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대표 “가해자들, 지불 액수만큼 모델의 인격 짓밟아도 된다 생각하는 것”

C씨가 박재현 대표와 주고 받은 성추행 폭로 카카오톡 대화내용 캡쳐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유튜버 A씨가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던 불법 비공개 촬영회의 실체를 폭로했다. 해당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불법 비공개 촬영회의 문제점이 대두됐다. 은폐된 공간에서 여성 모델에게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적인 촬영회 실상이 충격적이다.


박 대표 “폭로 안 하면 선량한 사진작가도 피해 받을 것”
성추행·성상납 빈번…C씨, “모델 일 하고 싶은 심리 이용”



‘일말의 예술 행위도 포함되지 않은 불법 변태 행위 촬영’
박재현 루시드포토그라피 대표는 불법 비공개 촬영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튜버 A씨의 폭로로 밝혀지게 된 불법 비공개 촬영회의 실상을 알기 위해 일요서울이 박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현직 사진작가이다.

먼저 불법 비공개 촬영회와 일반 비공개 누드 촬영회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불법 비공개 촬영회는 대략 10년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으며, 일본 포르노를 모방하는 변질된 촬영 문화다.

일반 비공개 누드 촬영회의 경우 예술을 목적으로 많은 인원이 모여 촬영을 진행한다. 촬영 과정 중 모델에게 성적인 행위를 유도하는 무언의 압박이나 성폭력 행위가 없으며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박 대표가 이러한 불법 비공개 촬영회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대략 2~3년 전이다. 그에 의하면 거래처였던 B실장의 스튜디오를 대관해 촬영을 마친 뒤 정리를 하고 있는데, B실장이 박 대표를 본인의 컴퓨터 앞으로 불렀다.

다가가자 사진을 보여주며 “비공개 촬영회라는 게 있다”면서 진행 과정, 모델 섭외 방식, 현장의 분위기 등을 설명해 줬다고 한다.

박 대표는 “(나는) 당시 사진을 취미로 하다 전업 사진작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면서 “사진 자체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실장의 모니터 화면에 뜬 것은 여성의 성기에 자위기구가 삽입된 사진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B실장에게 ‘이런 데 다니지 마요’하니 (그가) ‘왜 재밌잖아’라고 말하더라”면서 비공개 불법 촬영회 참여자들이 일말의 죄책감이나 부채도 느끼지 않음을 폭로했다.

더불어 “비공개 불법 촬영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경각심, 죄의식 등이 하나도 없다”면서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자신이) 돈을 낸 액수만큼 모델의 인격을 짓밟거나 성적 노리개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핫섹시·퍼포먼스…
비밀 언어로 수위 암시

 
박 대표는 “(비공개 불법 촬영회에서) 감금, 협박, 성폭력 등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안 되기 때문에 촬영회가 시작되면 문이 잠긴다. 그 상태에서 여성 모델은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의 남자들이 모인 좁은 공간에 있게 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불법 비공개 촬영의 경우 여성 모델이 ‘내가 이것을 거절하면 더 큰 일을 당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참여한 남성들은 여성 모델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 또는 수동적 태도를 띠거나 표정이 안 좋을 경우 욕설이나 한숨을 내뱉거나 ‘내가 여기 돈을 얼마 내고 왔는데’라는 식으로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박 대표에 의하면 불법 비공개 촬영회 참여자들은 모두 어느 정도 수위를 가늠하고 온다. 불법 비공개 촬영회를 주최하는 이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촬영회 공지를 올릴 때 섹시, 핫섹시, 란제리 등의 용어를 통해 해당 촬영회의 수위를 알리기 때문이다.

그는 “핫섹시, 퍼포먼스라는 단어가 공지에 있다면 100% 성적 행위가 있는 것”이라면서 “퍼포먼스는 모델이 자위기구를 이용해 자위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문자 남기지 않고
‘만나서 얘기하자’
 

이들이 불법 비공개 촬영회에 일반인 모델을 끌어 들이는 과정 역시 교묘하다. 박 대표에 따르면 처음에는 ‘피팅모델(의상·잡화·장신구 등의 착용감, 외관을 나타내기 위한 착용모델)’이라고 구인 광고를 낸다.

그 뒤 지원자가 나타나면 처음에는 노출이 없는 촬영을 진행하다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식이라고 한다. 이어 “가장 만만하고, 힘없고, 일반적이라는 이유로 촬영자들이 일반인을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대표는 실장 등 모집책들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이 불리해질 경우를 대비해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통화 역시 녹취할 가능성이 있어 길게 이어가지 않고 ‘만나서 얘기하자’는 식으로 유도한다.

불법 비공개 촬영회의 경우 해당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은 유포하지 않고 개인 소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그것은 허울뿐인 원칙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유튜버 A씨 역시 폭로 후 이목이 집중되자 파일공유사이트를 통해 사진이 다시 유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박 대표 역시 “촬영이 이뤄지면 유포가 안 될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두 개의 비공개 촬영회가 개최될 경우 다른 한쪽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끼리 서로 맞교환을 하거나, ‘내가 거기 돈 내서 찍어온 사진이니 얼마 좀 줘’라는 식으로 말해 돈을 받고 넘긴다는 것이다. 웹하드를 통해 본인들끼리 돌려보는 경우도 있다.

이번 논란에 관해 박 대표는 “사진작가와 모델 사이에서 성폭력 사건이 이루어졌다면 증거는 사진밖에 없다. 그런데 사진에서 모델들은 전부 웃고 있다”면서 “(사진은) 피해자가 웃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피해의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여성 모델이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을 고려하지 않고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세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경위와 수법에 대해 알린다면 대중도 (모델을)이해하지 않을까”라면서 이러한 악습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가해자들은) 불법 비공개 촬영회를 개최하거나 진행할 때 앞으로 우리가 피해자들을 찾을 수도, 도울 수도 없는 음지로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왜곡된 성문화
심각한 사진계
 

사진계 내부의 문제는 불법 비공개 촬영회뿐만이 아니다. 사진작가와 신인 모델이라는 권력 구조를 이용한 성추행·상납 등도 발생한다.

일요서울은 과거 모델 활동을 했던 C씨의 제보를 통해 사진계 내부에서 자행되는 성추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C씨는 가해자인 D사진작가를 모델 활동을 위한 프로필 사진 촬영을 위해 처음 만났다. C씨에 의하면 D사진작가는 처음에는 업무 관계로만 신뢰감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후 친분이 쌓이니 ‘내가 네 XX을 만져봐도 되겠냐’ ‘내가 너를 (성공한 모델로) 키워줄 테니 XX을 만지게 해 달라’ 등 추행 발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강 등지로 차를 몰고 가 물리적인 추행을 하기도 했다. 추행에 관해 그는 “차마 입으로 담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C씨는 “나 말고도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면서 “본인 입으로 ‘얘는 솔직히 모델로서 가능성은 없는데, 착하고 돈 없으니 내가 뭐 사 주면 (성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나 누구랑 잤다’ 이런 말들을 나에게 서슴없이 했는데 너무 듣기 싫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해자들은) 모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C씨에 따르면 이제 막 사진계에 입문해 그곳의 생리에 대해 잘 모르거나 나이가 어릴 경우 ‘나는 이 사람만 믿으면 잘 될 거야 또는 잘 될 것 같아’라고 생각해 가해자에게 휘둘릴 여지가 더욱 크다.

C씨는 “모델 활동하는 동안 이 사람 말고도 다른 사건들도 많았다. 이런 일들로 인해 (모델) 관뒀다”면서 “(사진계 내부에 이런 일들은) 너무 많다. 말을 못할 뿐이지 나 말고도 속에 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을) 묻어두고 싶었는데 (사진계 내부 문제로 인한) 피해자도 많고, 모델이라는 직업을 화려하고 좋게만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참에 (이러한 구조가) 한 번 뒤집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폭로 계기를 밝혔다.

이 외에도 박 대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E씨는 개인 사진 촬영을 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계약서에는 나이, 부모님 전화번호, 집 주소, 주민등록상 주소, 번호 등을 작성하도록 돼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해 의심을 거뒀으나 이후 사진작가가 ‘포즈를 잡아주겠다’고 하며 접촉을 빙자한 추행을 시도하고, 선정적인 원피스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겠느냐는 요구까지 했다. E씨는 계속해서 이어진 추행에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사진작가가 강제로 밀치며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E씨는 “(나 말고) 다른 피해자가 있을지라도 부모님 번호나 집 주소를 적었다는 점에서 (피해 사실을) 말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계 내부에서 빈번하게 발생된 성추행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D사진작가를 고소할 의향이 없었냐는 물음에 C씨는 “(고소할 생각을)했는데 증거가 없었다. 우리나라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고 털어놨다.
 
구체적 정황 밝힐
‘합리적인 이유’

 
우리나라에서 성 관련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만 하는 일은 왕왕 있어 왔다. 또한 ‘어디까지를 추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도 늘 논란이 돼왔다.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유재원 변호사는 “형법상의 기본 얼개로는 강간과 강간 이외의 것들, 즉 유사강간과 강제추행까지가 (추행의 범위에) 포함”되며 “그 외 성폭력 범죄 특별법이라 해서 신체부위 등을 촬영하는 범죄, 공중화장실을 침입하는 범죄, 밀집장소에서 만지고 더듬는 행위가 추행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작가와 모델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상황을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 볼 수 있을까.

유 변호사에 따르면 모델의 경우 보통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유사 강간이라 볼 순 없다. 그러나 사진 촬영에 들어가면 사진작가의 어떤 주문이나 요청에 모델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이어 여성모델 스스로가 예상했던 수위보다 강도 높은 것이 요구되거나, 처음 협의된 사진작가 외에 다른 남성들이 들어와 둘러쌀 경우 상당한 부담과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봤다.

‘포즈를 잡아주겠다’며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에 관해서 유 변호사는 “(모델은) 촬영을 위해 간 것이기 때문에 (사진작가는 해당 모델에게) 접촉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면서 “접촉 시도를 하는 등의 행위는 사실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단 둘이 있을 때 일어난 성추행을 겪은 피해자들의 추후 대처 방안에 대해 물었다.

유 변호사는 “증거의 산일(散逸·흩어져서 일부가 빠져 없어짐)과 은폐를 막고, 증거의 발현과 구체화를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례를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를 통해 친구에게 말한 경우에도 증거가 될 수 있다.

수사 과정 중 관련 내용을 친구에게 묻는 과정 등을 거쳐 정황이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미법에서는 이를 ‘합리적인 이유’라 부른다.

또한 유 변호사는 현행법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변호인제도가 있으나 공판이 진행돼야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피해자조력변호사제도’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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