상용차 수요가 최근 몇 년간 수만 대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에 따라 대규모의 토목공사가 늘어나고 물류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트럭 등 상용차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됐기 때문.
 
북한의 상용차 수요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상용차에 대한 수입액도 크게 늘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추진과 함께 10인 이상 승합차 수입액이 전년도보다 54%, 화물차의 경우 36%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 상용차 수입액도 크게 증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10인 이상 승합차 수입액은 2015년 1336만4000달러에서 2016년 2058만2000달러로 크게 늘었다. 화물차의 경우도 2015년 1억811만9000달러에서 2016년 1억4724만4000달러로 급증했다.
 
2016년 이후 이렇듯 상용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실제로 수입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실제 공급은 한참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선 UN의 대북제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상용차 공급 루트도 그만큼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추후 대북제재가 풀리고 남북 간 경제교류가 현실화되면 북한의 상용차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경협 이뤄질 경우
시너지 효과 상당할 것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 경협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자동차 수요는 사회간접자본(SOC)이 대거 확충되면서 대형 상용차 위주로, 연간 2~3만 대의 상용차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또 경협 초기에는 남한으로부터 반입되는 상용차로 우선 수요를 충당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 10년 내 북한 SOC가 남한의 1980년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최소 24조원의 투자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북한전문가는 “국내 상용차 제조기업들의 기술력과 북한의 저렴한 인력이 합쳐져 시너지를 일으킬 경우 엄청난 경제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며 “남한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과 시장 확대, 북한의 경우 선진기술 확보와 차량 수요 충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남북관계가 본격적 교류 국면으로 접어들면 북한 상용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상용차 업체들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 공략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한편, 북한은 자체적으로 화물차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시설이 열악해 거의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필요한 상용차의 경우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동할 수 있는 자체 생산시설도 오랫동안 지속된 대북제재 탓에 원료나 관련 부품조달이 되지 않아 사실상 생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수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50년대에는 정권 차원에서 승리산 주변에 자동차 공장터를 마련하는 등 자동차 산업 육성에 공을 들였었다. 특히 1957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로 하여금 트럭과 트렉터 등을 생산하게 했다. 1958년 승리자동차가 만든 ‘승리-58호 디젤 트럭’은 당시 북한의 상용 자동차 생산 수준을 보여줬던 대표적인 상품이기도 하다.
 
1970년대 들어 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자동화를 갖추며 부분별로 자체 생산 시스템의 선진화를 이뤘지만 1990년대 중반 국가경제 정지사태가 오며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현재 자동차를 생산하는 북한 기업은 5곳 정도인데 이 가운데 상용차를 만드는 업체는 금평, 천리마, 북한평운중성합영회사 등 3곳으로 알려졌다. 생산방식은 외국의 차량을 수입해 국내에서 간단히 개조를 하거나, CKD(Completely Knock Down) 방식으로 북한에서 조립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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