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 롯데 경영에 전념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부회장은 신설된 ‘경영정책본부장’에 취임하며‘포스트 신격호’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신 부회장은 사실상 ‘한국 롯데’의 경영책임자로서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한국롯데 경영에 걸림돌이 남아 있다. 우선 일본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 구단주대행 등 일본 롯데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가족들이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본을 자주 왕래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그룹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할 경영정책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에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을 임명했다. 이번에 신설된 경영정책본부는 그룹 경영 전반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사실상의 그룹 구조조정본부다.이로 인해 본부장을 맡게 된 신 부회장은 사실상 한국롯데의 후계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는 평가다. 몇년 전만해도 신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의 직함을 갖고서도 실질적인 경영활동이 미진했던 것이 사실.신 부회장은 세븐일레븐, 롯데닷컴 등 롯데 계열사의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했지만, 이들 기업은 그룹내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들.하지만 올해 들면서 그의 그룹내 위상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롯데제과의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롯데 주력기업에 대한 경영참여가 활발해졌다.이와 함께 신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호남석유화학도 KP케미칼(옛 고합)을 인수, 본격적인 덩치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 부회장이 주축이 돼 ‘유통·제과’분야뿐 아니라 ‘중화학공업’분야에도 진출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특히 이번 경영정책본부는 제2 롯데월드 건설 등 그룹차원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그룹 주요정책의 실무작업, 계열사간 중복투자 예방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또 향후 러시아의 백화점·호텔사업·중국의 테마파크 사업· 인도의 제과사업 등 롯데의 해외시장 진출에 관한 사업 전반을 맡게 된다. 따라서 이번 정책본부장 취임으로 신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내 경영전반을 사실상 통괄하게 돼 신격호 회장 이후 한국 롯데그룹 후계자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 부회장이 한국롯데를 이어받기까지는 검림돌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우선, 일본 롯데와의 관계를 아직 끊지 못했다는 점이다.신 부회장은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주대행이다. 신격호 회장이 구단주로 있고, 신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마린스의 경영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승엽 영입 등도 신 부회장의 작품이다.신 부회장은 마린스 등 일본 롯데의 경영문제가 생기면, 수시로 일본으로 건너가, 해결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또 신 부회장의 가족들이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 부회장은 1985년 6월 일본 귀족가문 출신인 오고 마나미씨와 결혼,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경영상의 문제도 있지만, 가족이 그리울 때면 일본을 자주 왕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이에 따라 한국롯데의 경영에 전력투구하기 위해서는 신 부회장 가족들의 한국 입국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마음 놓고 경영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부인의 내조 등 가족의 힘이 크다”며 “국내 굴지의 기업인 롯데 경영자가 가족을 보기 위해 일본을 왕래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신 부회장이 ‘일본인인 아내를 설득,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고 전했다.신 부회장 가족들의 한국 정착을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 자녀들의 교육과 병역문제 등이 그것. 롯데 관계자도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신 부회장 한국정착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의 자녀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문화에 익숙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 부회장 아들의 병역문제도 한국정착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부회장의 아들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혈통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국적법에 의해 한국과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 한국 국적의 신 부회장과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여기에 신 부회장이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사에 근무할 당시 태어났기 때문에 신 부회장의 아들은 속지주의에 입각, 영국 국적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의 아들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3개 국적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여 있기도 하다. 특히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한국에 정착할 경우, 병역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한국 국적인 만큼, 아들을 포함한 자녀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재일교포 2세 또는 3세의 경우 병역의 의무가 없다. 그러나 한국내 영주 목적으로 귀국할 경우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신동빈 부회장 전면등장 여파
롯데 경영1세대 줄줄이 퇴진


롯데가 최근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신 부회장이 한국 롯데 경영 전면에 나선 반면,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 등 소위 신격호 회장의 최측근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임 사장은 롯데쇼핑, 롯데호텔 등 롯데 주력기업의 CEO로 재직해왔으며, 지난 98년부터 롯데 건설 사장으로 취임해 롯데건설의 매출을 크게 신장시킨 바 있다. 특히 롯데그룹 1세대 경영인으로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지난 7월 비자금 조성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후 임 사장은 ‘개인상의 문제’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 사장의 퇴진에 대해 재계에서는 “신동빈 부회장 체제로 재편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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