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이 12개 선거구에 달하면서 그야말로 총선을 방불케 하는 미니 총선이 되고 있다. 선거규모도 규모이지만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전국 곳곳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짐으로써 향후 정국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바로 이번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된 것이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확장하면서, 국회에서의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것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 제1당을 노림으로써 탄핵정국 이후 위축될 대로 위축된 보수 진영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2개 선거구 모두가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이번 재·보궐선거 지역 중에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서울의 2개 선거구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9대 대선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공석이 되어버린 노원병 선거구가 그 중 하나이고, 다른 하나의 선거구는 이제까지 보수 아성으로 불리어 온 송파을 선거구가 그것이다. 2개 선거구 모두 현재 바른미래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이 있던 지역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바른미래당은 이 2개 지역구를 사수하고 싶은 생각이 강할 뿐 아니라, 사수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강한 것 같다. 바른미래당의 공동주주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공동대표는 그 점에서는 생각을 같이 했지만, 누구를 통해 2개 지역구를 사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 것 같다. 그래서 두 사람은 비껴가지 않고 충돌하는 길을 택했다.
 
1차전은 노원병 선거구에서 부딪쳤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안철수 후보에게 도전했던 이준석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은 유승민 공동대표의 후광을 등에 없고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사퇴한 선거구에서 바른미래당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되고자 했다.
 
이준석을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했는지 아니면 노원병 선거구를 자신의 사유지라고 생각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안철수는 노원병 선거구를 자신의 측근으로 불리는 북한문제 전문가 김근식 경남대교수를 공천하고자 했다. 결과는 김근식 교수가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이준석을 지원한 유승민 공동대표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2차전은 봉숭아학당보다도 더 재밌지만 웃을 수 없는 희극과 같이 극적으로 전개됐다. 그것도 2-3일 동안의 짧은 단막극이었다. 안철수는 느닷없이 당내 경선까지 진행되어 후보자까지 확정된 송파을 선거구에 손학규 전략공천론을 들고 나왔고, 절대 출마는 없을 것이라던 손학규는 24일 유승민 공동대표를 만나 송파을 선거구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으며, 하루가 지난 25일에는 송파을 선거 출마를 접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실로 지난 24시간 동안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고 논 것이다.
 
그가 관종증(관심 받고 싶어하는 사람, 그런 부류를 뜻하는 ‘관심종자’의 줄임말)을 앓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망가뜨릴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인지는 정말 몰랐다. 

지난 24시간 동안 손학규가 송파을에 출마한다면 얼마나 많은 정치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까에 대해 상상하고 있던 나에게는 그의 불출마선언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지금 우리 정치는 정부 여당의 무관용, 야당들의 무능에 의해 기능부전에 빠져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계 개편에 있었다. 손학규를 통해 야당 중심의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의 불출마로 인해 여당 중심의 정계 개편이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단지 나의 바람이 아니라 정치적 현실이 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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