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정리해고 노동자에 대해 일반적인 퇴직 서류 이외에 ‘일체 발설 금지’ 각서를 별도로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삼성이 휴대폰 위치 추적 논란과 하청업체 노조 탄압 문제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리해고자들에게 강제적으로 ‘비밀 각서’를 받아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삼성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비난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상기 본인은 퇴직과 관련된 일체의 경과나 수령금전에 대해 보안(비밀)을 유지할 것을 서약하며, 향후 회사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각종 Site 등재(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시) 및 퇴직과 관련된 민·형사상 소송이나 어떠한 형태의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수령금전 일체를 반납토록 하겠습니다’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받은 각서의 주요 내용이다.삼성전자는 지난 6월말까지 가전 생산라인을 국내 타 지역과 해외로 이전시키고 해당 공장의 임원감축을 단행하면서 약 600여명을 정리해고했다.

각서 내용을 보면 삼성은 정리해고 과정과 퇴직보상금 등에 대해 일체 발설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특히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일반노조 등 안티 삼성 사이트에 삼성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행위도 금하고 이를 어길 경우 퇴직보상금을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그동안 안티 삼성 사이트에서는 삼성SDI의 직원 휴대폰 위치 추적과 삼성전자의 하청업체 노조 탄압 문제 등 굵직한 문제들을 제기해왔다.대부분 해고자와 하청업체에서 이 사이트를 통해 비난의 글을 올리면서 삼성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삼성이 각별히 정리해고자들에 대해 퇴직보상금을 빌미로 안티 삼성 사이트에 접근금지 명령을 내린 셈이다.

또한 삼성측은 이 각서를 퇴직서류에 포함시켜 퇴직 구비서류인 것처럼 보이도록 해 각서 내용을 보지도 않고 서명한 해고자들이 대부분이며, 이후 각서 내용을 알게 된 해고자들도 퇴직보상금 반납 위협을 느껴 삼성측에 항의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해고자들이 삼성측에 각서에 대한 항의에 나섰고 최근 삼성에 소송까지 당하면서 삼성의 각서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원사업장 세탁기 사업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5월 정리해고된 P씨는 “대부분의 해고자들은 각서 내용을 보지도 못하고 서명했고, 일부는 알았지만 퇴직보상금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각서를 쓰라고 강요했기 때문에 대부분 강제적으로 각서를 썼다”며 “삼성전자가 일반 퇴직자와 달리 정리해고자에 대해서는 사직서와 영업비밀보호 서약서 이외에 정리해고된 경위와 회사를 비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은 것은 결국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각서를 받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삼성은 구조조정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정리해고자를 대상으로 각서를 받은 것”이라며 “각서를 강요하는 행위는 군사정권 시대나 가능한 낡은 발상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삼성전자는 문제의 각서에 대해 퇴직자들에게 받는 의례적인 서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각서에 대해서는 이미 법률적인 검토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의례적으로 받고 있을 뿐”이라며 “정리해고된 이후 해고자들이 회사에 대해 악의적인 비난을 하는 행위 등을 미리 막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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