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전국동시지방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선거전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독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슈로 말미암은 정책선거의 실종,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제1야당, 갈팡질팡 갈지자 행보의 제2야당으로 말미암아 여야 간의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곳은 거의 없고, 여야 간 실질적인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는 곳은 영남지방 정도다. 2-3년 전만 해도 기울어진 운동장 타령만 하고 있던 것이 현재의 여당인데,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선거가 끝나면 여의도 정치권에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짐을 싸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고,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뜨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선거에 승리하는 사람도, 선거전을 승리로 이끈 사람도 크게 주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성공하여도,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다고 하여도, 설사 김경수 후보가 경남지사로 당선된다고 하여도 이미 그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대표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 하여도 그 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여당의 차기 리더십은 오리무중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여당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뜨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야당에서는 뜨는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원희룡 제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는 가장 강력한 야당의 리더로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온전하게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일화를 통해 지지 않는 게임을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정치생명력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서 지방선거 후의 각 정당의 새로운 리더십 창출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율 탓에 오히려 강한 리더십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국회와의 협치에 부정적인 문재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다음 총선을 통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정계개편을 통해 정당체제를 재편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을 친정체제로 개편해야 하지만, 정치 경력이 일천한 친문정치인을 통해서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정쩡한 리더십을 세우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 그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그리는 정계개편에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제1야당의 리더십 재편 과정이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체제는 지방선거 후에 막이 내려질 것 같다. 그가 책임 선으로 내세운 광역단체 6곳 사수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6곳을 사수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방어해 내는 것 또한 어려워 보인다. 그의 언동에는 당 외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정적을 양산해 내는 특이한 기술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당내 유력자들은 포스트 홍준표의 경쟁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현역정치인 누구라도 자유한국당의 당권을 잡을 수야 있겠지만, 자유한국당을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당으로 재활시켜 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은 모두 보수 궤멸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정당재편의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재활이 가능한 정당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외부리더십에 당을 맡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국립대학교 S총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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