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팬티·마스크·소금·화장품에도 방사능이?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위원장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라돈 침대’ 이후 사회 전반에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드리웠다. 눈에 보이지도, 냄새와 맛도 느낄 수 없어 두려움이 더욱 크다. 이전부터 방사능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가 있다. 바로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위원장이다. 햇볕이 쏟아지는 날,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환경센터 3층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인체는 방사능 막을 아무런 준비 안 돼…그대로 세포 속 DNA 공격”

-방사능/방사선 차이는?
▲방사능은 총, 방사선은 총알이라 생각하면 된다. 방사성 물질이 정확한 명칭인데 방사능 물질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우라늄은 방사능 물질이고, 여기서 나오는 방사선 중 하나가 라돈 등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방사능 청정국’이 아닌 것 같다.
▲당연하다. 원자력계가 말하는 자연 방사능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사실 라돈도 자연 방사능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자연에 존재하는 핵 물질을 우리가 쓰는 생활제품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건강에 좋다고,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서 구매한 뒤 사용했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방사능이 나왔다. 이 사실에 대해 충격받고 분노하는 거다.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된 건 방사능 물질이 건강에 유해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입증 없이 무분별하게 인간의 몸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제품 전반에 사용해 방사능에 노출·피폭되게 한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 보인다.

-방사능에 관한 우리나라 국민들 인식 수준은.
▲(방사능에 관한 인식이) 별로 없다. 방사능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해 우리 사회가 교육된 바도 없고, 무지한 상태였다.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들이 모두 원자력을 이용해 진행하다 보니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면 (관련) 영향을 미칠까 봐 중요한 문제로 다루지 않고 ‘그 정도야 괜찮아’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다. 정부가 정보 제공도, 규제도 하지 않고 오히려 건강제품이라 허가해 줬다. 

-라돈 침대 말고도 문제가 많을 거다. 대표적인 방사능 우려 생활제품은?
▲(우려되는) 제품이 너무 다양하다. (음이온) 팔찌·목걸이는 애교 수준이다. 생리대, 팬티, 거들, 모자, 마스크, 소금, 화장품, 입욕제, 머드팩, 각종 매트, 열을 발생시키는 온열기기에 이르기까지 (방사성 물질을) 안 쓰는 것을 찾기 힘들다. 최근엔 음이온이 나온다고 하면서 세라믹 볼을 샤워기 안에 넣는 경우도 있다. 일회용 정수기, 음이온 정수기, 연수기에도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종류를 헤아릴 수 없다. 

-음이온과 방사능은 어떤 긴밀성을 갖나.
▲천연 광물·전기를 통해 발생하는 음이온이 건강에 이롭다는 학술적 연구 결과가 없다. 일종의 상술이 불러내온 결과다. 이런 것들을 국가가 허가, 인정해주고 특허를 내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게 된 거다.
원자력안전위원회조사 결과 등을 보면 음이온 수치가 높을수록 방사능 수치도 높다. 음이온 수치가 높다고 하는 제품들을 검사해 보면 (그 제품은) 반드시 방사능 농도가 높다. 왜냐면 우라늄, 토른 같은 방사능 물질이 핵분열을 하며 이온입자를 만든다. 이게 사실 방사선인데 음이온으로 포장해서 제품을 만든 거다.

-방사능 물질에 관해 국가 차원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건가.
▲(‘라돈 침대’ 사태는) 환경부가 친환경 마크에 관해 얼마나 큰 결함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친환경 마크에 방사능에 관한 검사 항목이 없다. 그것을 뺀 다른 유해물질 등만 검사한 거다. 환경부의 친환경 마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이번 기회에 판명난 거다.

-‘음이온 생리대’는 처음 들어보는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나?
▲아주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방사성 물질인 토르마린을 칩으로 만들어 생리대에 낀다. 여기서 음이온이 나와 생리질환, 냉대하를 모두 개선하고 생식기 관련 질환을 고칠 수 있다 했는데 이건 입증된 게 아니다. 회사 측의 주장일 뿐인데 특허를 준 거다. 생식기는 방사능에 특히 취약한 부위다. 

-음이온이 이용되는 제품이 또 무엇들이 있나.
▲소금, 칫솔 등 입 속으로 들어가는 물질에도 많이 있다. 음이온이 1990년대부터 등장했다.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일종의 신화가 만들어지면서 안 들어간 제품을 찾기가 힘들다.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이러한 제품에 관한 관리감독은 잘 이뤄지고 있나.
▲규제라는 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없으면 (안 된다). 라돈 침대도 마찬가지다. 모나자이트 업체가 수입을 해 등록 및 납품신고만 하고 끝났다. (모나자이트를 납품 받은) 업체 중 샤워기 등 각종 생활용품 제작 회사들이 침대 회사보다 (모나자이트를) 더 가져갔다. (정부에서) 이를 추적해 현장에 가 ‘기준치를 초과했느냐, 안 했느냐’라고 (조사)했다면 이처럼 고선량에 오염된 매트리스가 유통 안 됐을 거다. 그런데 신고만 받고 끝난 거다. 법에 (생산 과정을) 추적하도록 의무화가 안 돼 있다.

-생활 피폭, 많이 되고 있나?
▲(인터뷰 당일) 새벽부터 3시간 정도 상품을 좀 들여다봤는데 (방사성 물질을 지닌 제품이) 너무 많아서 토 나올 지경이었다. 방사능은 인체에 ‘이만큼이면 안전해’라는 기준이 없다. 피폭량에 비례해서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미량일지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인체에 축적되기 때문에 그게 더 위험하다. 

-인체에 축적된 방사능은 배출이 안 되는 건가.
▲빠져나가긴 하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장기가 몸속에 들어온 방사능을 막을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대로 세포 속의 DNA를 공격한다. 

-실생활에서 방사능 대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전원을 연결하지 않았는데 음이온이 나온다면 그 안에 방사능 물질이 들었다고 의심해야 한다. 전기를 통해 음이온을 생산하는 방식도 있지만, 대부분 방사능 물질을 이용해 음이온 배출하는 방식을 택한다. 전기를 꽂지 않았는데 에너지가 나온다면서 ‘신비한 광물질’로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라 다 방사능이다. 

-하고 싶은 말은.
▲‘살균’ ‘항균’ 이런 것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 음이온 제품도 이것으로 많이 홍보한다. 이것이 입증된 바도 없지만, 바꿔 말하면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는 살균이나 항균을 생명을 죽이는 것으로 본다. 살충제와 유사한 물질로 취급한다. 또한 물이 오염되면 무슨 기능이 붙은 정수기가 나오고, 심지어 미세먼지에 좋은 기능성 화장품(이 나오고). 기능성이란 건 음이온처럼 입증된 바가 없다. 어떤 유해물질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이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능을 더한다. 첨가한 기능성으로 인해 건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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