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일단락됐지만...지방선거 후 ‘후폭풍’ 분다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6‧13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송파을 지역을 놓고 벌어졌던 바른미래당 내 공천 갈등이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의 ‘결단’(?)으로 우선 일단락됐다. 경선 1위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유승민계 인사들과 가장 센 후보인 손 위원장을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안철수계 인사들이 한 치의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렸지만, 당사자인 손 위원장이 결국 불출마 뜻을 밝히면서 갈등은 봉합된 모양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며칠새 여러 차례 입장을 바꾼 손 위원장의 행보가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곳곳에서 통합을 후회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진 상태다. 이번 공천 갈등이 결국 지방선거 이후의 당내 권력 투쟁의 전초전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선거 이후 바른미래당은 또다시 내홍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安‧劉계 공천 극한 대립 왜…地選 이후 정치적 입지 놓고 기싸움 충돌
“이러려고 통합했나” 내부 균열 ‘우지끈’…“선거 참패 후 4갈래 와해될 수도”

 
출마 안 한다(23일)→출마하겠다(24일)→출마 안 한다(25일). 손 위원장이 결국 송파을 출마의 뜻을 접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죽는다는 심정으로 송파을 선거에 나설 뜻을 밝혔으나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의 위기로 치닫고 있어 저의 생각을 접는다”며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바른미래당은 송파을 공천을 놓고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정면 대립을 벌였다. 안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1등 가능성이 있는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유 대표 측은 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경선에서 1위한 박종진 후보가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방선거 후보자 마감일에 임박해서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극단으로 치닫던 공천 갈등이 손 위원장의 불출마로 일단락됐지만, 노원병에 이어 송파을에서도 불거진 공천 내홍으로 당내 후유증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孫, 이랬다가 저랬다가…갈지자 행보 ‘눈총’
 
3일새 입장을 두 차례나 바꾼 손 위원장의 행보는 당내 혼란을 가중, 내부 결속을 약화시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손 위원장이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그 타격은 배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공천 갈등이 바른미래당의 물리적 통합은 마무리됐지만 화학적 결합은 미비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계파 간 화학 결합이 안 돼서 공천 갈등으로 불거진 것”이라며 “두 정당이 통합을 왜 했는지 의미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 표출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송파을 지역이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긴 하지만 한 지역을 놓고 이렇게까지 잡음을 내며 갈등을 표출시킨 데에 대한 지적과 의구심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먹을거리도 없는데 싸우다 결국 상처만 난 꼴”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또는 박종진 어느 후보가 나서든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양측이 벼랑 끝까지 간 데에는 다른 속내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관계자는 “당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은데 뭐 저리 피 터지게 싸우는가 보면 결국 다른 데 관심이 있구나는 생각이 든다”며 “차후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 (이번 공천 갈등은) 상대에게 지지 않겠다고 하는 기선제압용 기싸움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이번 갈등을 보면) 지방선거 이후 당권과 같은 정치적 입지 이런 것들을 너무 의식(한 다툼으로 비쳤다)”고 부연했다.
 
통합 회의론 곳곳, 선거 후 터질 공산 커
 
당이 단합해 화력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지난한 공천 갈등을 겪으면서 당 내부에서는 실망감을 넘어 통합을 뼈저리게 후회한다는 발언도 나온 상황이다. 안 후보 비서 출신인 이태우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송파을 경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안 전 대표가 추진하던 통합에 찬성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했고, 바른정당 출신인 진수희 전 서울시당위원장도 “온갖 비상식적인 일들, 게다가 송파을을 놓고 벌이는 무도한 작태를 보면서 통합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충북의 한 지역위원장도 “일부 지역위원장들이 ‘이러려고 합당했나. 차라리 예전이 더 낫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같은 후유증이 당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야 향후 정계 개편에서 (바른미래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당이 과연 온전하게 유지될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선거가 코앞에 닥쳐 단합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자제되고 있지만, 선거 이후엔 쌓였던 불만과 앙금이 다시 터져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다. 당내에서조차 이번 선거는 ‘선거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선거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부터 계파 간 잡음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복수의 당 내부 관계자들은 “6.13 이후 또 헤쳐모이는 정계 개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해, 와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손학규 위원장은 이미 선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지방선거 후에 진행될 정계개편을 준비하기 위해”라고 밝히면서 ‘당대표 출마급’ 연설을 한 바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손 위원장이 결국 자진 사퇴한 만큼 향후 안철수 쪽에서는 당대표로 손 위원장을 강하게 밀 수 있다. ‘손학규 당권’이 당내 핵심 논쟁거리 될 것”이라며 “유승민 쪽에서 강하게 반발한다면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4갈래로 와해 상태가 벌어질 것 같다”면서 “총선 전에 한국당으로의 복당파, 호남에서 평화당이 약진할 경우 평화당 합류파, 안철수‧유승민의 각각 독자파 등 4갈래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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