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평화철도에 올라탔다. 지난 5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를 단장으로 하는 평화철도 111유세단을 출범시켰다. 일본만화 ‘은하철도 999’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단장은 정청래 전 의원, 남 주인공 철이는 박주민 의원, 여 주인공 메텔은 이재정 의원이 역할을 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세단을 출범시키면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평화 기류에 올라타고 싶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선거전략은 부디 6월 12일에 차질 없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만 빼고는 다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다고 한다. 홍 대표는 본인이 내뱉은 장담대로 광역단체장 6곳 이상을 이겨야만 대표직을 이어나갈 수 있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최근에는 9곳을 이긴다고 까지 말하지만 당내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홍대표가 오래도록 당권을 잡아주길 기원하기도 한다. 홍대표가 건재하려면 적어도 대구경북, 부산경남은 지켜줘야 할 터이다. 과연 지역 텃밭의 숨은 표들이 홍대표 지키기에 나설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압승 분위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 ‘1-가’번 당선에 그치지 말고 ‘1-나’번까지 당선시켜보자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급기야는 ‘나’후보를 지원하는‘나벤져스 지원단’까지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기초의회에서부터 지원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워낙 대통령과 당의 지지도가 높아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압도적인 선거 분위기에서 이런 전략은 필연적으로 지지그룹의 이완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대권구도에 큰 변동이 있었다. 박원순과 이재명은 건재한데 친노, 친문그룹의 안희정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안희정이 사라진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보이지 않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었던 김경수는 지방선거를 통해 친노의 상속자로 거듭나고 있다. 6.13 지방선거는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마지노선이 그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경수가 이기면 여당이 압승하는 것이고, 김경수를 거꾸러뜨리면 야당이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후보와 김태호 후보는 격차가 벌어지고 있지만 여·야의 자체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좁혀진다고 한다. 경남 선거에 능수능란한 김태호 후보 쪽은 선전을 장담하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20%가 넘게 관측되고 있는 부동층이 숨은 보수표로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쪽에서 사전투표 캠페인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숨은 보수표를 한 표라도 더 끌어내기 위함이다. 이런 의도가 맞아 떨어지면 나벤져스와 같은 나이브한 캠페인은 김경수를 비롯한 접전지의 후보들에게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이후 여당이 되어 진보개혁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유권자 지형 속에서 북풍을 등에 지고 하는 선거를 처음 경험하고 있다. 당 지지도는 사상 최고치를 매일 경신해서 50% 밑으로는 내려올 생각도 안하고, 대통령 지지도는 70% 박스권에 갇혔다는 우스개마저 돌고 있다.
 
이렇듯 선거 결과가 미리 보이니 다들 신이 나 있지만 그만큼 선거운동에 절실함이 결여되어 있다. 만나는 후보들마다 다들 공짜로 기차에 탄 얼굴들을 하고 있다. 무임승차는 짜릿하지만 열배 이상의 부가금을 내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눈 밝은 사람들은 벌써 선거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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