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북미정상회담 보수 우파 비극의 씨앗


한국의 보수 우파가 종말을 앞두고 있다. 예정된 6.13 지방선거 패배 때문이 아니다. 선거 패배는 해방 후 60여년을 이어 온 우파정치의 종말이 현실화되는 과정일 뿐이다.

보수주의 정당을 자임하는 자유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사적인 패배를 앞두고 있지만, 사실 자유한국당은 2016년 겨울 이후 꾸준히 패배의 기록을 써 왔다. 자유한국당이 6월 13일 저녁에 맞이할 패배는 탄핵 이후 한국 보수주의의 후퇴에 일단락을 짓는 사건으로만 의미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보수 우파는 항상 주류를 자임해 왔다. 일제 식민의 역사와 분단체제에 뿌리를 둔 보수 우파는 산업화 시대에 전성기를 보냈고, 민주화의 시대를 용케 견뎌 왔다. 한국의 우파는 체계적 이론이나 사상적 기초가 갖춰져 있지는 않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 옹호를 천명했을 뿐이다. 한국의 보수우파는 현재의 번영을 이룩한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보수주의와는 다른 길을 걸어 왔다.
 
한국의 보수 우파가 패배한 결정적 증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싱가폴에서 날아올 것이다. 한국 보수 우파의 정신적 지주인 미국 대통령과 숙적이고 악령인 북한 수령의 만남은 한국 보수 우파에겐 비극적 사건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한 것은 1953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휴전을 반대하며 휴전회담에 참여하지 않은 것과 유사한 행태로 해석된다.
 
한국의 보수 우파는 독자적 작전권도 없이 전쟁을 치렀으면서 휴전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수적인 종전선언마저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무책임한 행태는 사실 2016년 겨울 이후 보수 우파가 꾸준히 보여 준 모습이다. 한국의 보수 우파는 2016년 겨울부터 이어져 온 격변의 시기에 군복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끊임없이 국민정서에서 멀어져 갔다.
 
한국의 보수 우파에게‘자유’와 ‘안보’는 레토릭일 뿐이고 ‘공정’이란 가치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최순실 사태로 극적으로 밝혀진 뒤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반성문을 쓴 사람도 없고 책임을 지고 퇴장한 사람도 없었다. 분단체제 안에서 희희낙락하던 시절이 지났는데도 북한에 퍼주는 것을 반대한다고 외치고, 이명박, 박근혜가 불쌍하다고 눈물 글썽이는 것이 한국 보수 우파의 한계라는 것을 자신들만 모른다.
 
한국 보수 우파에게는 암울한 일이지만 그들에겐 후대도 보이지 않는다. 보수 우파의 귀환을 책임져야 할 젊은 보수 중에 일베류가 많은 것이 가장 큰 비극이 아닐까. 말라비틀어진 나무와 병든 나무에서 꽃이 피고 탐스러운 열매가 맺길 기대하는 것은 서낭당에 오방색 천을 둘러놓고 굿을 하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이다. 사실 한국 보수 우파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었지만 다 지난 일이다.
 
최근에는 한국 보수 우파 안에서 분단체제를 위협하는 트럼프에 대한 비토와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 전망 속에서 2020년 총선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한국 보수 우파는 2020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더 쉽다. 그런 전망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재의 실패를 이끌었고 퇴장해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떠내려 갈 것으로 보이는 구(舊)보수 우파가 귀환하는 것보다 역사적 승리를 통해 새로운 주류로 등극할 세력이 신(新)보수 우파로 변이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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