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거듭 하락 단일화 카드 ‘만지작’

안철수-김문수-박원순, 합장한 서울시장 후보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칼이 무딜 대로 무뎌졌다. 6.13지방선거를 약 보름 남긴 시점 지지율은 거듭 하락세다. 당초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기세는 꺾이고,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박선숙 의원, 강연재 변호사 등 안 후보 최측근들도 등을 돌리고 있어 사실상 ‘침몰하는 배’와 다름없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해석이다. 결국 다급해진 안 후보가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라는 관망이 많다. 하지만 양측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서로가 유일한 ‘박원순의 대적 상대’라며 김 후보와 샅바싸움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 만일 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박 후보를 이길 가능성도 미지수다. 이에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로 참패하거나, 2위를 하더라도 격차가 클 경우 ‘2선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대항마” 자처하더니… 김문수 후보와 2·3위 ‘쟁탈전’
단일화 가능성 ‘미지수’ 성사 돼도 ‘정략’ 역효과 전망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M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19~21일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후보가 13.9%로 나타났다. 1위인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1.1%로 압도적으로 앞섰으며,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9.1%로 안 후보와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 조사(조사일 4월30일~5월 1일, 코리아리서치센터, 표본 809명, 95% 신뢰수준에 ±3.4%P)와 비교하면 박 후보는 48.3%에서 2.8%P 상승, 안철수 후보는 16.5%에서 2.6%P 하락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지율엔 변동이 거의 없었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김 후보에게 뒤진 경우도 있다. 데일리안·아시아투데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60.1%), 김 후보(18.5%), 안 후보(12.3%)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무선 81% 유선 19% 비율로 무작위 표본 추출 RDD 전화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울시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압도적 우위에도 박 후보에게 양보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역전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 출마를 밝히며 박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김 후보와 ‘2위 쟁탈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
 
당내 입지도 흔들… ‘사당화’ ‘독선’ 이미지까지
 
여기에 최근 안 후보의 당내 입지가 위태로워진 점도 더욱 뼈아프다.
우선 ‘송파을 전략공천설’이 안 후보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송파을 재선거에 출마할 후보 경선을 실시, 박종진 송파을 예비후보가 65.8%의 지지를 얻어 1위로 확정됐다. 그런데 안 후보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송파을 전략공천을 강력히 주장하며 후보자 선정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무리해서 손 위원장을 전략공천하려던 이유가 지방선거 후 자신의 당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바른정당 출신인 이준석 후보에게 티켓을 내준 상황, 송파을만큼은 뺏길 수 없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송파을마저 바른정당 출신에게 뺏길 경우 지방선거 후 있을 지도부 개편에서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천 결과와 별개로 안 후보의 ‘사당화’ ‘독선화’라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당초 공천을 둘러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알력이 계속되자 양측은 지난 5월 14일 경선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국민의당 출신의 안 후보 측이 사실상 이를 ‘불복’했던 것.
 
경선 1위를 하고도 출마를 확정짓지 못했던 박종진 예비후보는 “경선 1위가 공천을 못 받는 진기한 기록이 기네스북에 올라가지 않길 바란다. 더욱이 제가 공천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경선은 무의미할 것이고 이는 곧 민주주의 파괴를 의미한다”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민주적인 최고위의 결정을 기대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지난 25일 손 위원장의 최종 불출마 의사로 현재 출마를 확정지은 상태다.
 
더욱이 안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어 점입가경에 빠진 형세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이탈 행동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박선숙 의원이 지난 14일 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 사직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본회의에 ‘나홀로’ 입장한 것이 가장 크게 거론된다. 또한 ‘안철수 키드’로 불리던 강연재 변호사가 안 후보의 자질부족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당 노원병 후보로 나선 것도 안 후보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밖에 금태섭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 후보와 정치적 결별을 했다고 알려진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가 안 후보 정치인생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크게 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3위로 ‘참패’하거나, 2위를 하더라도 박 후보와 근소한 차이를 내지 못할 시 정치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직도 없기 때문에 ‘정치적 빙하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
 
安-金 ‘단일화’ 군불 때기… 가능성은 ‘미지수’
 
결국 다급해진 안 후보가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실제로 최근 김문수 후보와 안 후보는 공식석상에서 단일화 관련 빈번하게 언급하며 ‘군불 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고 있다.
 
앞서 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남에서 “경제관, 안보관 등에서 안 후보의 정계 입문 이후 족적을 볼 때 지금 당장 단일화를 해야 될 만큼 유사점이 많지 않다”면서도 “박 후보가 (시장을 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점은 안 후보와 생각이 같다. 큰 틀에서 생각이 같다면 못할 게 없다. 확신이 들면 함께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안 후보 역시 같은 날 “단일화는 후보자가 하는 게 아니고 유권자가 가능성 높은 곳에 지지를 모아줘야 이뤄진다. 이미 추세가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선거 초반 “단일화는 절대 없다”던 두 후보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후보의 입장에서는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유일한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7년 전 박원순 후보에 대한 ‘양보’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김 후보로의 단일화로 좁혀질 경우, 정치인으로서 자질 문제가 대두될 공산이 높다. 따라서 ‘지는 게임’이라도 이번만큼은 본인이 직접 나서야 차후 정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실제 단일화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두 후보 간 치열한 기 싸움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 선거 막판까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두 후보 모두 “나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실제로 두 후보는 상대 진영과 저울질을 하고 있을 뿐 단일화의 시기나 방법 등 구체적 논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단일화가 마지막 동아줄이 될 수 있다. 야권 연대를 통해 박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추격해야 체면치레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단일화 후보로 본인이 나선다는 것이 최대 전제”라고 분석했다.
 
또한 두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큰 산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安-金’ 단일화가 김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갈 경우 홍 대표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김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져 유의미한 결과를 낼 경우, 김 후보가 차기 당권 주자로서 홍 대표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일화 성사되더라도… 역전 가능성 미미
 
만약 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박 후보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박 후보의 독주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박 후보에 뒤지는 추세다. 두 후보는 박 후보의 7년 시정을 비판하며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이마저도 파급력이 미미한 상황이다. 따라서 박 후보의 철옹성을 무너뜨릴 ‘필승카드’ 없이는 현재로서 판세가 역전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정략적 단일화’가 역효과를 나을 공산이 높다. 실제로 두 후보는 서로 간 정치적 공통점이 없음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두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反박원순 연대’라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 후보 역시 지난 21일 한 방송을 통해 “안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논평할 바 아니다”면서도 “이합집산으로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 결국 시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후보 단일화가 얼마나 위협될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판세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