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의 부호 서열이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영승계를 위한 재벌총수들의 지분증여로 2세들의 서열 상승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등에 따른 재벌총수들 서열 상승이 눈에 띈다. 최근 에퀴터블이 상장(2004년 5월말 기준) 및 비상장 매수·매도 금액을 포함한 추정자산을 근거로 ‘2004년 한국의 100대 부호’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위(2조2,200억원)를 고수한데 이어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지난해 3위에서 2위로 등극했다.지난해 추정자산 9,230억원으로 부호 서열 3위였던 이재용 상무는 올해 추정사산이 2,380억원 늘어난 1조1,610억원을 기록했다.삼성그룹 총수 부자의 추정자산을 합치면 3조3,810억원에 이르고 있어 국내 최대 부호임을 과시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약진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추정자산이 지난해 6,840억원에서 무려 4,650억원 늘어난 1조1,490억원으로 지난해 5위에서 2계단 상승한 3위에 올랐다.정 회장은 상장주식만 따질 경우 지난 9월 기준으로 이건희 회장(1조3,417억원)과 1,595억원의 차이로 2위를 달리고 있어 현대자동차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재계 부호 1위를 넘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위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4위로 밀려났다.이들 재벌총수에 이어 벤처기업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의 약진이 눈에 띈다.인터넷 부호 1위로 알려진 김 사장은 지난해 22위(2,020억원)에서 11계단 상승한 11위(5,540억원)를 기록해 재벌 총수를 능가하는 재력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휴대폰 업계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도 서열 97위에서 59계단이나 상승한 38위(1,730억원)를 기록했고, 레미콘으로 잘 알려진 아주산업 문규명 부회장도 49위(1,180억원)에서 16위(3,750억원)로 급상승했다.

이와 함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해 서열 81위에서 46계단이나 상승한 35위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그동안 자사주 매입 등을 추진해 추정자산이 지난해 770억원에서 1,840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김 회장은 (주)한화에 대한 개인 보유지분율을 22.84%로 약 10% 끌어올리고, 한화석유화학 등 계열사 주식 매입을 통해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재계 한 관계자는 “100대 부호 서열에서 새롭게 등장한 부호들도 있지만 대부분 서열 변동은 경영승계를 위해 2세 및 친인척들에 대한 지분 증여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부호 서열 변동을 보면 주요 그룹사들이 세대교체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건설 부호 약진과 신규 부호 등장’

올해 부호 서열에서는 건설관련 부호들의 상승세와 새로운 부호의 등장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고재일 동일토건 사장, 정몽열 금강종합건설 부사장,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박석훈 세안개발 사장 등이 지난해 활발했던 부동산 개발로 인해 새롭게 100대 부호 서열에 합류했다.이밖에 신규 부호들로는 MP3 플레이어로 성공을 거둔 양덕준 레인콤 사장(48위), 최태원 SK그룹 회장(48위),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56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상무(65위),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75위), 김호연 빙그레 회장(77위), 허승조 LG유통 사장(77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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