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유례없는 압승이 예상된다. 적어도 여론조사로는 그렇다. 자유한국당 내부 분위기도 싸늘하다. 홍준표 대표가 ‘영남권 5곳·플러스 알파 1곳’ 총 6곳의 승리를 호언했지만 불신(不信)은 이미 창궐(猖獗)한 지 오래다. 오히려 당내에선 벌써부터 ‘포스트 6.13’을 준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선거 이후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조기 전당대회에서 한국당의 이합집산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선 성적표에 따라 한국당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미리 점쳐봤다. #‘광역 6곳’ 수성. # ‘영남 5곳’ 수성. # PK ‘참패’ TK ‘수성’. 각 경우의 수 속으로 들어가 보자.
 

- ‘6.13 地選’보다 중요해진 ‘포스트 6.13’ 당권 레이스 이미 ‘스타트’
- 親洪 ‘버티기’ vs 충청·수도권 ‘연대’… ‘김무성 역할론’은

 
6.1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한국당은 여전히 여론조사가 왜곡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조사들이 대체로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여론조사의 맹점을 쟁점화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의 조사와 분석은 전혀 다르다. 왜곡된 여론조사로 우리 지지층이 아예 투표를 포기하게 하려고 방송사들이 난리”라며 “노무현 탄핵 시절 그 당시 차떼기와 탄핵 반발로 전국에서 우리가 당선될 곳은 한곳도 없다고 했지만 선거 결과 121석이나 당선됐다”라고 강조했다.
 
#광역 6곳 or 영남 5곳 ‘수성’, 洪, 재신임 이후 대권 ‘정조준’
 
만약 홍 대표의 주장대로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방선거에서 그가 공언한 광역단체 6곳 수성에 성공한다면 지선 이후 홍 대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 자명하다. 홍 대표는 그동안 지탄받던 자신의 ‘리더십’을 회복함과 동시에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홍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당 장악을 끝마친 상황에서 ‘지선 책임론’에서도 자유롭기에 무난한 재신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후 홍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거머쥐고 당내 세력을 다시금 가다듬어 대선을 향한 보폭을 넓힐 것이 자명하다.
 
홍 대표뿐만 아니라 잔뜩 움츠러들었던 한국당 역시 대여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텃밭인 영남 사수마저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다만 홍 대표가 자신이 공언한 광역단체 6곳 수성에는 실패했지만, 영남권 5곳이라도 모두 지켜 낸다면 그나마도 동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역시 홍 대표는 위와 비슷한 시나리오로 재신임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물론 6곳을 수성했을 때와는 달리 당내 잡음이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홍 대표 입장에선 친홍계를 위시한 ‘버티기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홍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당내 세력기반을 철저히 다져 왔다. 그는 전국적으로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당협위원장 상당수를 ‘친홍계’로 바꾸었다. 차기 국회의원 공천 1순위가 당협위원장이기 때문에 2020년 총선에서 ‘친홍파의 당장악’을 위한 기반 다지기를 단단히 해놓았다. 홍 대표가 ‘영남 5곳’이라도 사수한 게 어디냐며 ‘버티기’로 들어갈 경우 마땅히 이를 끌어내릴 비홍계의 구심점이 약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다만 홍 대표는 과거 지방선거 결과 6개 광역지자체를 지키지 못하면 ‘집에 가겠다’고 선전포고한 바 있다. 따라서 영남 5곳 수성의 경우 잠시 형식적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조기 전대에 다시 뛰어들어 당권을 거머쥘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영남 수성 실패·TK 자민련 전락, ‘洪 책임론’ 폭발… 이합집산 예고
 
그러나 한국당이 ‘영남 5곳 수성’이라는 ‘마지노선’조차 지키지 못했을 때는 얘기가 다르다. 정치권에선 이미 한국당이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에도 이 같은 기류는 그대로 드러난다.
 
칸타퍼블릭과 코리아리서치센터, 한국리서치가 6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의뢰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각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0~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그동안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지지율이 나왔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43.3% 지지율로 27.2%의 김태호 한국당 후보와 2.2%의 김유근 바른미래당 후보를 앞섰다.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50.5% 지지율을 기록해 서병수 한국당(20.4%)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따돌렸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각 시·도별로 14.0%~26.0%, 표본오차는 각 시·도별로 95% 신뢰수준에서 ±3.1~±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당에 잠복해 있던 내홍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 자명하다. 친홍계를 제외한 모든 진영에서 ‘홍준표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홍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당 장악을 끝마친 홍 대표일지라도 ‘버티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동시에 한국당은 조기 전대에서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친홍계 vs 충청권 vs 수도권 vs TK 친박계 사이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자천타천 10여 명의 인사가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김무성·심재철·이주영·원유철·정우택 등 중진 의원들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쪽은 충청권이다. 이미 6.13 지선을 앞두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반홍 정서가 강하게 표출된 바 있다. 포문을 연 것은 정우택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면서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자세로 헌신하라”고 했다.
 
이어 박성효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후보는 같은 날 늦은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도백에 4선을 경험한 우리 충청도를 대표하는 중진 의원인 정우택 의원의 진정 어린 충정을 개소리로 치부하는 대표님의 참을 수 없는 입의 가벼움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며 “지금 대표님은 백의를 입고 종군해야 한다. 홍의를 입고 악전고투하는 대부분의 우리 당 후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표님이 백의를 입고 헌신해 주실 것을 고대할 것”이라고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에서는 지선을 앞두고 한국당이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로의 결집을 시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왔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불출마라는 초강수를 두고 홍 대표와의 선긋기에 나선 상태”라며 “이후 당내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쌓고 있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충청권 보수 진영의 이합집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이 전 총리가 정우택 의원에 대해 충청 대망론에 가장 근접한 인사로 치켜세운 사실이 있는 만큼 상황 변화에 따라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의 심장’ 대구마저 ‘위기’, ‘보수 통합’ 촉매 여건 마련?
 
이 밖에 심재철·나경원 의원 등 비홍계 수도권 인사들도 차기 당 대표군에 하마평이 오르내리고는 있으나 당내 여건상 충청권에 비해 다소 힘이 빠진다는 관측이다. 당장 당내 기반이 친홍계는 물론이고 충청권에 비해서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당내에선 명실상부한 당내 주류 계파로 거듭난 친홍계에 맞서기 위해선 충청과 수도권의 연합이 불가피하다는 ‘충청-수도권 연대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한 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친홍계 vs 충청+수도권+바른미래 복당파의 대결구도를 점치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방선거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참패’할 경우 되레 보수 통합 촉매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청권과 수도권에 복당파 의원들이 합세한 당 쇄신 및 통합 작업은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같은 이슈는 한국당 중진인 김무성 의원이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무게가 더욱 실렸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분열된 보수를 통합시키고 보수를 재건하겠다”며 “다음 대선에서 한국당이 정권을 찾아올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선 참패 시 자신의 ‘역할론’을 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직접 전면에 나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김 의원을 중심으로 복당파 의원들이 당 쇄신에 나서겠지만 김 의원이 전면에 자서기 보단 충청권 중진들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대구마저 수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흘러나온다. 이 경우엔 당내 잡음과 분열을 떠나 당 자체가 공중분해 될 공산이 높다. 앞서 언급했던 여론조사에서 권영진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28.3%)가 임대윤 민주당 후보(26.4%)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권 후보가 지난달 31일 선거운동 도중 중년 여성에게 밀려 부상한 것을 두고 ‘할리우드 액션’ 논란이 제기된 것도 권 후보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영남권 의원은 “권 후보의 할리우드 액션 의혹이 젊은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우 당내 TK 친박계 인사들은 조기 전대 국면에서 사실상 존재감이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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