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에 일관성 없어 수사 ‘난항’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비원 2명의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입주민 A씨는 근처 파출소를 찾아가 경비원 두 명을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정신병은 있었는지 등 경찰이 수사력을 모았지만 A씨의 진술에는 일관성이 없어 난항을 겪었다. A씨는 지난달 26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됐으며 이후 구속됐다. 경찰은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민들은 충격적인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 또 A씨의 감형이 절대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살해 직후 파출소에 자수
“도망 염려 있다” A씨 구속···정신감정 결과 주목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가 구속됐다.

지난달 28일 A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면서 A씨의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를 지난달 26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며, 27일 사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검은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차림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서경찰서를 나섰다. 그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한 이유는 무엇인지” “사건 1시간 뒤에 자수한 이유가 무엇인지” “피해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우발적 범행인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법원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런 습격에
경비원 ‘속수무책’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를 살인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60대 경비원 B씨와 C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의 신빙성과 그의 정신 병력 여부에 대해 조사했지만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정신병으로 약을 먹어왔다” “환청이 들린다” 등의 주장을 일관성 없이 진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 민원제기를 했다”라고 진술했으나 실제 민원을 넣었던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해당 오피스텔 4층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한다. A씨는 평소에 가방 내 손도끼와 등산용 칼을 지니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집에서 내려와 지하 1층에 있는 방재실로 향했다. 지하에는 지하주차장을 담당하는 65세 경비원과 1층에서 근무하다 잠시 내려온 64세 경비원이 함께 있었다.

두 경비원은 우연히 마주쳐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A씨가 갑자기 나타나 흉기를 휘두른 것.

이들은 A씨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별다른 저항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살해당한 경비원들
처남‧매부 사이

 
A씨는 두 경비원을 살해한 뒤 지난달 26일 오후 10시 10분경 오피스텔 인근에 있는 파출소를 찾았다.

파출소는 오피스텔에서 750m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는 파출소에서 한동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대화를 시도하자 “조금 전, 사람을 죽였다”라며 자백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의 가방과 몸에서는 두 자루의 칼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후 두 경비원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B씨와 C씨가 다발성 자창에 의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는 부검의 1차 소견을 받았다. 다발성 자창이란 칼에 여러 번 찔린 상처라는 뜻이다.

해당 오피스텔 인근 주민‧상인 등은 두 경비원에 대해 “좋은 사람이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경비원 B씨와 C씨는 처남매부지간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A씨의 범행 동기는 무엇일까. A씨는 경찰에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 민원을 제기했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주민과 경비실, 주변 상인들은 “층간 소음으로 A씨가 민원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라고 말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은 A씨의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산만했으며 이유 없이 허리에 손도끼를 차고 배회하는 모습도 자주 봤다고 얘기한다.

좀처럼 A씨의 범행 동기에 짐작이 되지 않는 가운데 경찰은 A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조사하고 국민건강관리공단과 가족을 통해 정신 병력 여부를 확인했다. 경찰은 공단 등을 통해 A씨가 수차례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정신과를 수차례 찾아 불안과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며 진료를 받았다. 일부 병원에서는 정신질환 약을 처방 받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최근 5년간 정신과를 찾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감정은 2개월가량 진행되기 때문에 A씨가 송치된 이후 검찰과 법원에서 판단할 예정이다. 결국 경찰은 1일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충격적인 사건에 A씨를 향한 여론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감형이 절대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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