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경기 지사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가 폭발하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세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 ‘견제’를 위해서다. ‘형수 욕설’·‘여배우 스캔들’·‘혜경궁 김씨’.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일련의 의혹들이다. 그동안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이 후보의 가족 문제 등을 쟁점화하고 이 후보가 남 후보의 도정을 문제 삼는 구도였다. 그런데 여기에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까지 가세했다. 두 야권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가 주효했던 것일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남경필 후보 간 격차는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 “이재명만 잡아라” 남경필·김영환의 ‘네거티브 전략’ 得일까 失일까
- 네거티브 공세 주효? 이재명 3.0%p 하락, 남경필 5.8%p 상승

 
경기도가 지방선거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수도권 지역인 만큼, 야권 주자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후보를 향해 거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경기 지사 선거가 ‘네거티브’로 얼룩지게 된 것은 남경필 후보가 과거 한창 논란이 됐던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사건’을 다시 꺼내 드는 초강수를 두면서다. 그러자 이 후보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가족에게 폭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한다”고 밝힌 뒤 사건의 경위에 대해 상세하게 해명하고 법원 판결문 증거물을 첨부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에 대해 형인 이재선 씨의 이권 개입과 시정 관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생긴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또 “녹음 파일은 이재선 씨 부부가 어머니에게 한 패륜 폭언, 어머니를 때리고 살림을 부순 것과 관련해 전화상 말다툼을 하는 것을 몰래 녹음한 것”이라며 “법원의 공개 금지 명령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포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끊이지 않는 ‘논란’...
‘해명’에도 끊이지 않는 ‘의혹’
 

그러나 이후에도 이재명 후보에 대한 ‘논란’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남경필 후보와 김영환 후보는 29일 오후 10시 방송된 ‘KBS 초청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트위터 ‘혜경궁 김씨’ 의혹을 제기했다.
 
남 후보는 “이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시신을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이 가상하다. 문재인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처럼 될 것이다’라고 한 혜경궁 김씨와 4년 넘게 트윗을 주고받았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나침반이라면서 이런 분과 트윗을 주고받는 것은 위선적인 것 아닌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집사람과 매년 (봉하마을을) 찾아뵙는다”라고 반박했다.
 
남 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혜경궁 김 씨가 이 후보의 부인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이니셜이 같고 성남에서 20년 산 것, 아들이 2명, 휴대전화 뒷번호가 같다”고 하자 이 후보는 “수사를 하니까 지켜보자”며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반박했다.
 
‘혜경궁 김씨’ 사건의 핵심은 ‘@08_hkkim’ 이라는 트위터 계정이 이재명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 씨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다. ‘혜경궁 김씨=김혜경 씨’라고 주장하는 측에선 해당 트위터 사용자의 아이디가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의 이니셜과 일치한다는 점과 카카오톡과 연동된 이메일이 혜경궁 김씨의 이메일과 전화번호 일부와 일치한다는 근거를 든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지난 2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누군지 궁금하다”며 “아내 이름이 ‘김혜경’이어서 해당 계정 이니셜과 비슷하다는 것 외에는 모른다. 일부에서 정치적 공격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정치세력이 끊임없이 논쟁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혜경궁 김씨’ 의혹뿐만 아니라 김영환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관련해 언급한 ‘여배우 스캔들’ 의혹도 제기됐다. 김 후보는 이 후보에게 주진우 기자가 여배우에게 보낸 메일을 보니 ‘이재명 아니라고 페이스북에 쓰라고 했어요’라는 내용이 있다. 여배우 누군지 아느냐, 모르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런 사람이 있다. 옛날에 만난 적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얼마나 만났느냐”고 연거푸 물었고, 이 후보는 “여기는 청문회장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런 내용이 토론회에서 공개되자 30일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선 ‘이재명 여배우’ ‘이재명 여배우 스캔들’ 등이 삽시간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김 후보가 거론한 여배우는 김부선 씨로 추정된다.

지난 2010년 11월, 김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 변호사 출신 정치인을 만났다. 그가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정치인과 자신이 ‘깊은 관계’였음을 시사했다. 이후 그 정치인이 2010년 6월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후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 소문에 대해 김 씨는 2010년 11월 자신의 팬 카페와 2016년 1월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와의 스캔들을 부인하며 이 후보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후보와 자신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일 뿐이라는 해명이었다.
 
‘여배우 스캔들’ 논란 속
등장한 주진우-김부선 ‘음성파일’

 
그런데 논란은 지난달 30일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됐다. 김 씨의 사과 과정에서 주진우 기자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녹취파일이 온라인에서 퍼진 것이다. 김 씨와 주 기자의 통화 내용을 담은 이 녹취파일엔 2016년 1월 김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 글은 주 기자가 이 후보와 김 씨를 중재한 결과이고 김 씨 글의 내용도 주 기자가 김 씨에게 보내준 것이란 취지의 대화가 오간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여배우 스캔들’에 관해 해명하며 의혹을 제기한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처음 의혹을 야기한 배우 김부선 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건 ‘정치공작’ 같다”며 “이 녹음 파일이 누구한테서 나와서 유출됐는지, 둘 중 하나가 했거나 아니면 제3자가 도청을 했거나인데 이걸 확인해서 제가 이번에는 정말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 같은 ‘네거티브 전략’이 어느 정도 적중한 덕분인지 최근 경기도지사 후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가 소폭 하락한 것으로 지난 1일 조사됐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경기도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3.8%로 여유 있게 앞서갔고 한국당 남경필 후보가 30.6%,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3.6%, 정의당 이홍우 후보 2.2%, 민중당 홍성규 후보가 0.5%로 나타났다. (없음 모름 9.3%).
 
이재명 후보가 가장 앞서 있지만 4월21~22일 조사 대비 이재명 후보는 3.0%p 하락한 반면, 남경필 후보는 5.8%p 상승하면서 격차(32.0%p → 23.2%p)가 좁혀졌다. 이 조사는 리서치뷰(대표 안일원)가 5월28~29일 2일간 만 19세 이상 경기도민 1000명(휴대전화 가상번호 50%, RDD 유선전화 50%)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진행했다. 통계보정은 2018년 4월 말 현재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2.9%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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