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대법원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어 범죄수익으로 이득을 취했을 경우 몰수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의 재산 가치를 인정해 범죄수익 몰수를 시인한 확정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최초다.
 
대법원 3부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와 더불어 191비트코인 몰수 및 6억9580만 원의 추징 명령도 확정했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규정하며 이를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같은 법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말한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재산도 몰수할 수 있다"면서 "(음란물 유포 금지 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중대범죄이며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A씨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중 중대범죄에 의해 취득한 금액에 상당하는 부분만 몰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원심의 몰수 및 추징액 산정에 관한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서버·도메인을 가진 성인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음란동영상을 유포하는 등 이용료로 19억여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와 그 가족들 계좌에 입금된 현금 14억여 원과 216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이에 대한 추징과 몰수를 구형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3억4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216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몰수 구형을 기각했다.
 
반면 2심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1심과 달리 비트코인의 몰수를 지시했다. 다만 검찰이 압수한 216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191비트코인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또 6억9580만원을 추징했다.
 
2심 재판부는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 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을 의미한다"며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 파일 형태로 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하지 않고 A씨에게 돌려주는 것은 사실상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해 매우 불합리하다"며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로 얻은 수익임이 확인되면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가름했다.
 
한편 수사기관이 압수할 당시인 지난해 4월17일 기준으로 216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5억 원이었으나,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약 18억 원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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