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가 이미 중장기 농업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비효율성과 방만한 경영 등으로 농민들의 원성을 사왔던 농업협동조합에 대한 개혁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에서는 ‘중앙회의 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 ‘일선 지역조합의 구조조정’등 농협개혁의 진행상황과 과제, 그리고 농협의 구조적 문제 등을 총 5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우선 첫회로 ‘농협 개혁’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최근 WTO 가입, FTA 협정 체결 등 한국 농협은 개방화의 거센 파고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방화에 맞춰, 중장기 농업구조개혁에 들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구조개혁의 0순위로 농협이 떠오르고 있다. 그간 농협은 정부와 농민, 시민단체들로부터 끊임없이 개혁의 대상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농협 개혁에 대한 추진방법, 시기 등을 놓고 정부, 농민단체, 중앙회, 지역조합, 그리고 노조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앙회의 신용부문과 경제사업의 분리’, ‘중앙회의 시·군지부 폐지’, ‘지역조합의 구조조정’ 등에 대한 입창차가 크다. 농협은 크게 지역농협과 그 지역농협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지역농협연합체인 농협중앙회가 있다. 중앙회는 16개 지역본부에 150여개의 시군지부와 700여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으면서 지난해 2,300여억에 육박하는 당기순익을 냈던 거대 조직이다.지역농협 노조와 농민단체 등은 “그간 농협중앙회가 비사업적 연합체임에도 불구, 농업부문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 수익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농협 개혁은 중앙회 개혁부터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노조 등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기능과 역할은 지역농협과 농민에 대한 지도 및 지원의 구조가 돼야 함에도 불구, 현재 중앙회는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자체 사업의 극대화에 막대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농협조합 노조 관계자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그리고 지역농협에 대한 지도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이익이 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따라서 자연히 경제사업과 지역농협에 대한 지도 지원기능은 도외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구조로 인해 중앙회가 제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의 개혁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노조의‘중앙회 개혁’주장에 대해 민주노동당, 농민단체 등도 동참하고 있다. 민노당과 농민단체 관계자는 “수입 농산물이 거세게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농협은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고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 생산된 농산물을 보다 높은 가격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판매해 농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업 등에 치중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중앙회는 신용업무 등을 통한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지역농협에 대해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노당과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조합장 선거’, ‘지역 농산물 유통과정에서의 비리’, ‘지역농협 직원들의 비현실적인 임금’등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지역조합은 직선제로 선출된 조합장이 모든 경영권을 갖는 시스템이다.

직선 조합장들이 인사권을 포함, 경영 전반에 막강한 실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가 타락과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 개혁위원회 황의창 위원장은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농협 본래의 취지”라며 “하지만 현재 농협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전농을 중심으로 6월 20일을 전후해 농협개혁 선포식을 갖고, 지역농협과 중앙회의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처럼‘농민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농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농협이 ‘환골탈태’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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