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부는 2006년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외국인 근로자와 국내 외국인 고용 사업주에게 반드시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고하며 관련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의 전용판매사를 삼성화재로 결정했다. 외국인 근로자 전용 보험은 국내 사업주들의 퇴직금 체불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출국만기보험·귀국비용보험·상해보험’ 3개 보험이 통합된 상품이다.손해보험업계는 “10만~15만명 가량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 올 경우 이 상품의 시장 규모는 약 1,500억∼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현재 손보사들의 화재·특종·배상 보험 등 일반 보험 물건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2,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 보험 시장에 욕심을 낸 업체는 총 3개사. 현대·동부·삼성화재가 입찰 경쟁을 벌여, 삼성화재가 단독권을 따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동부화재를 비롯해 LG화재 등 손보사들은 ‘노동부가 삼성화재에 특혜를 줬다’며 이의를 제기. 노동부·청와대·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먼저 이들 손보사들은 노동부의 판매사 결정 권한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관련 손보사들은 노동부 측에 “노동부가 특정 판매 보험사를 선정할 권한이 있느냐? 노동부가 제시한 심사기준은 삼성화재가 1위로 뽑힐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고 주장. “타사의 상품개발 참여 허용과 함께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다시 사업자를 선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노동부의 보험 판매사 선정과 관련된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공식 보험사를 1개사로 한정시키는 것은 노동부의 삼성화재 ‘특혜 의혹’을 짙게하는 부분. 지금껏 대형 보험 상품 수주의 경우 3~4개 보험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복수사업자로 선정돼 왔다. 때문에 손보사들은 이번 유형에만 유독 1개 특정 보험사를 선정하는 것은 정부의 ‘삼성 밀어주기’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보사들은 “보험료 납부자에게는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삼성화재의 단독 판매로 소비자는 독점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특정 판매사에 독점권을 부여했다”며 손보사들의 강력한 반발이 잇따르자 노동부는 “삼성화재와 2년 단독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기간 동안 타사들도 더 좋은 외국인 전용 보험을 만들어 개별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말을 바꾸었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노동부는 담당자가 바뀌었다며 만나주지도 않는다. 타 손보사들이 상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전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삼성화재는 한발 앞서 독점 판매망을 손에 쥐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손쉽게 단체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노동부가 제시한 평가 기준 중 경영평가, 민원건수(민원 발생자 수/ 보험계약자 수) 등의 항목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아 최종 판매사로 결정됐다. 그러나 입찰 참여업체들은 “총점의 70%를 차지하는 경영평가, 민원건수 항목은 이미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에 유리한 항목이다. 이것은 명백한 봐주기식 심사”라고 비난했다.

또한 “각 사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평가 점수 공개를 노동부에 요청했지만 노동부는 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의심했다.한편, 동부화재는 ‘삼성화재의 불공정 행위’를 지적했다. 동부화재측은 “보험 가격산정은 보험개발원의 허가가 떨어져야 확정된다. 그런데 삼성화재는 임의로 보험가격을 낮춰서 산정, 입찰 이후 금감원이 이의를 제기하자 보험료를 약 7,000원에서 9,000원 수준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미 삼성화재는 지난 8월 17일부터 입국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관련업체들은 “노동부가 진정서를 받아들여, 하루빨리 적절한 조치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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