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른 영화 관람료…공정위 “조사 중” 답변만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지난달 영화 관람료를 줄줄이 인상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이하 공정위)가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석연찮은 판단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3사는 시간을 두고 1000원씩 인상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가격 담합으로 보고 지난달 2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공동행위(가격결정행위) 및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가격남용행위)에 각각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위반사항이 없고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답변이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한다.

계속되는 영화 관람료 인상에 소비자 불만
공정위 “극장 측 운영비 제출 자료 공개 어렵다”


앞서 CJ CGV는 2016년 좌석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면서 티켓 가격을 1000원 올린 데 이어 2년 만에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도 지난달 19일 순차적으로 1000원씩 관람료를 인상하면서 극장가 전반의 관람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 CJ CGV에서 주중 일반 영화를 보려면 오후 4시 이전에는 이코노미존에서 최소 8000원, 프리미엄존에서 최대 1만 원을 내야 한다. 오후 4시 이후에는 최소 9000원에서 1만1000원을 내야 하며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최소 1만 원에서 1만2000원을 내야 한다. 영화 1편에 1만 원이 넘어가는 관람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솜방망이 처벌 오히려 ‘화’ 불렀다

2016년 가격 인상 당시 참여연대는 멀티플렉스들이 시간적 간격을 두고 동일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에 대해 공정위에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주의 촉구’로 마무리 지었다. 

결국 이 일이 화근이 됐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영화관람료를 인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가 멀티플렉스 3사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눈감고 시민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안, 상영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3사의 근거 없는 관람료 인상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독과점 기업의 행태를 이번만큼은 공정위가 제동을 걸고 엄정한 시정조치를 취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희망본부는 “공정위가 3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엄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공정위는 관람료 인상뿐 아니라 멀티플렉스 3사의 기타 불공정행위를 인지하는 경우에도 직권조사해 적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한 소비자는 “관람료가 올라가면서 획기적인 시설 변화나 편의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저렴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어 유일한 취미로 삼고 있는 영화 관람료가 계속해서 오르기만 해 아쉽다”라고 불만을 호소했다.

최저시급 인상과 극장 수익성 악화 때문?

이와 관련 멀티플렉스들은 관람료 인상이 임대료 및 최저 시급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멀티플렉스는 아르바이트 직원 고용률이 높아 최저 시급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올해 최저시급은 역대 최대 인상 폭인 16.4%를 기록해 시급 7530원이 적용된다.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 업체와 IPTV VOD 서비스의 강화로 극장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관람료 상승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지난 10일 CJ CGV가 공시한 올 1분기 매출 자료에 따르면 CJ CGV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412억 원, 영업이익은 19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31.5%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0.2%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사업은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2202억 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이익은 74% 감소한 11억 원에 그쳤다. 

오히려 같은 기간 국외시장에서의 실적은 크게 늘었다. CJ CGV가 1분기 동안 국외에서 거둔 매출은 22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하며 해외 매출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극장 측이 가격 인상과 관련해 제출한 자료는 현재 조사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담합 관련 조사 종료 시기 역시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공정위가 시장점유율 97%에 달하는 멀티플렉스 3사의 관람료 상승을 인정함에 따라 영화 관람료의 지속적인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영화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설명도 관람료의 동시 인상과 인상 근거에 대한 답변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참여연대는 “멀티플렉스 3사가 최근 5년간 세 차례에 걸쳐 관람료 인상을 단행했고 인상률도 1000원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답변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3사의 비용 지출 규모나 해당 비용이 가격 결정과 구체적으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답변에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할 타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 따라서 공정위의 빈약한 답변은 국내 극장 시장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멀티플렉스 3사의 독과점 체계를 보장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008년 대형영화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등 5개 영화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영화관람료 할인 중지를 담합 행위로 보고 69억1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영화관들은 멤버십카드 할인 및 멤버십데이, 상영관 이벤트, 대학생 할인, 청소년 추가할인 등의 자체 할인 행위를 동시에 중지해 비난 여론에 휩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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