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워커힐호텔 지분을 정말로 매각할 의향이 있는 걸까. 채권단의 워커힐 호텔 지분 매각 작업이 지난해 7월을 시작으로 1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워커힐 지분 매각 작업은 하나은행 계열의 하나 IBG(Investment Banking Group)가 담당하고 있다. 현재 매각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그룹은 워커힐호텔 내 카지노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를 비롯해 국내외 10여개 업체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입찰 선정 결정이 언제 날지 우리도 전혀 짐작할 수 없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매각 가능한 워커힐 지분은 최태원 회장이 SK네트웍스에 현물 출자한 40.70%와 SK네트웍스가 보유 중인 9.68%를 포함해 모두 50.38%다. 장부가격이 1,000억~2,000억원대인 워커힐호텔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기업 가치를 계산해 보면 매각금액은 최소 3,000억~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K측은 “워커힐 호텔은 경영권 프리미엄이나 브랜드 가치가 높고, 아차산과 한강변을 낀 약 14만평의 부지와 ‘황금알’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가지고 있어, 매각 가치가 최고 1조원 이상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 매각 금액에 큰 차이를 보였다. 더욱이 최근 6성급 최고급 ‘W서울워커힐’호텔 개관으로 워커힐 매각금액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만 해도 몇몇 기업이 워커힐호텔의 매각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였다. 하나은행은 워커힐 호텔을 대략 5,000억~6,000억원 정도로 평가. 군인공제회도 5,000억원에 매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호텔의 가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파라다이스 측 역시 “인수하고자 하는 의향은 있지만 인수가격의 차이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채권단의 매각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SK글로벌의 워커힐호텔 지분 매각 진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난달 20일 아시아 최초 6성급 호텔 ‘W서울워커힐’이 개관됐다. W호텔은 SK가 1,5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해 3 년여에 걸쳐 지은 최고급 호텔로 최태원 회장이 깊은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태원 회장은 W호텔 개관식에 참석해 1시간이 넘도록 호텔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객실, 레스토랑, 운동시설, 로비는 물론 화장실까지 살폈다. 개관 전날도 호텔에 들어 개관 준비상황을 직접 챙길 정도로 최회장이 W호텔에 많은 애정을 쏟은 것으로 밝혀졌다.일각에선 최회장의 이런 행동을 보고 “최씨 일가와 호텔과의 인연이 각별한 만큼, SK그룹 입장에서는 호텔을 팔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채권단의 협상 대상자 선정 작업을 일부러 늦추거나, 아예 매각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W호텔 개관으로 워커힐 매각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매각’이 더욱 아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워커힐호텔은 최씨 일가엔 단순 사업장이라기보다는 ‘집’과 다름없는 공간이다. 워커힐은 지난 63년 문을 연 뒤 정부 산하 국제관광공사가 경영했으나, 적자가 쌓이면서 73년 민영화됐고, SK가 그해 공개입찰을 통해 새 주인이 됐다.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70년대 말부터 20여년간이나 호텔 내 빌라에서 생활했고 그의 장례식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최태원 회장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백부인 최종건 전회장의 평전 출판 기념회를 가질 만큼 주요 행사를 호텔에서 갖고 있다.때문에 일각에서는 SK의 최씨 일가가 워커힐호텔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어, SK의 우량 계열사나 관계사에서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SK그룹 측은 “관계사가 매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하나은행 김승유 행장 또한 “SK그룹의 특별한 애정은 이해하지만, SK계열사가 다른 곳보다 유리한 매각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특혜를 주면서까지 워커힐 호텔을 넘길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로는 파라다이스에 임대한 외국인 상대의 카지노를 잃게 될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되는 대규모 카지노 사업장을 잃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일각에선 “SK측이 매각 진행에 비협조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SK측은 “SK글로벌은 채무자 입장이다. 채권단의 진행을 지켜보고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말하고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측은 “확정된 사항이 없다. 최종 결정이 떨어지기 전까진 참여업체가 누구인지,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다만 SK측은 “사업자 선정과 매각금액 조정 등 구체적인 부분들의 협의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워커힐호텔 관계자 역시 “워커힐 호텔 리모델링과 W호텔 개관으로 이미지가 좋아지는 만큼, 채권단에서도 크게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도 “반드시 제값 받고 팔겠다”고 밝혀, 워커힐의 매각결정이 쉽게 떨어질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지난 20일 W호텔 개관식에 참석한 최 회장은 ‘워커힐호텔매각’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