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금배지’를 달고 있다는 동질감 때문일까. 지난 21일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처리를 ‘권고적 당론’으로 정했음에도 20표 이상의 이탈이 발생했다.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국회는 위기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반복해서 메뉴에 올린다. 그 메뉴의 중심에 ‘불체포특권’이 있다. 국회는 이번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진압에 나서고 있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무기명 투표’에서 ‘기명 투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미 국민적 불신은 팽배해 있다. 매번 이 같은 논의들은 급한 불이 꺼지고 나면 흐지부지됐던 탓이다. 결국 ‘뇌관’은 추후 있을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라도 ‘가결’에 무게가 실리는 듯하지만 ‘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망신’ 당한 민주당… 118명 전원 찬성할 경우 野 27명 찬성 시 ‘가결’
- 與,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당론 발의 움직임에 “공개만이 답은 아니다” 불협화음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21일 국회 표결에서 부결되자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됐고 표결 결과 홍문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275표 중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집계됐다.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275표 중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집계됐다.
 
‘방탄국회’ 일조한 민주당,
이탈표 20여 명 어디서 나왔나

 
각 정당에 따르면 이날 표결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116명이다. 한국당은 108명, 바른미래당은 27명, 민주평화당은 11명, 정의당 6명, 대한애국당과 민중당 각각 1명, 무소속 5명으로 알려졌다.
 
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찬성한 의원의 수는 129명으로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의당과 민중당 소속 의원 7명을 제외하면 122명이 남는다. 한 술 더 떠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는 민주당 참석 인원수에 훨씬 못 미친다. 정의당과 민중당 의원이 전원 찬성표를 행사했다고 가정해도 91명이 남는다. 민주당 참석 인원보다 25명이 적다.
 
한국당이 검찰 수사 중인 두 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5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고 비난했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조차 20표 이상의 ‘이탈 표’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부결 직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 내에서 20표 이상 이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와 관련 한 중진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무조건 구속되는 거라고 (일부 의원들이) 오해했을 수도 있다. 원내 지도부에서 그런 게 아니라고 강하게 얘기를 했어야 했다”며 “일각에선 민주당 의원 중 청탁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회기 중이 아닐 때 체포하는 방안도 있지 않나”라며 “당론으로 정해졌지만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는 못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여당은 ‘방탄국회’에 일조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손혜원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으로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법안을 당론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의원은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개정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실제 추진 여부는 미지수다. 이철희 원내부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개만이 답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당사자에 대한 표결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름을 밝히고 투표를 하면 개인적인 친분으로 반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여론이 명확할 때 정치인으로 여론에 맞설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결국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둘러싼 논란은 추후 있을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결’ 시 어느 정도 여론이 잠잠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도 ‘부결’된다면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표 단속’ 나섰음에도...
“굳이 찬성해야 하나” 이견

 
이미 홍문종·염동열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민들을 격분시키며 지탄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번은 꼭 가결시키겠다’고 표 단속에 나섰다. 정치권 역시 20대 국회에서 처음 보고된 체포동의안이 연이어 부결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거세진 점을 감안하면 권 의원 체포동의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민주당 의원 118명이 전원 참석해 모두 찬성표를 던질 경우 여야 전원 참석(228명)을 전제로 27표 안팎의 야당 찬성표만 확보하면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전원 찬성표를 던진다고 봤을 때 20명 안팎의 찬성표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에서 확보되면 권 의원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
 
권 의원 입장에선 ‘야속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홍문종·염동열 두 의원 체포동의안보다 더 먼저 표결에 부쳐졌거나 또는 두 의원과 같이 부쳐졌다면 부결 여세를 몰아 부결됐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권 의원 체포동의안에도 상당수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22일 “아무리 큰 범죄라도 도주하거나 증거 인멸할 염려가 없으면 구속을 못하는 것”이라며 “방탄국회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역시 “(부결 사태는) 어차피 5월 국회가 곧 끝나기 때문에 굳이 체포동의안까지 의결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라면서 “홍 의원에 비해 권성동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가 훨씬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론이 들끓는다는 이유 하나로 권 의원의 체포동의안만 가결된다면 이 또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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