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연구원 특별감사 실시한 원안위…부실 눈감기?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관하고 있던 방사성 폐기물이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방사성폐기물 무단 처분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의 부실한 관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해 4월 원자력연구원이 최근 3년간 36번이나 방사성 폐기물을 무단 폐기하고 소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원자력연구원을 감독할 수 있는 ‘감시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전문가 “방폐물 재활용됐다면 피폭량 더 커질 수 있어”
- 연구원, 상습적으로 콘크리트·토양 야산에 묻기도



원안위는 지난 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 처분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방폐물 중 상당량이 원자연 소속의 전·현직 직원에 의해 절취·매각된 것으로 본다”며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무단 처분된 방폐물 양과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후 위반행위 혐의자는 검찰에 수사 의뢰 또는 고발하고 원자연에 대해선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997∼2008년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연구용 원자로 ‘리가 마크-3’와 지난 2004∼2011년 대전 연구원 내 우라늄 변환시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리전선 약 5톤을 지난 2009년경 재활용업체에 무단 매각했다.

아울러 해당 시설에 설치돼 있던 금(金) 재질의 패킹(약 2.4~5kg)도 지난 2006년께 절취·소실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연구로를 해체한 기간은 지난 1997~2008까지다. 10년 만에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더욱이 이는 연구원 자체 조사나 원안위 검사가 아닌 ‘제보’를 통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사게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상습적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 연구로를 해체하면서 생긴 콘크리트와 토양 등의 폐기물을 연구원 근처 야산에 몰래 묻은 바 있다.

이 밖에 핵폐기물을 태운 뒤 배출가스를 조작하기도 했으며 세슘 등에 오염된 핵폐기물 52톤을 무단으로 녹였다.
 

방폐물 이미 실생활서 사용?
전문가 “가능성 있어”
 


문제는 방사성 폐기물이 이미 사용됐을 가능성이다. 방폐물이 무단 처분된 지 십여 년이 지난 만큼 이미 실생활 용품 등으로 재활용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전 방재 전문가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이번 원안위 방폐물 무단 처분 사건은 개인이 원자력연구원 내에서 방사성이 존재하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내보내 문제가 됐다. 무단 처분된 방폐물엔 방사성이 존재해 이미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추측했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소실된 금속들이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면 피폭량이 훨씬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해외에선 핵폐기물 재활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 남성의 결혼반지가 방사능에 오염돼 손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대만에서는 지난 1990년대 초 철근으로 지어진 건물 79개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대만 위생서 측은 이 건물들에 피폭돼 백혈병이나 암 등에 걸린 사람이 89명이라고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도 사라진 핵폐기물이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 서울 노원구 주택가의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지난 2011년 방사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게다가 핵분열 물질인 ‘세슘137’까지 검출됐다.

하지만 원자력연구원 측은 사라진 방폐물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근거로 자체 처분해도 되는 ‘극저준위’를 여전히 내세우고 있다.
 

특별감사 진행한 원안위
‘눈감아주기’ 의혹
 


원안위가 원자력연구원의 폐기물 무단처분을 눈감아 준 것 아니냐고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원안위는 지난 2016년 11월 폐기물의 무단배출 및 소각행위에 대한 내부 고발로 지난해 4월까지 연구원에 대한 특별검사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특별검사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6개월 동안 진행됐다.

법률 위반사항은 총 36건으로 자체처분대상 폐기물 무단폐기, 방치 및 매립, 액체성 폐기물 우수관과 하수도로 무단배출 등 서울 연구로 폐기물 관련 내용도 들어 있었다. 한 이사는 “원안위는 서울 원자로를 해체했을 당시 실제 폐기물 규모와 작성된 발생기록을 비교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점”이라며 “특별검사를 하면서 비교를 해보지 않았다는 건데 그 과정에서 안 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소수의 영역이다. 접근도 쉽지 않기에 감시와 견제는 더욱 어렵다.

이에 따라 각종 부패가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시선까지 존재한다.

현재 연구원이 위치한 대전광역시 유성구에는 1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생명권이 달린 만큼 ‘감시견’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관계자는 “분노와 충격을 감출 수 없다. 트리가 마크는 가동을 멈춘 뒤 지난 20여 년간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며 “절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나온 다량의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연과 경주 방폐장으로 옮겨졌어야 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이들은 방사성 오염 폐기물 반출 과정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방사선량률 측정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 관계자는 “보도대로 납, 납 벽돌, 냉각수를 담았던 드럼 2개 등 각종 방사성 폐기물 상당량이 분실 혹은 무단 처리, 고철로 유통됐다면 사태는 매우 심각해진다”며 “근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구조와 시스템을 해체해야 한다. 피폭 위험이 있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가 이렇게 허술할 수 있나. 만약 재활용 가능성이 현실로 확인돼도 피해 정도와 범위를 측정할 수도 없다.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러느냐”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원안위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매번 제보를 통해 폐기물 무단처분이 드러나니 원안위에 대한 감시도 일부 필요하다고 본다. 원안위가 특별검사서 확인을 못했다는 것은 감시기능의 부실이거나 그냥 넘어가 주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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