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인간은 “우리가 존재하고, 보고 느끼며, 숨쉬는 이 세상은 무엇으로 존재하느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고심해 왔다.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며 보이는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경이로운 세상을 동경하기도 한다. 존재에 대한 가치를 찾기위해 철학과 문학으로 세상을 탐닉하기도 했다.

저자 카를로 로벨리의 신간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의 여정을 기록해 나가면서 물리학이라는 통로로 세상을 들여다 봤다.

20세기 이래 최고의 물리학 거성으로 꼽히는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은 타고난 두뇌나 수학 능력보다 그들이 가진 상상력으로 일반적인 편견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물리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시작 또한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간파했다. 편견을 거둬 내고 실재를 탐색한다는 것은 거창한 논리의 시작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으로 설파한 투명한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양자역학과 빅뱅이론, 블랙홀이라는 물리학 개념을 다루고 있지만 과학이론과 공식으로 채워진 거창한 이론서가 아니라 문학과 철학을 배경으로 실재라는 현상에 얽매인 제한되고 편협한 사고를 해방시켰다.

저자는 “호기심의 여정이 시작된 곳은 2600년 전 고대 그리스다. 양자 중력과 현대 물리학의 아이디어들이 잉태하게 된 사고의 뿌리를 찾는 데서 시작한다. ‘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상당수의 아이디어들은 모두 2000년 전부터 이미 존재해 왔다. 우리가 지금 딛고 서 있는 물리학적 사고의 근원과 탄생을 살펴보면서 그 아이디어들이 과학이 되어가는 과정을 더 명확하게 이해시킨다"고 강조하면서 “고대에 처음으로 제기된 어떤 문제들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지금도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공간 구조에 관한 가장 최신 아이디어는 그때 도입된 개념과 논점을 이용한다. 나는 책에서 이런 먼 과거의 아이디어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양자중력에 핵심이 될 물음들을 꺼내놓았다. 이렇게 하면 양자중력을 다룰 때에, 과학적 사고의 기원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이디어와 철저히 새로운 아이디어들 사이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고대의 과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과 아인슈타인과 양자중력이 찾아낸 해답들 사이에는 놀랍도록 가까운 연결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책에서 저자는 “장대한 물리학의 여정은 신이 지배한 중세의 암흑을 거쳐 현대 물리학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뉴턴과 맥스웰이 고전 물리학을 고안하고,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보어는 양자이론을 발표한다. 이러한 무수히 반복되는 변증법적 과정에서 우주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내면서 보이지 않던 미시계 사물들의 구조에 눈을 뜨게 된 것에 초점을 두었다. 여기에는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시공간이 실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더 나아가 무한하다고 믿었던 인류의 사고 역시도 보이지 않는 물리학의 한계 내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세계에 대한 실재에 한 층 더 깊이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해 냈다”고 전한다.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이며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이라는 개념으로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로,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비롯해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간의 질서’등의 저서를 남겼다.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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