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는 총 10명의 활동가가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서승희 대표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성적인 행위로 남에게 육체적 손상 및 정신적·심리적 압박을 주는 물리적 강제력.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성폭력의 뜻이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라 성폭력의 의미도 확대될 필요성이 대두됐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성폭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뒤흔들었던 거대한 규모의 음란사이트 ‘소라넷’, 지하철·화장실 등 공공장소에서 행해지는 불법 촬영, 지인의 얼굴을 외설적인 사진에 합성하는 ‘지인 능욕’까지. 실체 없던 ‘사이버 성폭력’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이버 성폭력은 인터넷망을 통한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범죄다. 익명성과 유포성이 동반돼 막대한 피해를 끼치나 명확한 가해자를 찾아 죄를 묻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그간 사이버 성폭력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 사회 이슈로 논의되지 않았다. 명백한 ‘성폭력’이라는 인식과 이를 제재할 경각심조차 없었던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점차 이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라넷’을 필두로 해외 서버에 적을 두고 있는 여러 음란 사이트의 적발, 한 유투버의 불법 촬영회 폭로, ‘몰카(몰래 카메라)’라 불리는 불법 촬영 근절 운동 등이 계기가 됐다.

사이버 성폭력 논의의 출발선에서 일요서울이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위치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에서 서승희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사성을 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에 나를 포함해 함께 참여했던 (현재) 팀원들이 있었다. (프로젝트) 이후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 이슈에 계속 관심을 갖고 점조직처럼 활동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조직적인 단계가 필요할 것 같다는 합의 하에 작년 2월쯤부터 조직 활동을 시작했다.

-센터에서는 주로 어떤 업무를 하나.
▲사무국과 피해자지원부로 나뉘어 있다. 사무국에서는 지원사업을 공모해 국제 연대체 사업, 사이버 성폭력 담론 심화 사업 등의 사업을 진행하거나 홍보, 회계, 정책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피해자지원부는 피해자 지원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서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사성은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사이버 성폭력 관련 피해지원을 하고 있는 ‘TWRF’라는 여성단체와 국제 연대체를 맺었기 때문.

이들은 그곳에서 사이버 성폭력 피해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국제 연대체로서 서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를 논의할 계획이라 한다.

‘국산 야동’ ‘유출물’
모두 사이버 성폭력이다

-사이버 성폭력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온라인 공간에 (불법 촬영물을) 올리는 것, 비동의 유포 성적(性的) 촬영 혹은 성적 촬영 비동의 유포. 공공장소에서 불법 촬영한 후 온라인 공간에 게시, 성관계 장면이나 자위 촬영물을 동의 없이 온라인 공간에 유포하는 경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카카오톡 등에서 지인의 사진을 다운받아 성적으로 합성하는 것, (온라인) 게임할 때 여성혐오적이거나 성적인 수치심·모욕감을 줄 수 있는 욕을 하는 것도 사이버 성폭력이라 할 수 있다.

또 ‘온라인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이라고 성인 남성들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예쁘다’ ‘착하다’ ‘사랑한다’ 이런 말을 건네며 친해진다. 그 다음 성적인 촬영물을 받아내는 것도 성폭력 피해 사례 중 하나다.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어떤가.
▲(사이버 성폭력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이미 ‘국산 야동(야한 동영상)’ 혹은 ‘유출물’이란 카테고리로 피해 촬영물들이 거의 20년 가까이 소비돼 왔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 문화 사이에서는 ‘동의 없이 유포된 일반 사람들의 촬영물을 소비하고 (그것을) 보는 것’ ‘내가 다운받아 보는 것’ ‘(불법 촬영물을) 다시 유포하는 것’이 성폭력이고, ‘이걸 행한 사람도 성폭력 가해자다’라는 인식이 없다.

‘나는 국산 야동 보는 게 좋아’ 이런 취향으로 (자리)잡아들었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나아갈 길이 멀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폭력의 상황이 심각한 거다. 그렇다 보니 여성은 남성과 반대로 ‘이게(사이버 성폭력이) 굉장히 심각하고 도저히 못 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이버 성폭력은 남녀 간의) 온도차가 굉장히 다른 폭력이다.

-우리나라의 사이버 성폭력 피해 실태 어느 정도인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동의하에 촬영했어도 (이것이) 동의 없는 유포가 됐을 때 (해당 영상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굉장히 만연해 있다. 성폭력이 문화화 됐다.

특정한 개인, 특정한 나쁜 사람이 성폭력을 저지른다는 우리의 통념과 다르게 거의 대다수의 남성들이 ‘국산 야동’이라는 것을 소비했었고, (지금도) 소비한다.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 성폭력이 심각한 실태라고 생각된다.

-소위 ‘몰카’라 불리는 불법촬영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유포한 불법촬영 범죄는 2005년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4% 정도였다. 2015년도에는 24.9% 정도로 전체 성폭력의 1/4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성폭력이었다. 몇 년 사이에 몇 십 배가 증가한 거다.

-가해자도 알 수 없고, 피해자도 본인이 찍혔는지 알 수 없어 가해자 체포가 어렵지 않나.
▲동의하에 찍은 것이 아닌 몰래 찍은 불법 촬영인 경우, 예를 들면 공공장소에서 몰래 찍힌 카메라 같이 가해자의 신상 정보를 모르는 상황이라면 조사가 어렵다.

피해 여성분들은 자신이 찍혔는지를 모른다. 사건의 암수율(暗數率·드러나지 않은 수치 배율)이 굉장히 높다. 실제(피해)는 신고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신고방법과 대처법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 한사성에 상담전화를 주는 방법이 있다. 혹시 전화 상담이 어려운 경우라면 홈페이지에 이메일 주소가 나와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촬영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 등의 사이버 성폭력이 왜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가를 많이 고민해 봤다.

사이버 성폭력은 아무도 나에게 직접적인 가해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아프고, 이것이 왜 성폭력으로 불려야 할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소비해 성적인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성폭력이라 할 수 있다.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 성폭력은 잘못된 시선과 문화에서 비롯된 폭력이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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