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13일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남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중앙 이슈가 지역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전국적으로 여당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남아 있어 결과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칠 수 있지만 다음 날이 선거일이라는 점에서 큰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이에 여야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전문가가 꼽는 마지막 변수로 선거 당일 ‘투표율’을 꼽고 있다. 여당은 2030세대가 어느 정도 투표장에 나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반면 야당은 ‘샤이보수층’의 투표율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지방선거 막판 변수로 여야 후보의 희비를 교차하게 만들 ‘마술램프’같은 투표율 방정식을 풀어보자.
 

- 남북미정상회담이 지방 이슈 ‘압도’
- 민주당 ‘2030세대’, 한국당 ‘샤이 보수’ 투표율 ‘촉각’
 

6.13 지방선거는 중앙 이슈가 지방 이슈를 압도하면서 ‘지방선거에 지방이 실종됐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지역현안과 정책공약, 인물 검증이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방선거는 뒷전으로 물러날 공산이 높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통상 대형 이슈가 터지면 3일 후에 여론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인 룰인데 다음 날이 선거일이라는 점에서 이미 마음을 결정한 유권자로서는 후보를 바꾸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이미 남북미 정상회담이 미칠 선거 영향은 기존 여론조사에 충분히 반영된 상황에서 북미회담이 결렬되는 극단적인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이상 여당 승리가 예측된다.
 
6.12 북미정상회담, 투표율에 영향 미칠까
 
문제는 투표율이다. 여당에서는 역대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이 5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60%를 넘을 경우 압승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50%대 초반에 머무를 경우 대구.경북을 사수하고 40%대로 떨어질 경우 부산·울산·경남 등 열세지역에서도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더 떨어져 40%대 초반에 멈출 경우에는 홍준표 당 대표가 말한 ‘6+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생활 보수화’된 4050세대 일부와 60대 이상 노인층이 투표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그럼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을 어땠을까. 1998년 제2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52.7%, 3회 48.9%, 4회 51.6%, 5회 54.5%, 6회 56.8%로 줄곧 40~50%대에 머물렀다 1회를 제외한 2회부터 6회까지 평균 투표율은 52.9%다. 또한 2014년 6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56.8%다.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70%대라면 지방선거 투표율은 그보다 20%p 이상 낮다.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전체 유권자 10명 중 7명은 6.13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6∼17일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9%는 이번 지방선거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조사보다 15.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 적극 투표층은 19~29세 54.3%, 30대 75.7%, 40대 71.0%, 50대 72.7%, 60대 75.6%, 70세 이상 80.0%로 나타났다. 사전선거 투표율이 2014년부터 도입됐지만 지방선거 투표율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4년 지방선거때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동일한 조사에서는 ‘적극 투표 참여 의향’을 보면 55.8%로 나타났다. 실제 투표율은 56.8%였다. 당시 연령별 적극 투표층을 보면 19~29세 43.9%(실제 투표율 48.4%), 30대 45.2%(47.5%), 40대 54.3%(53.3%), 50대 58.6%(63.2%), 60~70세 이상 74.7%(70.9%)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투표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연령대별 투표자수 비율을 보면 50대가 21.8%로 가장 높고, 이어서 40대(20.1%), 30대(15.8%), 60대(14.4%), 20대(13.5%), 70세 이상(12.7%), 19세(1.6%)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선거인수 비율은 40대가 21.6%로 가장 높고, 50대(19.7%), 30대(19.1%), 20대(16.0%), 60대(11.1%), 70세 이상(10.8%) 19세(1.7%) 순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앞서 언급했듯이 남북미 정상회담, 드루킹 특검,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구속, 홍준표 거취 등 무거운 중앙 이슈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 조사처럼 70%대 투표율을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이 점은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 중 가장 높았던 첫 회도 68.4%로 70%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깜깜이 선거’前, 오차범위 내 추격해야
 
여당에선 전체 투표율이 60%대를 넘게 만드는 견인 세대가 2030세대로 보고 선거에 압승하는 데 중요 변수로 꼽고 있다. 2014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 평균 투표율은 전체 평균 투표율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젊은층 입장에서 안보 이슈가 뜨거운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선관위 조사처럼 세대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일 공산이 높다.
 
반면 한국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의 분열, 문재인 대통령 당선, 박 전 대통령 구속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는 사태를 맞이해 두텁게 형성된 ‘샤이 보수층’을 어떻게 투표장에 이끄느냐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통상 ‘샤이 보수’든 ‘샤이 진보’ 등 대략 10%가 존재한다고 선거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샤이 지지층’이란 ‘여론형성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생각되면 의견 개진을 회피하고 침묵하는 현상’으로 ‘침묵의 나선이론’으로 설명된다. 즉 투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 표가 사표가 될 공산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투표장에 나서지 않고 응답도 하지 않는 층을 말한다.
 
이번 선거는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샤이 진보’보다는 ‘샤이 보수’가 두텁게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관위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도 ‘투표에 관심이 없다’는 층이 22.4%에 이르렀다.
 
부동층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무관심층의 다수가 ‘샤이 보수층’으로 한국당에서는 보고 있다. 문제는 ‘샤이 보수층’이 투표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여야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이뤄야 움직인다는 점이다. 현재처럼 한국당 후보가 열세인 상황에서 ‘샤이 보수층’이 움직일 공산은 낮은 상황이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6월13일 투표일 6일 전부터(6월7~13일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나 인용 보도가 안 된다”며 “한국당이 샤이 보수층을 투표장에 이끌려면 그전에 영남을 비롯해 열세인 지역을 오참 범위 내로 따라잡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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