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는 누구일까. 일단 경남도지사에 출마한 김경수 전 의원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정도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의 복심’으로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고 ‘드루킹 특검’으로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대망론도 나온다. 또 한 사람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남북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 ‘정권 2인자’로서 안정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남북관계가 호전된다면 ‘운동권 주사파’라는 낙인을 벗고 ‘일 잘하는 젊은 정치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한 명은 영남권 대표 주자이고 또 다른 한명은 호남을 대표하는 잠룡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두 인사의 차기 대권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영남 김경수·박원순·김두관, 호남 임종석·이낙연 ‘대권 경쟁’
- 金, ‘친문 주류 보수표 확장성’- 任, ‘신 친문·진보 진영 상징’


6.13 지방선거 최대의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 경남지사 선거다. 자유한국당이 전력투구해 국회를 통과한 드루킹 특검의 한가운데 김경수 전 의원이 존재한다. 한국당은 보수 대 친문 구도로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당의 운명을 건 승부수를 띄웠다.
 
전 경남지사 출신인 홍준표 당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한국당 대선 후보 출신과 잠룡으로 분류되는 두 인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김 전 의원은 역으로 차기 대권 반열에 오르는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드루킹 특검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달라지겠지만 무사히 넘긴다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김 전 의원은 중앙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등근한 몇 안 되는 정치인이 됐다. 노무현·이재명을 잇는 짧은 시간에 화려하게 대권 주자로 부상한 인물인 셈이다. 야당의 총공세로 김 전 의원은 선거캠프는 사실상 대권 준비팀으로 꾸렸다는 평가와 함께 대권 주자로서 훈련을 톡톡히 받았다는 말도 나왔다.
 
‘지방선거-드루킹 특검’ 최대 수혜자는 김경수?
 
실제로 김 전 의원의 선대위 발족식에서는 김진표·이인영·전해철·설훈·박영선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들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당내 위상은 높아졌다. 김 전 의원이 도시자 출마를 하기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로 존재감은 미미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이자 지난 대선에서 ‘대변인 격’을 맡아 주목을 받을 때에도 대선 주자급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루킹 특검’과 ‘경남도지사 선거’를 뛰면서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고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정치인이 ‘인지도’로 정치생명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김 전 의원 입장에서는 대단한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김 전 의원이 경남지사에 당선되고 차기 대권에 도전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친문 주류 입장에서는 확실한 차기 대권 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경남 거제 출신의 ‘김경수 대망론’은 영남 출신인 ‘포스트 문재인’(부산)을 바라는 PK를 잇는 최적의 카드로 볼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영남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경남 창녕)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경북 안동)가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비문 인사로 낙인찍히면서 차기 대권가도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 시장의 경우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친문 주류 후보가 아닌 박영선, 우상호 의원과 경쟁해 후보자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했던 정봉주 전 의원이 ‘미투 운동’에 엮이지 않았거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문 주류에서 후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냈다면 ‘결선투표제’까지 도입된 상황에서 승리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친문 주류의 시각이다.
 
박 시장 후보 선대위 구성을 봐도 친문 주류에서 비켜나 있거나 비주류 출신들이 다수다. 우상호·박영선·우원식·진영·안규백 의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이지만 고 김근태 전 고문의 부인 인재근 여사를 비롯해 황희·손혜원·김병기·박주민·박용진·김성수·이창현·이훈·강병원 현역 의원들 상당수가 비문 출신이다
 
경남 남해 출신의 김두관 의원 역시 PK 출신으로 영남권 잠룡군으로 분류된다.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참여정부 초대 행자부 장관을 역임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3번째 경남도지사에 출마, 보수 텃밭에서 민주당 깃발을 꽂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도지사직을 던지고 대선 출마에 나섰다가 경선에서 3위에 머물렀다. 김 의원은 ‘남해군수’에서 ‘도지사’까지 이룬 경력으로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친문 주류에서 비켜 있는 김 의원이 대권 도전의 전기를 마련하려면 8월 전대에서 친문 주류의 지원을 받아 선전해야 한다.
 
PK 김경수·박원순 TK 김두관·김부겸 嶺-嶺 대결도
 

역시 TK 출신인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역시 영남권을 대표하는 잠룡이다. 김 장관은 대구 출신으로 중도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비문’의 ‘충청도 대표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보수와의 대연정을 주장할 정도로 중도 보수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부상했지만 불명예 퇴진하면서 대안으로 김 장관이 거론된다. 진보 세력의 취약 지대인 TK 출신인 데다 문 대통령이 1기 행안부 장관으로 임명할 정도로 신뢰가 깊다.
 
또한 원만한 대인관계에다 합리적 성향으로 ‘배신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강점이다. 문제는 ‘포스트 안희정’이라는 말처럼 주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친문 주류의 지지가 선결 조건이다. 당권이든 대권이든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김경수 대망론’은 영남권 주자들을 긴장케 하기에 충분하다. 친문 주류에다 합리적인 사고 그리고 PK 출신으로 보수표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부산 출신 문 대통령의 탄생으로 영남권 잠룡군이 넘쳐나는 가운데 호남 출신으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낙연 총리가 차기 대권 주자로 물망에 올라 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총리는 올해 초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총리 업무도 벅차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많이 뭔가를 목말라 하신다는 그런 상황의 반영이 아니겠나 싶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아일보 정치부 기사 시절 DJ와 인연을 맺었다. 2000년부터 고향에 출마해 내리 4선을 했고 대변인 시절에는 촌철살인 논평으로 명성을 얻었다.
 
2014년에는 지방선거를 통해 전남지사에 선출돼 3년 가까이 도정을 이끈 경험도 있다. 이 총리의 책임총리로서 위상이 높아진다면 호남에서 민주당은 민주평화당이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특히 여권 내 호남 출신 유력 대선 주자가 드문 상황에서 ‘DJ 호남 후계자’로서 부상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총리보다는 전남 장흥 출신의 ‘임종석 대망론’이 현재로선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가는 한창 상승 중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청와대 1기 비서진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과 야당의 공세에도 흔들림 없이 문 대통령 보좌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문 주류는 아니지만 신친문 주류로서, 정권 2인자로서 위상은 날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그를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면서 박원순 시장 측근으로 있던 그를 삼고초려해 2016년 10월 캠프로 데려와 중책인 비서실장을 맡길 정도로 공을 들였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림자 보좌’역에 치중해다면 임 실장은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무드가 정착된다면 임 실장에 대한 평가는 더 좋아질 공산이 높다. ‘86 운동권’ 출신으로 ‘주사파’라는 낙인을 벗고 잠룡 후보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임 실장은 진보 진영의 지지기반인 호남 출신인 데다 50대의 젊고 소탈한 성격, 사안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업무 능력 등 차기 대권 주자의 조건에 부합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1986년 한양대 입학 후 전대협 3기 의장을 맡았고 2000년대 전대협 출신인 이인영, 우상호 등과 함께 새천년민주당 영입돼 ‘386세대’의 제도권 정치의 시작을 알렸다. 재선 이후 2009년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2년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으로 여의도 정치권을 떠나지 않았다. 이후 박 시장의 러브콜로 2014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다 20대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전형적인 정치인 삶을 살아온 그다.
 
영호남 50대, 친문·신친문 정권 2인자 ‘공통점’
 
하지만 ‘임종석 대망론’에 잠재적인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한 게 ‘김경수 대망론’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 전 의원은 친문 주류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사인 데다 중도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성품과 영남권 보수세력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인물이다. 나이도 임 실장이 53세이고 김 전 의원이 52세로 한 살 차이다.
 
반면 임 실장은 호남 출신으로 영남 표심과 중도 보수 진영의 표를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사파’라는 낙인이 없어진다고 해도 진보 진영의 상징으로 전통적인 보수 지역인 영남에서 표를 잠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두 인사간 차이다. 또한 한반도가 정전 협정 선언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또한 남북관계 특성상 정치, 군사, 경제적 협상과 교류에 따른 곳곳에서 갈등과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임 실장의 불안 요소는 내외부에 공존한다. 여권에서 ‘김경수 대망론’이 불거지자 가장 긴장한 인사가 임 실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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