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항공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역항공사’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항공사들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 기존 항공사들간 국내 노선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지역항공은 좌석규모가 큰 200석∼400석의 대형비행가가 아닌 보통 100석 이하의 소규모 비행기로 비행거리 2시간 내외의 600여km정도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시스템으로, 이미 외국에선 일반화돼 있다.외국의 경우 미국 160여개사, 유럽 140여개사, 일본 15개사, 대만 4개사 등 섬지역이 많거나 지역항공이 발달한 나라들은 예외없이 이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그런데,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이 항공요금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와 청주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지역항공사 설립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항항공은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 등 원가 및 비용증가 요인이 발생, 오는 7월 중순부터 주말과 성수기에 국내선 요금을 8∼13% 인상키로 했다. 또 아시아나항공도 고유가 등이 지속되면서 항공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이에 따라 제주도 등 지자체에서는 지역항공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지역항공사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제주도는 2006년 상반기 운항 개시를 목표로,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도는 지역항공사 설립에 필요한 총 자본 400억원 가운데, 1차 출자금 50억원을 올해 추경예산안에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에 사업설명회를 갖고 자금을 투자할 파트너 기업을 선정, 연말쯤 민관합작 주식회사인 지역항공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항공시설 등과 인원고용 등이 마무리되면 80인승 이하의 터보프롭항공기 5대를 들여와 제주와 서울·부산·대구 등 3개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며, 항공료는 기존 대형항공사의 70% 수준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능률협회도 지난해 말 민관합작으로 지역항공사를 설립, 제주-김포, 제주-김해 등의 국내노선을 운항할 경우 3년내에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제주도 관계자는 “지역항공사 설립은 지난 2001년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상황”이라며 “최근 대형항공사들의 항공료 인상 방침이 나오면서 지역항공사 설립 필요성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존 항공사들의 대형 항공기에 비해 절반밖에 소모되지 않는 연료 효율성이나 운영경비, 인건비 등 모든 면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기존 항공사들보다 저가로 항공료가 책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와 함께 청주시도 ‘지역항공사’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주시는 민간사업자인 (주)충청항공과 항공사 설립을 위한 업무제휴를 체결한 상태다.특히 국내선용 프로펠러기 1대와 국제선용 항공기 2대를 도입, 조만간에 공식 운항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충청항공이 지방항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청주시가 이를 위한 행정업무를 보완하고 있다”며 “조만간 국내 및 국제선을 본격 운항할 계획이나 건교부가 지방 항공면허를 허가할지는 아직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지자체의 지역항공사 설립 움직임에 대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항공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대한항공은 항공료 인상에 대한, 제주도 등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지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유가상승으로 인해 국내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료 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로서, 주말과 성수기에 집중되는 현상을 분산시키는 차원에서 주중요금은 인상치 않았다”며 “인상시기와 인상요율 등은 재조정할 수 있다”며 한발짝 물러난 상태다.아시아나항공측도 “국내선 항공료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역항공사 설립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역항공사 설립으로 기존항공사들의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국내선 요금으로는 더 이상 운항이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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