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내 ‘술 금지’로 축제 때 푸드트럭 ‘호황’

- 정부, 대학가 중심으로 ‘푸드트럭존’ 활성화…청년층 창업으로 ‘인기 만점’
- 내리막길 ‘푸드트럭’ 대학가서 회생할지 관심 집중…“근본적 지원책 강구해야”
 
 올해부터 대학 축제에 학생들의 주류 판매가 금지되면서 축제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푸드트럭 행렬이 주점을 대신한 새 축제 풍경으로 등장했다. 축제 기간 동안 학생들의 먹거리를 합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총학생회 등 주최 측이 섭외한 것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합법화한 후 4년이 지난 최근 푸드트럭들이 잇따라 폐업하는 상황에서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대학축제의 ‘꽃’은 ‘주점’이었다. 다양한 주류와 함께 학생들이 직접 만든 파전과 골뱅이 등 각종 안주를 파는 주점은 캠퍼스의 낭만을 상징하며 대학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즐길 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주점 대신 ‘푸드트럭’
달라진 대학축제 풍경

 
그런데 올해 대학들의 축제에는 그 많던 주점들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 5월 1일 국세청과 교육부가 각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술을 판매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대학축제에서 운영되는 주점이 주류 판매면허 없이 주류를 판매하는 행위이기에 주세법 위반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의 한 대학이 대학축제에서 주점을 운영하다가 주세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례도 있다.

학기 초부터 대학축제를 준비해온 대부분 대학의 학생회 측에서는 다소 실망한 분위기다. 특히 교육부의 늑장 대응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처럼 대학축제에 주점이 사라진 후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바로 ‘푸드트럭’.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열린 건국대 축제에는 닭강정, 컵밥, 햄버거 등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메뉴 위주의 푸드트럭 7대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또 지난달 16일 광운대 축제현장에도 다양한 종류의 푸드트럭이 자리해 축제 분위기를 높였다. 그 가운데는 조금은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축제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눈길을 잡은 푸드트럭도 있었다. 한돈농가 비영리단체인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개최한 ‘한돈 페스티벌’이 그 것. 푸드트럭 ‘도니카’ 운영과 함께 한돈 철판삼겹살 시식행사, 룰렛게임, 한돈 부위 맞추기 퀴즈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17일 홍익대 축제에서도 푸드트럭을 발견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학생들이 운집한 축제현장에 십여 대의 푸드트럭이 도열해 핫도그, 스테이크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푸드트럭 대학 진출 러시
각종 행사도 개최

 
국내 최초로 대학 캠퍼스 내에서 푸드트럭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부산대 장승터 일대에서는 부산대학교 푸드트럭 페스티벌 ‘수고했어 PNU’가 열렸다. 부산대 총학생회가 부산경제진흥원, 푸드트래블과 함께 개최한 이 행사는 지난 2월부터 부산대 학생식당인 ‘문창회관 식당’ 운영 중단으로 점심을 해결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푸드트래블은 푸드트럭이 국내의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대학생 창업 기업으로, 단순히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볼거리를 만들어 가는 ‘문화현상’이 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간 지역 축제나 문화행사 등에 푸드트럭이 참여한 적은 많았지만 국내 대학 내에서 푸드트럭 주체로 열린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부산경제진흥원은 이 기간 동안 푸드트럭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 컨설팅 부스를 운영해 큰 호응을 이끌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기업인 알바천국이 개최한 ‘천국의 푸드트럭’ 이벤트도 화제를 모았다. 알바천국은 지난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간 중간고사 응원 이벤트로 이화여대, 삼육대 등 8개 대학을 돌며 볶음밥, 크레페, 파스타 등 푸드트럭 간식을 제공했다. 알바천국은 2학기에도 중간고사를 앞두고 강원지역 대학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벤트에 참여한 푸드트럭 운영 자영업자 가운데 4명을 선정해 두 달간 아르바이트생 급여비 지원 등 1000만 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청년 창업 장려
“일자리 창출 기대감 높았으나”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러시를 이룬 푸드트럭 붐은 교육부의 캠퍼스 내 주류 판매금지 조치와 맞물려 대학축제 주최 측 요구와 푸드트럭 운영업자의 틈새시장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홍익대 축제를 준비한 학생회 측은 “이전 주점이 열렸을 때는 주점 수익을 학생회 활동을 위해 쓰거나 축제 때 섭외한 가수 등의 공연지원비 등으로 사용했다”며 “푸드트럭의 경우 고스란히 수익이 상인에게 돌아가는 격”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청년창업의 아이콘으로 대변되는 푸드트럭은 박근혜 정부가 기치로 내세운 ‘창조경제’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박근혜 정부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푸드트럭을 내세워 청년창업을 장려하고 일자리 창출 기대감을 높였었다.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처음 거론된 푸드트럭은 자동차관리법, 식품위생법 등의 규제가 푸드트럭 창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가 그해 8월 푸드트럭을 합법화하고 당시 ‘2000대 이상 창업’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렇듯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지세에 힘입어 초기에는 푸드트럭 창업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사업 아이템도 다양해졌다. 특히 서울시가 주관하는 축제인 ‘서울 밤도깨비 축제’는 각종 문화공연과 전시 등 행사에 푸드트럭이 맞물려 조화를 이루며 지역 명물 축제로 거듭나고 있고 푸드트럭이 축제의 성공에 큰 몫을 해왔다.
 
또 경기도 수원의 남문시장은 푸드 트레일러를 임대해 청년에게 창업기회를 줌과 동시에 젊은 층과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푸드트럭과 전통시장을 연계한 문화상품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졸음쉼터 푸드트럭도 성공적인 사업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4년이 지난 2018년 현재 푸드트럭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청년창업자들이 푸드트럭을 차렸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장사가 될 만한 곳은 사유지이거나 기존 상인들과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또 운 좋게 목좋은 장소를 찾아도 관할 시청이나 구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말까지 서울시의 경우 470여개의 푸드트럭이 등록됐지만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푸드트럭은 30%선인 140여 대로 추정되고 있다.
 
푸드트럭의 대학 내 영업은 2016년 하반기부터 허용됐다. 그렇지만 영업이 이뤄진 대학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기존 대학가 상권과의 마찰 등으로 지속적인 상권 형성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드트럭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의 축제기간 캠퍼스 내 주류 판매금지 조치로 대학가에서 붐을 일으킨 푸드트럭이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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