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주요 은행들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각종 수수료를 인상하고 있어 소비자의 반발이 높다. 최근 은행들이 기존 수수료율 인상 외에 신규 수수료 개설까지 하고 있어, ‘서민의 주머니만 털어간다’는 소비자들의 비난이 거세다.올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은행 수수료 관련 민원은 현재까지 9건. 소보원측은 “실제 접수 사례는 많지 않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의 항의는 엄청나다”고 전했다.최근 눈에 띄는 사례는 제일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 제일은행은 통장잔고가 10만원미만인 경우 월 2,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얼마 전 통장정리 후 계좌유지수수료가 무려 6만원이나 인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김모(35)씨. 그는 “지난해만해도 분명 통장에 잔금이 6만4,135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2,956원밖에 없다. 제일은행 측에 항의했지만, 약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01년 제일은행으로부터 주택구입자금을 융자받으며 통장을 개설, 자동이체 통장으로 연결해 융자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갔다. 몇 달 후 김씨는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렴한 이자로 융자를 받아 제일은행의 융자금을 모두 갚고, 잔금 6만 4,135원은 통장에 남겨뒀다. 이에 김씨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매달 2,000원을 인출해 가고도 은행 측은 한번도 통보를 하지 않았다. 통장개설 당시에도 계좌유지수수료에 대해 안내 받은 적 없다”며 흥분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문모(52)씨는 “8개월 동안 월 2,000원씩 총 1만6,000원이 인출됐다. 액수가 너무 큰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제일은행측은 “신규통장 개설시 은행직원들이 일일이 수수료징수에 대해 통보하고 통장 첫 페이지에도 안내 글귀를 표시하고 있다”며 “오히려 이제는 고객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제일은행측은 “통장개설과 함께 인터넷뱅킹 등 연계서비스를 이용하면 계좌유지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좌유지수수료 도입 후 제일은행 고객들의 반발이 높아 ‘계좌유지수수료 폐지’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 대신 제일은행은 고객의 불만을 참고해, 통장개설 한달뒤부터 징수하던 계좌유지 수수료를 지난 7월 1일부터 6개월 이후부터 매달 징수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소비자의 인식 여부를 떠나 계좌유지수수료를 징수하는 것 자체가 납득 안 된다. 은행이 책정하는 수수료 기준이 과연 적법한지 의심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수수료 개설과 금액 산정은 은행경영자율체제에 맞춰 은행측 권한이다. 금융감독원도 은행측의 통보를 받아 감시 정도만 할뿐, 통제·감독 등의 권한은 없다.금감원 관계자는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운영할 수 있다. 은행도 하나의 기업이다. 더 이상 서민을 위한 은행이란 표현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제일은행은 “타 은행들도 다양한 형태로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계좌 유지 수수료 징수 외에 다른 수수료 체계나 예외 약관을 두고 있지 않지만, 타 은행은 일정금액 이상 통장에 유치하지 않으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등 드러나지 않게 서비스를 줄이고 있다”며 억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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