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회·조성진·한상범·차석용·권영수·박진수 ‘키’잡고 LG號 순항 채비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서열 4위 LG그룹이 4세 경영 시대를 맞이한다. ㈜LG는 다음달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구 상무가 경영권을 이어받으면 현 부회장단의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당분간 부회장단은 구 상무 체제 안착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후임 인선 작업도 병행할 전망이다.

내달 29일 주총서 ‘등기이사 확정’…후계구도 마무리
2인자 구본준 부회장은 향후 LG 경영서 물러날듯


㈜LG는 임시 주주총회을 통해 구광모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LG는 이사회를 통해 구 상무가 현재 맡고 있는 LG전자 ID사업부장의 겸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 상무가 당장 LG그룹을 이끌기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 앞으로 어떻게?…

만 40세라는 젊은 나이도 문제가 되지만 더 큰 걸림돌은 경영자로서 구 상무의 경험 부족이다. 고 구본무 회장은 41세이던 1986년 회장실 부사장으로 그룹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에 비하면 그룹 경영과 관련해 구 상무의 경험은 거의 없다.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해 실무 능력을 쌓아 왔지만 그룹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최근에야 실무책임자 자리에 오른 만큼 경영 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구 상무가 지주회사 LG의 이사로 취임한 뒤 그룹 전체의 운영을 파악하는 일에 나서겠지만 상당 기간 구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6명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 LG는 구광모 상무를 중심으로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6명의 전문 경영인이 그를 보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LG계열사들을 경영해 온 만큼 상대적으로 젊은 구광모 상무의 한계를 경험과 지혜 등으로 보완해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중 하현회 부회장의 경우 구본무 회장과 함께 LG 공동 대표이사를 지냈고, 구 상무가 올해 초 LG전자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약 4년 동안 구본준 부회장과 함께 구광모 상무의 경영 수업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또한 부회장단의 연장자인 박 부회장과 조 부회장은 그룹이 전사적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전장(VC)’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그룹의 경우 다른 재계 그룹보다 책임경영체제가 잘 되고 있는 곳이라는 점, 부회장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누구 한 명이 중용된다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체제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와 함께 구 상무의 성격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2014년 3개월간 LG전자 창원공장에서 근무할 당시 직원 기숙사에서 생활, 동료들과 잘 어울렸다고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본사에서도 사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회식에도 빠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부친인 구 회장의 소탈했던 성품을 그대로 이어받은 게 구 상무의 최대 장점이다”고 평가했다.

부회장 6명과 새 기반

무엇보다 구 상무가 IT 관련 트렌드에 대해 토론을 즐기는 등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4차산업혁명 관련 신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G그룹은 자동차부품 외에 에너지, 리빙에코, 헬스케어 분야를 신성장 동력 분야로 선정했다”며 “여기에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로봇 등 4차산업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인 M&A과 연구개발(R&D)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지배구조도 구 상무 체제로 완성돼 있다. 지주사인 (주)LG의 최대 주주는 구본무 회장으로 11.28%를 갖고 있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7.72%, 구 상무는 6.24%를 갖고 있다. LG는 LG화학(34%), LG전자(34%), LG생활건강(34%), LG유플러스(36%), LG생명과학(30%)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요 자회사들은 사업부문별로 수직계열화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순환출자가 없는 순수지주회사로 (주)LG 최대주주에 올라서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다만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11.28%에 대한 승계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LG그룹의 가풍인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형제간 경영권 분쟁 소지가 적어 구 상무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에 초점이 맞춰진다. 업계는 상속세는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힌다. 수년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독립 전통 따라 물러날 듯

한편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LG 부회장은 조만간 LG 경영에서 손을 떼고 독립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준 부회장은 2016년부터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그룹의 먹거리 발굴을 책임졌으며 지난해부터는 와병 중인 형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 경영 전반을 관할해 왔다.

LG의 ‘2인자’로 통했던 구본준 부회장이 분가하게 되는 것은 LG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것. 후계자가 낙점되면 선대의 형제는 경영에서 물러나는 원칙 불변의 과거 관례에 따르는 게 LG가의 기업문화다.

재계 일각에선 부회장단이 구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과 함께 퇴진할 가능성을 점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가풍에 따라 구 상무가 총수로 자리 잡을 때까지 최소한의 조력만 하고 계열분리나 독립을 택할 것이라는 게 LG그룹의 대체적 시각”이라며 “같은 취지로 6인 부회장단도 구 상무와 올해 안에 거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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