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류 진영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민이 쌓여 가고 있다. 하마평에 오르는 당권 주자들은 20여 명에 육박하지만 친문.친노 강경파로 당내 고질적인 문제인 ‘친문 패권주의’의 부활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중립·비주류 인사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집권 2년 차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회의감과 21대 총선에서 공천이 불안하다. 친문 인사가 대표로 선출돼도 고민이고 안 돼도 고민이라는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청와대 및 당 주류 진영은 기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버리고 ‘집단 지도체제’를 도입해 ‘친문 패권주의’를 약화시키는 안을 당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당 지도부에 친문 후보를 다수 진입시키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비주류 역시 집단지도체제로 선출방식은 선호하고 있어 집단지도체제로 전환은 시간문제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끝내고 집단지도체제로 주류 ‘조율 중’
- ‘친문 당 대표 돼도 고민 안 돼도 고민…’ 차라리 지도부 장악

 
더불어민주당은 5월말까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8월 말에 개최될 전대 준비에 착수했다. 전준위가 구성되면 전대 룰과 함께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확정해야 한다. 추미애 당대표가 선출될 당시인 2016년 8.27 전대에서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했다. 컷오프제도 도입돼 송영길 당대표 후보는 탈락했다. 추 대표에 맞서 이종걸, 김상곤 두 후보가 경합을 벌였지만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전대 룰은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30%, 일반여론조사(일반당원+국민) 25%로 사실상 당원을 많이 보유한 후보가 당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결국 친문 대표 후보로 나선 추 대표와 친문 인사들이 최고위원에 대거 입성했다.
 
최고위원 선출은 여성.청년.노인 세대별 최고위원과 5개 권역별 최고위원을 선출해 총 8명의 최고위원이 탄생했다. 무엇보다 권역별 최고위원 선거 결과 서울제주권 김영주 현 고용노동부 장관, 경기인천권역 전해철 의원, 영남권역 최인호 의원이 선출됐는데 모두 친문 인사다.
 
현재 민주당은 권역별 최고위원제도는 돌아가면서 최고위원으로 활동해 대표성이 없고 최고위원으로서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1월 사실상 폐지됐다. 결국 당대표와 세대별 최고위원인 4명의 당 지도부 선출과 추가로 최고위원을 몇 명 더 선출할 지도 전준위에서 결정해야 한다.
 
당권 도전 하마평 18명...마땅한 친문후보 ‘부재’
 

무엇보다 8월에 개최될 전당대회에서 눈여볼 점은 기존 제왕적 1인지도체제인 단일성 지도체체를 유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 문제다. 전대 룰은 현재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당원과 일반 국민의 비율이 당락에 크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비주류 진영에서 기존 당대표 선출에 있어 ‘결선 투표제’ 도입을 주장할 공산이 높은 점은 갈등 요인이다. 당원 투표는 1인2표제로 진행될 전망이다.
 
결국 반문은 없고 친문과 비문만 존재하는 민주당 당권 성향을 보면 일반적으로 당원 70%가 친문이고 30%가 비문이라는 점에서 친문 패권주의의 부활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일단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거론되는 당권 주자들의 면면을 보면 7선의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이석현(6선)·이종걸(5선) 의원, 김진표·박영선·송영길·설훈·안민석(이상 4선) 의원, 윤호중·이인영·우원식(3선) 의원, 박범계·신경민·전해철(재선) 의원, 김두관(초선) 의원이 있다.
 
외부 인사로는 김부겸·김영춘 두 장관의 ‘차출론’이 나오고 있고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서는 3선의 최재성 전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자천타천이지만 모두 합치면 18명이다. 하지만 현재 전당대회에 출마할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친문 주류 입맛에 딱맞는 후보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친문 패권주의’, ‘대권주자 조기 과열’이 심해질 수 있는데다 ‘관리형’을 선택하기에는 문재인 집권 2년 차 개혁의 중요성과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의 무게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전당 대회를 치른다면 당 대표 후보군과 최고위원 후보군이 이원화된다는 점에서 후보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컷오프제도 살아 있다.
 
반면 당권을 둘러싼 ‘친문 패권주의’ 공방은 피할 길이 없다. 친문을 대표하는 인사가 당권을 잡을 공산은 매우 높다. 주류 측에서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친노 좌장’에 강경파인 이해찬 의원이나 전해철·윤호중 의원과 최재성 전 의원의 경우다.
 
이해찬 의원의 당권 도전은 주류 진영에서 버겁다. 자칫 주류가 분열될 수 있고 비주류 후보가 뭉칠 수 있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년 전 친문 주류가 비문인 추 대표를 지지해 당대표로 내세운 이유다.
 
전 의원은 이 의원보다는 덜 부담스럽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대통령 복심’인 데다 최측근 인사를 당대표에 앉혀 청와대가 ‘수렴청정을 할려고 한다’는 비판이 불 보듯 훤하다. 최 전 의원은 본인이 ‘친문 대표주자’로 주장하지만 주류로서 당대표로서 ‘2% 부족하다’는 게 당 내외 평가다. 윤호중 의원은 친문 직계로 비문을 껴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당대표로서 중량감은 낮다.
 
그렇다고 주류 진영이 비문에서 친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인사들에게 당권을 넘겨준다는 것은 더 위험성이 크다. 앞서 언급했듯이 차기 당 지도부는 집권 중.하반기 당 청관계를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을 방지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친정체제 구축이 강경파 주장의 핵심이다. 비주류 후보로 분류되는 이종걸, 박영선, 송영길, 이인영 의원 등이 당권을 잡을 경우 이들이 친문으로 전향했다고 해도 ‘100% 신뢰’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집권 여당 내 주류 진영에서 관리형 대표를 선호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관리형으로 김두관, 김진표, 우원식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김두관. 김진표 의원은 관리형 당대표로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에 친문 후보처럼 당내 눈치를 안보고 대놓고 힘을 실어줄 배짱이 있느냐에 회의적이다.
 
이에 차라리 장관이지만 김부겸·김영춘 두 인사 차출론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차기 대권 경쟁이 조기에 과열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차출론’의 걸림돌이다.
 
秋 효과? 당대표 권한 축소, 지도부 친문 장악 의도?
 
주류 입장에서는 적폐청산 2기를 맞이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필수적인데 조기 대권 후보들의 현 정권과 차별화 행보는 용납하기 어렵다. 특히 주류 진영에서는 ‘포스트 안희정’이후 비문의 구심점이 사라졌는데 김부겸 장관의 당권 도전은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수 있다.
 
결국 친문 주류가 ‘친정체제 구축’과 ‘관리형이냐’, ‘통합형이냐’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하는 배경이다. 이에 주류 진영에서는 차라리 ‘단일성 지도체제’를 접고 ‘집단지도체제’로의 지도부 선출 방식을 바꾸자는 안이 최근 설득력을 얻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 외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게 아닌 함께 선출하는 방식으로 1등이 대표 최고위원을 맡고 나머지는 순서대로 최고위원직을 맡는 지도부 선출방식이다.
 
친문 주류 입장에서는 누구를 밀든‘친문 패권’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자칫 주류가 분열돼 비문이 당권을 잡을 경우 후폭풍이 거센 만큼 최대한 친문 주자들을 지도부에 입성시키자는 안이다.
 
또한 단일지도체제에서는 주류 후보보다는 비주류 당권 후보가 많은 현실에서 비주류 후보들이 뭉쳐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할 수 있다. 결선투표제는 성격상 1등 주자와 오차범위 내에 있는 2등 주자가 당선을 위해 3, 4, 5위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주류 진영에서 반길 안이 아니다.
 
또한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비문 후보나 관리형 대표가 당대표 최고위원에 오른다고 해도 나머지 지도부에 대거 입성한 친문 주류 최고위원이 당대표를 견제하고 견인을 해 당청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나아가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선출된 추미애 대표와 청와대 간 몇 차례 불협화음 논란을 겪었던 점도 집단지도체제로의 변화에 한몫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주류 입장에서는 비주류의 결집에 따른 당 내홍도 방지하고 조기 대권 경쟁이 과열되는 것 역시 사전에 방지하는 묘책인 셈이다.
 
이럴 경우 현 당권 도전에 나서는 친문 후보나 비문 후보, 관리형 후보 모두 각자도생하는 것으로 친문 패권 경쟁이 사라질 공산이 높다. 나아가 문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는 전당대회에 나설 친문 후보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문심은 누구다’ 등 확인되지 않는 악성소문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전당대회에 출마는 누구나 할 수 있게 오픈해놓고 당 지도부에 입성할 인사들은 친문 주류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집단지도체제에서 ‘컷오프’도 주류진영에 유리한 장치다. 지난 8.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가 김상곤 후보와 이종걸 후보와 컷오프 대결에서 탈락했다. 당시만 해도 김상곤 후보는 당내 세력이 전혀 없었지만 송 후보를 탈락시키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 뒤에는 친문 지지자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결국 20여명에 육박한 당 대표 최고위원에 도전하지만 1차 예선전 성격인 강한 컷오프제를 통해 비문 인사들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미 집권 여당 내에서는 전준위가 출범도 하기 전 청와대와 당 지도부 간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이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靑, 집단지도체제로 전환, ‘藥’될까 ‘毒’될까
 
비문 진영 역시 주류가 미는 후보가 당대표에 선출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현실에서 굳이 주류와 각을 세우면서 당권 도전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다. 이제 겨우 임기 1년이 지났고 집권 2년 차에 들어가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이에 제왕적 1인 지도체제인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친문 주류 후보와 정면대결을 벌이기보다는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는 것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8월 전당대회에 나설 비문 당권 후보 의원실 한 인사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이 오히려 낫다”며 “당내 반문이 사라진 지 오래고 친문과 비문, 주류와 비주류만 존재하는 당내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당권 도전에 나서는 발걸음이 더 가볍다”고 적극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류와 비주류 간 당권 도전을 하면서 민감한 전당대회 룰과 지도부 선출 방식에 대해 이견이 없는 첫 전당대회가 개최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