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법원이 1980년대 일어난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 재심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보안사령부 수사관에게 실형 선고를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28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A씨는 일개 수사관으로서 불법 수사 관행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고, 고문 등으로 사리사욕을 추구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라며 "또 사실대로 진술할 경우 본인이 속한 조직이나 동료, 국가 위신을 실추시킬 수 있어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며 선처를 구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보안사가 민간인을 상대로 수사를 개시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며 "A씨가 속한 수사계는 공적을 인정받을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간첩 검거에 나섰고, 대장 다음으로 계급이 높았던 A씨는 이 같은 작업의 공적을 인정받아 포상을 받기도 했다"라고 꼬집었다.
 
이 판사는 "A씨는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안긴 만행을 저질렀다"면서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 달리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점을 은연중에 표출하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A씨의 가족들이 노환 등 건강을 이유로 선처를 탄원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에게도 이들을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라며 "A씨 스스로 고령에 재판받는 상황을 자초했으며, 고령이라고 죄책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면서 실형을 언도했다.
 
A씨는 2010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B씨의 재심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문이나 허위자백 강요가 전혀 없었다"고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B씨는 재일동포 유학생 출신으로 1984년 당시 보안사 수사관에게 연행돼 서울 장지동 분실에서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한 끝에 간첩이라고 거짓으로 자백했다.
 
B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2011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A씨의 결심 공판에서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에서도 잘못을 부인하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라며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또한 A씨는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에 대한 고문 사실은 인정했으나, 다른 이들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는 등 또다시 위증해 재판부 직권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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