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로 입적해 그룹 총수까지 4세대 경영체제 시작됐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22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이 진행됐다.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치러졌지만 평소 그와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곤지암 인근 지역에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구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승계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4세대 경영체제의 시작이다.

1978년생으로 서울 경복초·영동고교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 졸업
2015년 상무 승진 후 미래사업 관리, 지속성장기술·시장 변화 주목 


구광무 LG전자 상무로의 경영 승계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타계 사흘 전인 지난 17일 발표됐다. 차기 경영체제로의 이행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4세 승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 구 회장의 양자로 알려진 구 상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장자승계원칙의 기업문화
2004년 양자 입적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경영권을 이어 받는다. 구 상무의 구체적인 역할과 직책은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 이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는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로,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다. 구본무 회장 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대를 잇기 위해 2004년 양자로 입적하며 그룹 경영권 후계자가 됐다. 

1978년생으로 올해 나이 40세다. 서울 경복초교,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다. 입양 2년 뒤인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하며 경영 수업에 발을 디뎠다. 

이후 2007년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하지만 중도에 본인의 전공 분야인 IT(정보기술) 실무를 익히기 위해 학업을 중단한 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옮겨 1년간 근무했다. 

스타트업 근무 이후엔 미국 뉴저지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쳤다. 제조 및 판매, 기획, 국내외 및 지방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5년 (주)LG 상무로 승진한 이후에는 주력 및 미래사업을 탄탄히 하고, 지속 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시장 변화에 주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 

IT기술 동향에 관심이 많아 콘퍼런스나 포럼 등에 참석하고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성장사업 중 한 축인 B2B사업본부의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으로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ID사업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성장 분야인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전자·디스플레이·ICT·소재부품 등 주요 사업 부문과 협업하는 사업이다. 

ID사업부장을 맡은 후 최근까지 미국, 유럽, 중국, 싱가폴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사업성과 및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사이니지 전시회 ‘ISE 2018’에 참석해 첨단 올레드 기술력을 집약한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신제품을 시장에 소개하는 등 사업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LG 측은 “구 상무는 오너가이지만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부문에서,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경영 역량을 쌓아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은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부인 정효정 씨와의 
결혼 스토리 화제


구 상무는 2009년 10월 식품업체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 정효정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정-재계, 또는 국내 굴지의 재벌가끼리의 혼사가 아니라서 큰 관심을 모았다. 

부인 정 씨는 향료나 화공약품 등 식품첨가물 및 원료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중소식품업체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다. 1959년 설립한 보락의 지난해 매출액은 335억 원, 영업이익은 13억 원 규모의 중소업체다.

두 사람은 뉴욕 유학 시절 만나 사랑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정 씨는 성격이 원만하고 매사에 성실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주변인들은 전했다. 

다만 결혼 과정이 순탄치는 못했다. 신랑-신부 양가 집안의 재력 차이가 너무 컸던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부 측 집안도 제법 건실한 중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재계 4위 LG그룹에 비할 순 없었다.

당시 LG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유교적 가풍이 강한 LG가에서는 대대로 집안 어른이 정해준 상대와 결혼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신부 측 집안 역시 집안 간 격차와 유교적 가풍이 강한 종갓집에 딸을 시집 보낸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반대에 부딛혔지만 구 상무와 정 씨는 오랫동안 양가 어른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특히 시어머니가 될 김영식 여사가 정 씨를 마음에 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두 사람은 혼인서약을 했고 현재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구 상무의 승계 과정이 재임 중 타계한 구인회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구자경 명예회장 사례를 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인회 창업주는 1969년 12월 31일 구본무 회장의 경우와 같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첫째 동생이자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고 구철회 당시 락희화학(현 LG화학) 사장이 ‘장자 승계’ 원칙을 밝히고 구자경 금성사(현 LG전자) 부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또 다른 창업 멤버이자 셋째 동생인 구정회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조카인 구자경 회장을 도우며 경영수업을 받도록 했다. 이 같은 과도체제가 1년간 이어졌다.  

재계와 LG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LG그룹을 이끌게 될 구 상무는 다음 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사내이사가 된 후 경영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40세에 경영권 물려받아
김승연 한화 회장은 29세에 회장 돼


한편 구 상무가 경영권을 물려받게 되면서 30∼40대 젊은 나이에 총수직에 오른 재계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구 상무와 같이 40대에 총수직에 오른 인물로는 이건희(76) 삼성전자 회장과 조현준(50) 효성그룹 회장이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타계 직후 45세의 나이에 삼성그룹의 2대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1966년 당시 삼성그룹 계열사이던 동양방송에 입사해 삼성물산 부회장, 삼성그룹 부회장을 거치며 21년간 경영수업을 받았다. 

와병 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 온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50세의 나이로 새 총수가 됐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2017년 부친인 조석래 전 회장이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물러나자 49세 나이에 회장으로 취임했다.

주요 대기업 총수 중 가장 젊은 나이에 경영권을 승계한 인물은 김승연(66)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1981년 한국화약그룹(현 한화그룹) 설립자인 아버지 고 김종희 전 회장이 타계하자 29세의 나이로 회장이 됐다. 

김 회장은 1977년 태평양건설(현 한화건설) 해외수주담당 이사로 입사했고 이듬해 사장으로 취임했다. 1980년 한국화약그룹 관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년 뒤 그룹 회장에 오른다. 올해까지 38년째 ‘최장수’ 회장을 지내고 있다.

최태원(58) SK그룹 회장과 정몽준(67) 아산재단 이사장, 정지선(46)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은 30대에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부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이 1998년 세상을 떠나자 38세의 나이에 SK㈜ 회장으로 취임했다. 1992년 입사해 경영기획실 사업개발팀장, ㈜SK상사 및 SK㈜ 상무 등을 거쳤다.

정몽준 이사장은 1987년 36세에 옛 현대그룹 소속 현대중공업 회장을 맡았다. 1975년 그룹에 첫 발을 디뎠고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승진한 지 5년 만에 총수가 됐다. 정계 진출과 함께 1991년 현대중공업 고문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로 있다. 

현대가 3세인 정지선 회장은 2007년 35세의 나이에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1년 현대백화점 기획실장 이사로 입사한 뒤 기획관리담당 부사장을 거쳐 2003년 그룹 총괄 부회장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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